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열전#2 FM 음원의 시대

게임음악열전, 그 첫 번째 시간에는 1980년대를 풍미한 이른바 ‘뿅뿅 사운드’를 다뤘습니다. 채널의 제약을 비롯한 열악한 스팩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매력적인 사운드를 만든 시기였죠~.

두 번째 시간에는 뿅뿅 사운드 이후, 보다 많은 채널을 활용해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된  FM 음원의 시대를 다룹니다.

FM 음원의 시대에는 또 어떤 게임 음악들이 게임 마니아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줬을까요~? ( ͡° ͜ʖ ͡°)~♡


 

# 패미컴 사운드, 그 이후

게임 음악은 스팩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1980년대 패미컴 사운드 환경은 음색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많았죠.  그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은 독특한 형태의 음악을 낳았고, 그 음악이 지닌 매력은 현대로 이어져 또다른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౪`)

삐~하는 비프음과도 같았던 패미컴 사운드 이후에 등장한 게 바로 FM 음원입니다. FM 음원은 주파수 변조를 이용해 소리를 합성하는 방식인데요, 일본 게임 <Ys II> 의 음악이 대표적이죠.

게임 음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Ys II>

FM 음원은 패미컴 사운드에 비해 더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3~4중 화음이 전부였던 패미컴 사운드와 달리, FM 음원은 6중 화음 이상을 표현할 수 있었으니까요. 좋은 멜로디를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좋은 음색까지 욕심낼 수 있게 된 거죠!

일반적인 악기의 음색을 완벽하게 재현할 순 없지만, 유사한 톤을 만들 수는 있었습니다. 리듬 표현의 폭도 넓어져서, 보다 체계적인 드럼 비트도 표현할 수 있게 됐죠.

팔콤의 4대 RPG 시리즈로 꼽히는 <소서리언> 음악만 들어도 정말 좋습니다 ^_ㅠ

FM 음원으로 유명한 기기는 MSX, PC-8801/9801과 같은 일본 컴퓨터 제품군과 세가에서 만든 게임기인 메가드라이브 등이 있습니다. 6~11채널이라는 다소 오묘한 스팩과, 독특한 음색의 조합은 고전 게임 음악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죠.

 

# FM 음원을 즐기기 위한 필수 기기들

FM 음원은 칩의 스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의 수가 더많아지거나, 음색을 변조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해지곤 했습니다. 다만 보다 좋은 음악을 들으려면 별도로 기기를 구입해야 했죠.

MSX는 FM-PAC이라는 제품을 사서 확장해야 보다 좋은 FM음원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IBM PC는 그와 유사한 용도로 Adlib 카드라는 제품을 이용했죠. Adlib는 초창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대형 게임 개발사인 시에라에서 Adlib 음원을 이용한 음악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Adlib 음원을 이용한 국산 슈팅 게임 <일루전 블레이즈>

애플의 경우 애플용 사운드 카드인 ‘머킹보드’라는 제품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스팩이었죠. 대신 여러 장의 머킹보드를 끼우면 보다 많은 채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장의 가격도 그리 저렴하지 않은데, 여러 장을 사기엔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았죠.  ( ゚Д゚)

초창기 국산 PC게임 음악도  Adlib 음원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게임 음악을 듣기 위해 사운드 카드를 사는 경우는 별로 없었죠.  Adlib 음원을 이용한 노래방 소프트웨어가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요.

옥소리4

국산 노래방 프로그램  ‘옥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이후 사운드 카드가 메인 보드에 내장되면서, 음악을 듣기 위해 별도의 사운드 카드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컴퓨터에 스피커 혹은 이어폰 단자가 원래 있었던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게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Adlib 음원을 이용한  <창세기전 1> 타이틀 음악 

컴퓨터 게임의 경우  FM음원과 Adlib 음원 외에 MIDI 기기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팩으로는 동시대 다른 게임 관련 기기들에게 ‘넘사벽’ 같은 존재였죠. 하지만 게임 음악을 듣기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전문 음악 장비라는 인상이 더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FM음원과 MIDI를 지원하는 게임 <환영도시>

약간 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전문적인 장비를 추가로 구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게임기 안에 사운드 칩이 포함돼 있다면? 장비의 스팩에 따른 차등 없이 같은 퀄리티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겠죠.

일본 게임 제작 업체 코나미는 그런 시도를 한 적 있습니다.  패미컴, 혹은 MSX 게임기 안에 사운드 칩을 내장해서 원래 스팩으로는 불가능한 음악을 표현해 낸 거죠. 음악을 듣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웬 은총인가 싶었습니다.  ヽ(*゜∀゜*)ノ

패미컴 게임의 스팩을 뛰어넘은  <라그랑주 포인트> 음악 

 

# 세가의 승부수, 메가드라이브

사운드 카드를 구입하면 음악의 질이 달라지듯, 새로운 게임기를 장만해도 음악에 대한 경험치는 달라집니다.  대개는 달라진 그래픽부터 눈에 들어오겠지만, 사운드의 변화 또한 극적일 때가 있죠.

패미컴 시절, 경쟁에서 밀린 세가는 보다 좋은 스팩을 갖춘 메가드라이브를 내놓으면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16색 동시 표현 밖에 할 수 없던 패미컴에 비해 64색 동시 표현은 혁신에 가까웠죠!  16비트 CPU를 채택한 것도 새롭다 못해 신기한 일이라, 본체에 (당당하게) 써놓기까지 했습니다.

SONY DSC

느껴지는가! 16비트의 위엄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사운드 스팩입니다. 메가드라이브는 스테레오 6채널 FM음원에 3채널 PSG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패미컴과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스팩이었죠.

메가드라이브 이전에 출시된 세가 마스터 시스템에서 이미 FM 음원을 지원하긴 했지만, 세가 마스터 시스템은 메가드라이브로 가기 전의 과도기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FM 음원을 사용하는 기기로서의 존재감은 약했죠.  콘솔 게임에서의 본격적인 FM 스타일 게임 음악은 메가드라이브부터라고 해야 합니다.

FM 음원은 파형 변조를 이용해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므로 리얼한 악기의 어쿠스틱한 표현보다는 전자 음악을 표현하기에 더 유리합니다. FM 음원을 이용한 어쿠스틱 음악은 리얼하기보다는 리얼함을 흉내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죠.

메가드라이브 음원으로 하우스 음악을 표현한 <베어너클> 시리즈

메가드라이브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랑그릿사> 타이틀 음악 (*미국 출시명 <워송>)

FM 시대 또한 PSG 또는 패미컴 사운드 시절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제약과 맞선 시기였습니다. 패미컴에 비하면 더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주파수 변조를 이용한 음색을 만드는 것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었죠.

뭔가 대차게 보여주기엔 좀 부족한데, 이전보단 향상된 애매~한 스팩. FM 시대의 게임 음악들은 그러한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런 스팩으로도 이런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이런 감탄을 자아 내는 것이 바로 FM 음원의 매력이죠. 기술적 성취의 측면에서도 대단하고,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했다는 점에서도 참 대단한 음악들입니다.


황주은황주은 (AMP 게임디자인팀)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 바람의 나라, 아스가르드, 라테일 등 음악 작곡, 아이온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신작에서 이런저런 시도중. 묻어가기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