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나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

초등학교 4학년. 남들은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나이에 책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해가며 직접 게임을 만든 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이 별난 소년은 과연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되었을까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게임 개발을 리딩하는, 라이브개발그룹 심민규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1 나는 ‘게임 만드는 사람  테야 처음 엔씨에 입사하신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같아요엔씨소프트에는 언제 어떻게 입사하셨나요? 2003년에 입사를 했는데요, 엔씨에 입사하기 전에 다른 IT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 어렸을 때부터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계속 기회를 찾고 있다가 마침 엔씨소프트에서 프로그래머를 뽑기에 병역특례로 입사했습니다.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생각이 강했다고 하셨는데그렇게 게임 회사를 고집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게임에 많은 시간을 들였거든요. 그렇게 보냈던 시간들을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스스로가 게임을 할 때 가장 행복했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다른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고요. 초등학교 때 옆집 형네 놀러 갔다가 우연히 한 켠에 프로그래밍 잡지들이 가득 쌓여 있는 걸 봤어요. 그 안에 직접 따라서 쳐볼 수 있도록 게임 소스 코드를 연재하는 코너가 있었는데요, 그걸 그대로 입력하기만 하면 하나의 게임이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 날로 잡지를 몽땅 빌려와 그걸 컴퓨터에 입력 해보면서 놀았어요.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독학 해서, 당시에 유행하던 테트리스나 알카로이드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친구들한테서 “이게 뭐냐”고 비난을 받긴 했지만요. (웃음)   굉장히 어린 나이에 진로를 정하신 셈이네요. 네. 게임 공략집과 프로그래밍 잡지책을 보는 것이 당시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고등학교(강원과학고)와 대학교(카이스트) 시절에도 줄곧 게임 관련 동아리 활동을 했고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것을 보시면서 부모님께서는 제가 컴퓨터 박사가 될 거라고 기대하셨겠죠? 사실 저는 게임을 잘 만들고 싶어서 컴퓨터를 전공한 거였는데 말이죠. (웃음) 2 알아버렸다리니지의 즐거움! 그렇게 원하던 게임 회사에 입사해보니 어떻던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역시, 처음엔 힘들었어요. 학교에서는 주로 리눅스나 유닉스 같은 텍스트 베이스의 데이터를 다루는 걸 했었거든요. 그러다 윈도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에 들어왔으니, 공부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빨리 선배들을 따라잡고 싶어서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공부와 업무를 병행 했는데, 한 달쯤 지나니까 선배들이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자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는 집에서 잠깐 눈만 붙이고 곧장 회사로 돌아오는 식으로 일을 익혀나갔죠.   처음 입사 이후 줄곧 리니지를 만들어오셨죠? 네. 그런데 처음부터 게임 개발에 투입되지는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플레이어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대신 리니지 개발자들을 위한 툴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리니지 클라이언트 개발을 하게 됐고, 다시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서버 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당시에 정말 좋았던 것 중 하나가, 개발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시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게 일을 배울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수만 라인의 코드를 단 며칠 만에 작업해내시는 선배들도 계셨죠. 그걸 보면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습니다. (웃음) 그분들이 짜놓으신 소스코드를 보면 “내가 저분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도전의식도 샘솟았고요. 그렇게 일을 배워나가면서 개발을 빠르게 하는 작업자로서의 기반을 닦았던 것 같아요. 서버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설의 개발자 이희상 부사장님께서 하시던 일을 이어받게 됐는데요. 부사장님께서 해놓으신 일들을 통해서도 역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제가 운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개발자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는 엔씨의 분위기도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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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은 리니지의 열혈 플레이어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언제부터 즐기셨나요? 어린 시절 도스 게임부터 시작해서 거의 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게임들을 플레이 했어요. 그런데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에 입사하면서부터 시작하게 됐죠. 그러다 입사 초기에 우연히 GM분들과 기획자들이 함께하는 회의에 옵저버로 참석할 기회를 얻었는데 거기서 꽤 충격을 받았어요.   어떤 충격을 받으셨길래요? 개발자들은 보통 코딩 화면만 들여다보면서 일을 하거든요. 그런데 100명에 가까운 GM분들이 모니터를 수십 개씩 붙여서 죄다 우리 게임 화면을 띄워놓고 일하고 계신걸 봤어요.  플레이어들과 최접점에서 소통하는 분들이시니까 플레이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아주 날것으로 이야기 해주시는걸 듣고 있자니 내가 그 동안 우리 게임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3 그것이 리니지를 더욱 열심히 하시게  계기인가요? GM분들께 리니지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종종 찾아 뵙고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말씀도 듣고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GM 한 분이 저한테 “켄트 마을 창고지기 앞에서 잠깐 보자”고 하시더니 엄청 좋은 장비들을 잔뜩 주시는 거예요. 그 전에는 장비 문제로 못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장비가 좋아지니까 아무래도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은 GM분들이 얼마씩 갹출해서 저한테 장비를 마련해주셨던 거였어요. GM분들과 소통하면서 외려 배운 것이 많았는데 그 분들은 또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제가 기특해 보이셨는지… (웃음) 그게 고마워서 그 후로는 더 열심히 게임을 했습니다. 4   # 2012, ‘격돌의 바람 불어왔다 2012년에 실장이 되면서 리니지1개발실을 이끌게 되셨는데요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당시 상황에 대해서 긍정적인 말씀을 하시는 분은 사실 거의 없으셨어요. 수년간 쌓인 문제점들로 인한 여러 시그널이 보이기 시작했고요. 그런 상황에서 디아블로3 등 경쟁 대작들까지 출시되면서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이 높아진 상태였지요.   어떤 대응을 하셨나요? 사업, QA, 분석 조직에서 주신 많은 자료들과 제가 리니지를 직접 플레이 하면서 느낀 불편함이나 함께 게임을 하는 분들로부터 들은 얘기들을 바탕으로 정리 해 놓은 파일들을 우선 검토 해봤어요. 그중에는 UI/UX적인 문제점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그 리스트에 있던 것들이 2012년 9월에 있었던 ‘격돌의 바람’ 이란 이름의 업데이트 당시에 많이 반영이 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리니지를 담당하는 각 부서에 있는 분들은 다들 게임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에요. 하드코어한 리니지 플레이어들이기도 하고요. 워낙 열정들이 넘치다 보니, 그 당시 회의만 했다 하면, 눈물 콧물 쏟으면서 많은 토론과 토의를 했었는데요. (웃음) 그 열정 덕분에 ‘격돌의 바람’ 업데이트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상황 속에서도 아침마다 ‘오늘은 또 어떻게 발전시켜볼까’ 하는 생각에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했었던 것 같아요. 격돌의 바람_클래스 격돌의 바람’ 업데이트를 통해서 정확히 어떤 것들이 수정됐던 건가요? 우선 제일 염두에 뒀던 것이 플레이어들의 초기 동선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A – B – C – D의 순서로 플레이 하는 게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가장 좋다고 했을 때, 당시에 그런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부분이 지적됐었어요. 물론 리니지는 플레이어의 자율성이 보장된 게임이고 우리가 플레이어들에게 플레이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좋다’라는 것 정도는 알려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플레이인지 정보를 줄 수 있도록 게임을 수정해 나갔죠. 그 밖에도 UI/UX적인 문제들을 포함해서 수백 가지의 문제들을 풀어나갔어요. 5 격돌의 바람’ 업데이트는 리니지가 지금까지도 오랫동안 사랑 받는 게임이 되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변곡점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그런 점에서 정말 많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특히 24시간 대기조처럼 일했던 직원들에게는 미안하면서도 감사했어요. 나중에 ‘이 분들이 당시에 얼마나 일했나’ 시간을 체크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 노고들을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개발, 사업, QA, 운영, 플랫폼 등 모든 조직이 한 마음으로 손발을 척척 맞춰서 움직였기 때문에 다들 힘든 줄 모르고 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장 고마운 건 고객들입니다.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업데이트를 막상 해놓고 나니까 부족한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호응이 뜨거웠고, 그래서 그 이후로 “더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보고 고치고 돌아보고 고치는 걸 계속하게 됐습니다. 2012년 9월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업데이트가 ‘격돌의 바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2015년 말에 있었던 ‘잊혀진 섬’ 업데이트도 마찬가지였고요. 앞으로도 그런 작업들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인터뷰 내내 ‘고객들에게 고맙다 말씀을  많이 하시는  같아요. 리니지는 오픈월드 형 게임이고 플레이어들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규율과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게임이거든요. 우리는 그저 그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서 제공했을 뿐이고, 플레이어들 스스로 이 세계를 만들어가면서 19년째 계속해온 거예요. 이렇게 오랜 시간 라이브 서비스가 되면서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는 게임이 과연 또 있을까요? 게임으로서의 리니지는 이제 거의 문화재와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심에 고객들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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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나는 ‘게임 만드는 사람 상무님의 개발 인생은 리니지와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같네요. 그렇네요, 리니지가 올해로 19년째인데 그 중 14년을 저도 리니지와 함께 했으니까요.   지금은 리니지뿐 아니라 리니지2, 아이온,블레이드&소울까지 다양한 게임의 개발을 책임지고 계신데요일을 하시면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각 IP 간의 교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팀장들끼리의 모임을 만들어서 각각의 장단점과 공통된 문제점 등에 대해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물론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플레이어들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어떻게 더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부분이죠. 단순히 지금 당장 만족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게임의 미래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과 요소들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게임 시장 환경과 관련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PC에서 누렸던 즐거움을 모바일로도 이어간다’라는 정신으로, 리니지 모바일 등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요. 고객들의 기대에 걸맞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저희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엔씨에서는 올해 여러 개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PC 게임의 형태가 갖는 한계를 넘어선 모바일 게임만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6 앞으로 게임 개발 관련된 계획들을 말씀해주실  있으신가요?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다양한 혁신 기술들과 접목 되었을 때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블레이드&소울에 AI 기술이 도입된 ‘무한의 탑’이 공개 되기도 했는데요. 이것도 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게임은 VR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의 접목이 가능합니다. 커뮤니티를 더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개발자가 만들지만, 게임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은 플레이어분들이시니까요. 더 오랫동안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연구하는 것은 개발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게임들이 가지는 IP의 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3D MMORPG의 선두주자였던 리니지2를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특히, 블레이드&소울의 경우,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력,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IP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뮤지컬로 만들어 지기도 했고, 최근 플레이엔씨 홈페이지의 ‘서고’라는 코너를 보시면, 블소의 다양한 스토리를 웹툰, 소설 등으로 재미있게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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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제 ‘글로벌 게임’이라는 말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정도로, 게임에 있어서 국가의 경계는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목표로 이야기 하는 것이, ‘5억 명 이상이 즐길 수 게임을 만들겠다’는 거예요. 5억이라는 플레이어 숫자는 어떤 게임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겠죠. ‘부모가 자식에게 권할 수 있는,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어야 가능한 숫자라는 얘기고요. 만일 그 게임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서도 안 되는 거잖아요. (웃음) 게임의 가장 핵심 가치인 ‘즐거움’을 중심으로 인류애와 인간에 대한 존중 같은 가치들이 잘 녹아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더불어 모바일, VR, AI 등 새로운 기술들도 계속 시도하며 게임을 만들어갈 테니, 많이들 기대해주시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