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열전#5 너희가 파이널판타지를 아느냐

게임음악열전, 지금까지는 메가드라이브-슈퍼패미컴-PC엔진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의 스팩 변화를 다루었습니다.

그럼 이번 편에서는 소위 말하는 차세대 게임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을 다뤄야겠죠?

하지만 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뤄둡시다. 단 하나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 ͡° ͜ʖ ͡°)


지금까지 게임음악열전을 보면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겁니다. 1편 혹은 슈퍼패미컴을 주제로 한 3편에서만큼은 반드시 다루어야 할 타이틀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필자는 어느덧 게임 음악에 몸담은지 20년이 넘었습니다. 20년 전엔 이렇게까지 한 분야에 매진하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었죠. 그런 저에게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 준 타이틀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음악에 심취하게 만든 타이틀. 수식어가 필요없는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입니다.

 파이널판타지 1 메인 테마 

메인 테마와 함께  파이널판타지를 대표하는 ‘프렐류드’

켰을 때 이 음악이 나와야 파이널 판타지를 시작하는 것 같았죠

파이널 판타지(이하 ‘FF’) 시리즈는 1987년 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가장 유명한 콘솔 RPG 중 하나입니다. 패미컴(1, 2, 3), 슈퍼패미컴(4, 5, 6), 플레이스테이션(7, 8, 9), PS2(10, 11, 12), 그리고 PS3(13, 14)와 PS4(14, 15)까지. 비디오 게임 콘솔의 역사와 함께하는 타이틀이기도 하죠.

FF 시리즈는 각 타이틀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지만, 모두 블록버스터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동시대 경쟁 타이틀에 비해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했죠.

lcrno14wr6vj3v8u9vun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준 FF 10 

플레이스테이션 시절 이후, 그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압도적인 비주얼은 FF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했죠. 압도적인 비주얼과 함께, FF라는 것을 증명하는 또 다른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FF 2의 마을 음악

FF 3 메인 테마인 ‘Eternal Wind’ 연주 영상 

 FF 힐링 계열 편곡 음반인 Potion 중에서 FF 3의 ‘물의 무녀 에리아’

블록버스터라고 하면 특유의 강한 임팩트와 큰 스케일이 느껴지는 음악이 떠오를 텐데요. 그런데 FF 시리즈는 그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FF는 독특한 세계관이 특징인 시리즈인데, 음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 음악의 도입부만 들어도 이건 FF 음악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거든요.

FF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는 우에마츠 노부오입니다. 12, 13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시리즈를 담당했죠. 1편부터 9편까지는 전곡을 맡았습니다.

크기변환_b8c01df3게임음악계의 거성, 우에마츠 노부오 

패미컴, 슈퍼패미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어지는 스팩의 변화에 따라 게임 음악에도 큰 변화가 있었지만, FF는 패미컴 시대 특유의 작법이 돋보이는 특유의 음악 세계를 잘 활용하고 있었죠.

FF는 스팩의 제약으로 인해 멜로디에 무게중심을 실었던 패미컴 시대에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캐릭터별 테마의 존재감이 강한 FF 4에서 세실과 로자의 이벤트에서 나오는 ‘Theme of love’

FF 5의  메인 테마 ‘Ahead on our way’

슈퍼패미컴 스팩으로 RPG에서오페라의 한 장면을 구현한 FF 6

오케스트라 월드 투어에서 주요 레파토리로 선보이는 FF 6의 오페라 장면

보다 더 좋은 스펙을 활용할 수 있었던 플레이스테이션 시대에는 목소리를 활용하는 곡을 선보이기도 했죠. FF 시리즈는 그 유명세에 비해 보컬곡과 성우 음성 도입은 상당히 늦게 이루어진 편이었습니다.

보컬 주제가는 8편에서, 등장인물의 목소리 더빙은 10편이 되어서야 처음 선보였죠. 비주얼은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첨단을 달린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기술을 이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술에 묻어가려 하지도 않았죠.

FF 정규 시리즈 첫 보컬 주제가 ‘EYES ON ME’

일본 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골드디스크에서 ‘송 오브 더 이어’를 수상했죠

최근에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 FF 9의 주제가 ‘Melodies of Life’

FF 3의 어레인지 앨범에서 보컬 편곡을 선보인 ‘The Breeze’

‘Melodies of life’에 기반한 FF 9의 히로인 가넷의 테마

FF 의 보컬곡은 게임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변주를 통해 게임과의 일체감이 높은 게 특징이죠. FF 시리즈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서곡처럼 프렐류드라던가 1편의 메인테마 처럼 같은 음악을 계속 변주해서 사용하면서 특유의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그 이외에도 마을 음악, 전투 음악, 비공정 음악 등 시리즈를 구축하는 주요 테마의 경우, 같은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님에도 FF 특유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전투 음악, 혹은 이런저런 캐릭터 테마의 경우 그야말로 전형적인 FF의 느낌을 주는데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4편에서 나와야 할 것 같은 음악은 묘하게도 6편에는 안 어울린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FF 시리즈의 기본 전투 음악들

FF 시리즈 보스 전투 음악

 FF7의 ‘J-E-N-O-V-A’

우에마츠 노부오는 프로그레시브 락 음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죠

독특한 분위기의 FF 8 라그나 전투 음악   ‘The man with the machine gun’

최근 우에마츠 노부오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피아노 콘서트를 위해 내한하기도 했는데요.  유년시절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쳤던 피아니스트 나카야마 히로유키에게 우에마츠 노부오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멜로디의 신”이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초기 게임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멜로디인데, 우에마츠 노부오의 음악은 그런 멜로디의 집합체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멜로디를 선보였죠. 메인 테마 멜로디를 적절한 시점에 변주해서 캐릭터와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하고,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내한 공연을 한 FF 피아노 오페라 투어

FF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쵸코보의 테마

다음 편에서는 일당백을 해내던 오에마츠 노부오 이후의, FF의 변화된 음악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황주은황주은 (AMP 게임디자인팀)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 바람의 나라, 아스가르드, 라테일 등 음악 작곡, 아이온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신작에서 이런저런 시도중. 묻어가기 좋아합니다

 

 

게임 음악 열전 #1 뿅뿅 사운드의 매력 

게임 음악 열전#2 FM 음원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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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음악 열전 #4 게임 음악을 CD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