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열전 #3 슈퍼패미컴이라는 신세계

게임 음악 열전,지난 시간에는 FM음원의 시대 를 다뤘습니다. 패미컴에 비해 채널 수가 늘어난 덕분에 다양한 장르 표현이 가능한 시대였죠. 

이번 시간에는 세가의 메가드라이브에 맞서 닌텐도에서 1990년에 출시한  ‘슈퍼패미컴’의 음악 세계를 소개합니다.

응답하라 1990, 그때 그 시절 게임 음악을 감상해 보실까요?  ( ͡° ͜ʖ ͡°)


#이것이 슈퍼 스팩이다

메가드라이브는 닌텐도에서 출시한 패미컴에 비해 채널 수가 2배나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가만히 있을 닌텐도가 아니었죠. 후속 기기로 ‘슈퍼패미컴’을 선보이면서, 메가드라이브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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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당시 최고 스팩을 자랑한 슈퍼패미컴

슈퍼패미컴은 무려 256색을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 스팩은 물론, 사운드 면에서도 혁명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입니다. 무려 8개의 PCM 채널을 표현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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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게이머들의 반응 

PCM은 현대 음악을 표현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쉽게 말하면 음악을 녹음해서 디스크로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FM이 주파수 변조를 이용해 소리를 만든다면, PCM은 녹음된 소리를 출력하는 거죠. 음악을 CD로, 더 나아가서는 MP3로 저장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인 셈입니다.

<슈퍼마리오>의 다양한 음색

YS 시리즈로 유명한 코시로 유조가 음악을 맡은 SFC 초기 타이틀 <액트레이저>

 

# 용량과의 전쟁

슈퍼패미컴은 8개의 PCM채널에서 8개의 MP3를 동시에 출력할 수 있었죠. 경쟁 기기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슈퍼 스팩이지만, 슈퍼패미컴 시대에도 제약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용량! PCM 음원은 많은 용량이 필요한데, 메모리와 저장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3분 길이의 mp3는 보통 4MB 의 용량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mp3는 압축 음원이라서, 압축하지 않은 wav 음원은 대개 40MB의 용량을 차지하죠. 요즘이야 40MB가 뭐 큰 용량이냐고 하겠지만, 1990년대 초반에는 어마어마한 용량이었습니다. (*이 시대의 게임들은 1~2MB 정도의 카트리지 안에 게임 전체가 들어갔으니까요.)

록맨(메가맨) 시리즈의 후속작 <록맨X>

CD 음원의 스팩은 스테레오 16비트 44.1KHz입니다. 이 스팩을 슈퍼 패미컴에서 구현하려면? 일단 음질을 떨어뜨려야죠. 44.1KHz의 소리를 11KHz로 떨어트리면 용량은 1/4로 줄어듭니다. 스테레오를 모노로 바꾸면 다시 절반이 줄어들고요. 이걸 8비트로 바꾸면? 또 절반이 줄어듭니다. 40MB에서 2.5MB가 됐지만, 여전히 게임에 넣기엔 버거운 용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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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히 설명하면 머리가 아프겠죠 

그렇기 때문에 슈퍼패미컴에서는 한 곡 전체를 녹음해서 넣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음색만 녹음하고, 음색들을 조합해서 음악을 만들었죠. 이른바  ‘샘플링’이라 부르는 방식인데요, 실제 악기의 음색을 녹음할 수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리얼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메가드라이브에 비해 슈퍼패미컴 게임에서 관현악 스타일 음악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메가드라이브에서 취약한 타입이 어쿠스틱 계열이었는데, 슈퍼패미컴으로는 구현이 가능했거든요

독특한 음악 세계를 선보인  <여신전생>

# 슈퍼패미컴의 다양한 시도

이 시대에 선보인 게임 음악들은 스퀘어, 에닉스, 코나미, 캡컴 등 전통적인 대형 개발사에서 내놓은 것들이 대체적으로 퀄리티가 높았습니다. 특히 스퀘어는 같은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수준 높은 음악을 선보였죠.

슈퍼패미컴 시대 최고의 게임 음악을 선보인 <크로노 트리거> 

프리 시나리오라는 독특한 시스템의 <로맨싱 사가>

<스트리트 파이터2>의 시모무라 요코가 만든 RPG음악 <LIVE A LIVE>

슈퍼패미컴 중후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용량의 여유가 생기면서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처럼 게임 내 보컬곡을 수록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음질은 아쉽지만, 슈퍼패미컴 게임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오다니…목소리와 반주를 분리해서 무작정 음질만 떨어트린 음악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죠.

보컬곡이 나온다!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 MP3 보급 전부터 컴퓨터로 즐길 수 있었던 모듈 음악

컴퓨터로 FM 음원을 듣기 위해서는 adlib 카드를 장착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시기에, 슈퍼패미컴과 유사한 스타일로 PCM 사운드를 컴퓨터로 만들고 들을 수 있는 도구가 있었습니다.

Scream Tracker, Impluse Tracker 등의 소프트웨어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를 이용해서 만든 음악도 꽤 인기였죠. 유명한 팀으로는 핀란드 출신의 Future Crew를 꼽을 수 있습니다. Future Crew는 일종의 데모 영상으로 유명했는데, 독특한 스타일의 비주얼에 어울리는 음악이 특징이죠.

데모의 경우 의외로 저용량이라는 것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집합체였다고나 할까요?  Skaven, Purple Motion과 같은 Future Crew 팀 내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하게 게임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2.5MB의 용량에 다양한 음악을 담은 Future Crew의 데모 <Unreal>

스크림 트래커를 이용하여 만든 Purple Motion의 <Unreal II>

콘솔 게임기 경쟁, 최후의 승자는?

슈퍼패미컴의 사운드 스팩은 분명 메가드라이브보다 뛰어나지만, 용량의 제약에 의해 음질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아 어딘가 모르게 지저분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미 열화된 음원이기에 현대 기술로 복원하기도 쉽지 않죠.

그에 비해 메가드라이브의 FM 방식은 리얼한 음색 표현에서는 부족하지만, 현대 기술을 통한 고음질 복원에 유리한 것이 강점입니다. 요즘 다시 찾아서 들었을 때, 오히려 더 놀라는 경우도 많죠.

콘솔 게임기 경쟁은 슈퍼패미컴의 승리로  끝났지만, 각기 다른 스타일의 표현 방식으로 경쟁한 덕분에 보다 다양한 게임 음악을 즐길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그 시대의 음악들을 더 소개하며 이만 마칩니다.

 

시대의 역작 <MOTHER 2>

 

집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즐길 수 있다! SFC판 <스트리트 파이터2>

 

던전 내 퍼즐 요소를 도입한 타이토의 RPG <에스트폴리스 전기 2>

 

공간감이 살아있는 음악, <프론트 미션>


황주은황주은 (AMP 게임디자인팀)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 바람의 나라, 아스가르드, 라테일 등 음악 작곡, 아이온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신작에서 이런저런 시도중. 묻어가기 좋아합니다

 

게임 음악 열전 #1 뿅뿅 사운드의 매력 

게임 음악 열전#2 FM 음원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