밀리터리의 끝판왕, 비행 시뮬레이터 열전

“아니, 그게 말이 돼!?” 싶은 것도, 게임에선 가능합니다.  게임의 핵심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대표적인 건…아시죠? 미연시라고 ( ͡° ͜ʖ ͡°)

지금까지 ‘게임과 밀리터리’에서는 사실성에 중점을 두고 밀리터리 게임을 소개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에 소개할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은 사실성의 끝판왕, 더 나아가 밀리터리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부터 ‘스트라이크 파이터즈’까지, 비행 시뮬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을 살펴 보실까요~?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고 하면 흔히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비행기 뭐 타 봤냐고 묻는 분들은 양반입니다. 전투기 조종해 봤냐고 묻는 분들도 있거든요.  우리 공군 전우 분들은 이런 질문 받을 때의 복잡한 심경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 ̄(エ)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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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지금까지 조종해 본 유일한 기체입니다 

비행기 조종이라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워낙 고가에다가 복잡한 장비니까요. 하지만 바로 이럴 때 쓰라고 게임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비행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만큼 극단적인 매니아성(?)을 요구하는 게임도 드뭅니다. 실제로 조종사 양성과정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비행 시뮬레이션도 많은 만큼, 조작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데다가 제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장비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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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추억이 돼 버린 조이스틱도 필수 (*Saitek 제품) 

어릴 때 처음 산 비행 시뮬 게임이 뭔 짓을 해도 실행이 안 돼서 한참을 찾아 보다 조이 스틱이 없으면 게임 자체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엉엉 울었다죠. 결국 세진컴퓨터랜드에 가서 가장 싼 조이스틱을 샀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д`、)

 

# MS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 하드웨어 명가(…)입니다. 윈도우는 버전에 따라서 부침이 심하지만 MS에서 만든 키보드나 마우스는 언제나 수준급이죠. 비행 시뮬계의 영원한 걸작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도 MS 작품입니다. 그러고보니 MS가 운영체제 빼고는 다 잘 만드는군요.(후다닥//)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사실 밀리터리 비행 시뮬은 아닙니다. 확장팩이나 써드파티 애드온에서 전투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게임 자체의 목적이 그냥 비행을 하는 거지 어디를 폭격한다거나 적기를 격추시키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나 워낙에 대표적인 비행 시뮬이기 때문에 소개할 만한 가치가 넘치는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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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작이라 초큼 구닥다리 같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X

이어서 소개할 다른 비행 시뮬들도 마찬가지지만,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도 2006년에 발표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X’가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상당히 오래됐다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꾸준한 업데이트와 다양한 써드파티 애드온등으로 요즘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그래픽을 보여 주죠. 아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용 애드온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도 있고요.

애드온 회사 PMDG에서 만든 ‘보잉 777’ 애드온

# 팰콘 시리즈

F-16은 전투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품 중 하나죠. 흙수저 우리네 삶의 모토와도 같은 ‘가성비’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전투기로 손꼽힙니다. 비단 전투기만 그런 게 아니라 F-16을 소재로 한 ‘팰콘(Falcon)’ 시리즈도 밀리터리 비행 시뮬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Swamp Fox in flight

명품 F16의 알흠다운 (✪ω✪) 자태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로 게임을 실행시키기도 전에 구매자의 기를 팍 죽이는 무시무시한 게임 팰콘! 이 게임은  가장 사실적인 밀리터리 비행 시뮬이라 평가받습니다. 이 말인즉슨, 초심자들은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는 거죠. 심지어 전투기 시동거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도 이 정도 분량 입니다. 자동차 시동 걸 때랑 비교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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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을 달라고 했지 연구자료를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MSX 시절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팰콘 시리즈는 최신 버전인 4.0이 무려 17년 전인 1998년에 나왔습니다. 비행 시뮬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그 이후로 획기적인 시리즈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죠.  ‘일반 비행은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밀리터리 비행은 팰콘’이라는 명제가 십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팰콘 4.0에는 획기적인 전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개발에 참가했던 한 개발자가 2000년 4월, 게임의 소스코드를 유출시킨 것입니다. 그러자 많은 애호가들이 소스코드를 참고하여 게임을 계속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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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떡, 아니 소스코드냐!  (´౪`)

훗날 팰콘 4.0의 리드 엔지니어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소스코드 유출은 매우 반길만한 일이었고, 누가 유출시켰는지 알았다면 그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는 제작사가 4.0 이후로 개발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리니지 소스 코드 같은 건 유출시키면 안 돼요. >_<

그리하여 팰콘 4.0은 유저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개발되었고, 가장 유명한 것은 BMS라는 팀에서 만든 Falcon 4.0 BMS입니다. 지금 봐도 근사한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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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lcon 4.0 BMS v4.32 스크린샷

# 스트라이크 파이터즈 시리즈

‘스트라이크 파이터즈(Strike Fighters)’ 시리즈는 여러모로 독특한 밀리터리 비행 시뮬입니다. 서드와이어 프로덕션이라는 미국 회사에서 개발한 것입니다만, 크레딧을 보면 츠요시 가와히토라는 개발자가 거의 혼자 다 만드는 것 같습니다.  ( ゚Д゚)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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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 메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1인 개발 게임의 한계…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인디게임 치고는 꽤 훌륭합니다. 너무 사실적이라 시동 거는 데만 엄청난 절차를 필요로 하는 팰콘 시리즈와는 달리, 사용자의 편의성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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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게임 화면은 괜찮죠?  (^౪)/

스트라이크 파이터즈는 놀랍게도 모바일 버전(iOS, 안드로이드)이 존재하는 비행 시뮬입니다. 물론 모바일 버전은 슈팅 게임에 가깝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비행 시뮬 만들던 가락이 있어서 기체의 움직임이 꽤 사실적으로 전달됩니다. 게다가 기본 게임 자체는 무료(!)라는 놀라운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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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버전도 메인 메뉴는 좀 안습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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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의 자이로 센서를 이용해 조종하면 됩니다
(*전철 같은 데서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딱 좋음)

# 마치면서

이외에도 DCS와 IL-2 Sturmovik과 같은 걸작 밀리터리 비행 시뮬이 존재합니다만, 확실히 비행 시뮬은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해서 계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도 많고 마니아들을 위주로 한 장르이기 때문이죠.

이건 꼭 특정 장르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게임 산업이 좀 더 폭넓은 사용자 층에 어필하기 시작하면서, 소수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은 찬밥 신세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트라이크 파이터즈 같은 모범적인 인디 게임 사례도 있으니, 비행 시뮬의 세계에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고 봐야죠.


김수빈김수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GW 베이직으로는 안되길래 책을 보니 C를 배워야 한대서 엄마한테 학원 보내달랬더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포기. 게임 잡지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게임 잡지들이 하나씩 망하는 것을 목격.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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