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열전 #6 새롭지 않으면 파이널 판타지가 아니다

게임음악열전, 지난 편에 이어 단 하나의 게임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음악은 일본의 유명 게임 음악 작곡가인 우에마츠 노부오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파이널 판타지 10부터 달라진 음악을 만나 보시죠~.  ( ͡° ͜ʖ ͡°)


파이널 판타지(이하 ‘FF’) 9까지는 우에마츠 노부오 혼자 모든 음악을 도맡아 만들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한 FF 10부터는 전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죠. 바로 동료 작곡가들과의 협업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FF 시리즈는 매 작품마다 기존의 틀을 깨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하는 와중에도,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우에마츠 노부오의 음악만은 늘 건재했었죠.

9FF의 우에마츠 노부오는 무도의 유느님 같은 존재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변화를 주더라도 미술과 음악에서 특유의 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FF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으니까요.

가수 이수영이 부른 FF10 한국어판 주제가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와 함께 FF10을 이끌어 가는 메인 테마 ‘자나르칸드에서’

FF10에서는 우에마츠가 메인 테마를 맡으며 작업을 주도했다면, MMORPG 형태로 출시한 FF11에서는 작곡가들의 역할을 좀 더 극적으로 분배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FF11에는 세 진영이 있는데, 각 진영 별로 각기 다른 작곡가가 테마를 담당한 것이죠. FF12는 기존과 다른 개발진의 주도로, 이른바 퀘스트 사단이라고 불리는 팀이 시리즈를 담당했습니다.

우에마츠 노부오는 주제가만 담당하고, 게임 내 음악은 사키모토 히토시가 전담했습니다. FF이면서도 FF가 아닌 것 같은 사키모토 히토시 특유의 음악을 접할 수 있죠.

220px-Hitoshi_Sakimoto수많은 게임 음악을 만든 사키모토 히토시 

FF10의 파생 타이틀인 FF10-2는 ‘프론트 미션’시리즈를 맡았던 마츠에다 노리코가 음악을, ‘크리스탈 크로니클’ 같은 외전 타이틀은 FF11의 작곡가 중 한 명인 타니오카 쿠미가 맡았습니다. 한 명에게 의존했던 음악을 여러 명에게 분산시킨 셈이죠.

FF11에서  마을 사이를 이동할 때에 나오는 ‘Voyager’

FF11 확장팩 시나리오 엔딩곡 ‘Distant Worlds’ 이후 이곡의 이름을 내세워 FF 오케스트라 월드 투어를 시작했죠 

기존 시리즈와 유난히 다른 사키모토 히토시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FF12의 음악들

FF12의 게임 내 음악은 사키모토 히토시가, 주제가는 우에마츠 노부오가 맡아 각기 다른 느낌을 보여주었죠

플레이스테이션3으로 내놓은 FF13의 경우, FF10의 작곡가 중 하나인 하마우즈 마사시가 메인을 맡았습니다. 특유의 화성 진행을 다채롭게 활용하면서, ‘사가 프론티어 2’나  ‘언리미티드 사가’에서 이어지는 하마우즈 마사시 스타일의 전투음악을 FF13에서도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죠.

우에마츠 음악의 특성에 맞추려하기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FF에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100분간 계속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는 FF13 기본 전투 음악 ‘섬광’

FF13-2의 ‘네오 보덤’. FF13-2는 지역에 따라 전투 음악을 구분해 자연스러운 전환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죠 

하마우즈 마사시 특유의 화성을 접할 수 있는 FF13의 ‘라이트닝 리턴즈’ 

MMO로 돌아온 FF14의 초기 버전은 우에마츠 노부오가 다시 음악을 담당해 화제가 됐습니다. FF13으로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MMO로 다시 돌아온 시리즈이니 만큼, FF의 원점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였죠.

하지만 초기 FF14는 실패했고, 새로운 프로듀서를 영입해 리뉴얼을 시도했습니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엔진, 그래픽, 음악을 모두 교체하는, 사실상 게임을 새로 만드는 거나 다름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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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한 FF 14

그래픽 리소스도 거의 재활용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우에마츠 노부오가 만든 약 100여 곡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이후 알게 모르게 기존 곡들을 재활용하긴 했습니다만)

리뉴얼 버전의 음악을 담당한 마사요시 소켄의 경우 어마어마한 작업량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그만의 개성과 FF 시리즈를 향한 리스펙트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FF14의 던전 중에는 기존 작품의 이름을 차용한 곳들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어김없이 기존 시리즈의 그 음악들을 편곡해서 들려 주었습니다. 추억을 현재로 만드는 데 음악도 큰 역할을 한 셈이죠.

FF3의 요소를 차용한 FF14의 ‘크리스탈 타워’. 음악 또한 FF3의 음악을 편곡해 사용한 것이 특징  

신생FF14를 대표하는 전투음악 ‘Torn from the Heavens’

멜로디를 통해 게임의 이미지를 구축한 파이널 판타지는 우에마츠 노부오에 의한 시리즈로,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한 명의 작곡가에 의한 게임이란 인상이 강했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며 보다 다양한 이들에 의해 새로운 FF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갔죠.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모습은  FF라는 게임의 특징이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타이틀.

가장 전형적인 스타일의 게임 음악이면서도 또 그렇지 않은 모습을 두루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FF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FF 전투 승리 음악 모음


황주은황주은 (AMP 게임디자인팀)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 바람의 나라, 아스가르드, 라테일 등 음악 작곡, 아이온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신작에서 이런저런 시도중. 묻어가기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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