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밀리터리 #8 비행 시뮬, 거 좀 쉽게 쉽게 합시다

비행 시뮬 게임은 조작하기 어렵다? 게임과 밀리터리, 그 8번째 시간에는 결코 어렵지 않은(!) 비행 시뮬 게임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게임,  F-22 라이트닝 II을 만나 보시죠~. ( ͡° ͜ʖ ͡°)


살면서 꽤 많은 게임을 해 보았고 나름 하드코어 게이머라 자부하며 살아왔지만, 항상 비행 시뮬 앞에서는 작아지곤 했습니다.

어릴 적 용돈을 모아 용산 전자상가 있던 ‘동서게임채널’에 가서 산 F-16 게임(*정확한 타이틀은 잘 기억이…)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설치했는데, 구동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한참을 매뉴얼을 들여다 보며 에러 메세지를 해석해 보니 왠열, 조이스틱이 없으면 실행이 안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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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동네에 있던 ‘세진컴퓨터랜드’로 달려가 조이스틱을 사긴 했는데, 조이스틱을 사면 뭐 합니까. 겨우 실행을 해도 어떻게 이륙을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어린 저에게 비행 시뮬레이션은 ‘넘나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운전은 어찌하나 생각하며 활주로에서 도트로 구현된 지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 더는 뭘 할 수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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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슬플 때면 F-15를 타고 수평선을 바라보곤 해…

과거 연재에서 최고의 밀리터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꼽아보았지만 정작 가장 애정하는 비행 시뮬 게임은 소개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 게임은  진정한 비행 시뮬 덕후들의 비웃음을 사기 딱 좋은 그런 아케이드성 짙은 게임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누구에게나 길티 플레저가 있다는 걸요. 마치 집에서 몰래 러블리즈나 여자친구를 듣는 클래식 동호회 회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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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유로운 덕질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실 수많은 비행 시뮬 게임 중에서 필자가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것은 바로 <F-22 라이트닝 II> 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F-22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배치되었죠. 초도비행을 실시한 지는 거의 20년이 되었고 실전 배치된 지는 약 10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F-22를 능가하는 전투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투기의 대명사처럼 자주 등장하는 F-22. 너무 강력하게 만들어서 미국 외 다른 국가로는 수출도 하지 못하고, 이제 미국 내에서도 생산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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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크고 아름다워! 

사실 F-22 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최초 소요 제기(*군대에서 필요한 무기 사업을 정부에 요청하는 것)는 1981년에 있었고, 프로토타입은 1990년에 개발되었거든요.

그래서 F-22를 소재로 한 게임도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가장 오래된 것은 1991년에 나온 <F-22 인터셉터>로 무려 세가 메가드라이브(*국내에서는 수퍼겜보이로 출시)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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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원만 보태면 수퍼겜보이 살 수 있었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F-22 라이트닝 2는 1996년에 발표된 게임으로, <코만치>와 <델타 포스>로 유명한 노바로직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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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분들 추억 돋죠?

실제 F-22의 제식명은 랩터인데 여기에 라이트닝 2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는,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이 처음 시제기를 만들었을 때 ‘YF-22 라이트닝 2’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이 발표된 1996년은 아직 랩터란 이름이 붙기 전이었죠. 라이트닝 2라는 이름은 나중에 개발되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도입할 예정인) F-35에게 물려주게 됩니다.

처음에 이 게임에서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매우 뛰어난 비주얼이었습니다. 다들 잘 아시잖습니까. 성격이 좋다느니 취향이 잘 맞는다느니 다 거짓말이고 일단 외모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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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 라이트닝 2와 같은해에 출시된 게임인 <제인스 AH-64D 롱보우>의 화면을 비교해 보면 금방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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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육군이 신념을 갖고 사랑했던 AH-64D 아파치 롱보우의 뭔가 좀 부족한 모습

두 게임은 특히 지형 묘사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노바로직의 자랑이던  ‘복셀 스페이스’ 기술 덕택이었습니다.

복셀 스페이스는 일반적인 폴리곤을 사용하는 방식보다 훨씬 정교한 지형 묘사가 가능해서 한때 큰 주목을 받았던 기술이죠.

노바로직은 1995년에 발표한 헬기 시뮬레이션 게임 <코만치>에서 이 기술로 짭짤한 재미를 봤고 이후 F-22 라이트닝 2를 비롯해 <델타 포스>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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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22 라이트닝 2 스크린샷

이제 거의 20년 전의 게임 화면이로군요. 당시 기억으로는 저 스크린샷보다 훨씬 매끄러웠던 거 같은데  처음 봤을 때의 산뜻한 충격 때문에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기억하는가 봅니다.

여러분도 그런 기억 하나쯤 있지 않습니까. 야간에 우연히 만나 매우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되는 여성을 주간에 다시 만났더니 기억과 너무 달라 아연했던 기억 같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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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기억이 있었다면 게임 따윈 하진 않았겠죠 실은 그냥 해 본 소리예요 

게임의 조작도 다른 비행 시뮬과는 달리 상당히 단순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조이스틱도 필요없고 키보드만 가지고도 조작이 다 되는 비행 시뮬이 상당히 드물었던 세태(?)에서 F-22 라이트닝 2의 등장은 충격이었죠. 물론 기존의 비행 시뮬 매니아들은 이를 평가절하했지만요.

그렇지만 F-22 라이트닝 2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노바로직은 1997년에 <F-22 랩터>를, 1999년에는 <F-22 라이트닝 3>를 내놓으면서 꾸준히 후속작을 내놓았습니다.  <팰콘 4.0>과 같은 철저한 비행 시뮬 게임을 만든 마이크로프로즈가 시장의 외면 끝에 결국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수모를 겪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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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면에서 최고였던 팰콘 4.0 

어떻게 보면 노바로직의 F-22 시리즈의 성공이 정통 비행 시뮬 게임의 침체를 선언적으로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 예쁘고 간편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지만, PC 게임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보다 대중적인 취향을 살려야 성공할 수 있게 된 시장의 변화를 상징하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한 것이죠.


김수빈김수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GW 베이직으로는 안되길래 책을 보니 C를 배워야 한대서 엄마한테 학원 보내달랬더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포기. 게임 잡지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게임 잡지들이 하나씩 망하는 것을 목격.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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