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미스터리 #1 어쌔신 크리드와 비밀결사

음모론, 초능력, 외계인, 초고대문명…이처럼 매력적인 소재들을 한 방에 커버할 수 있는 마성의 단어, 바로 미스터리입니다.  

게임과 밀리터리에 이어, 이번엔 게임 속 미스터리를 속속들이 파헤쳐 보려고 하는데요, 

대망의 1편에서는 ‘어쌔신 크리드’에 등장하는 비밀결사  ‘프리메이슨’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 ͜ʖ ͡°)


미스터리도 밀리터리 못지 않게 게임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미스터리와 밀리터리, 심지어 글자도 비슷합니다. (예, 물론 이제 밀리터리로 쓸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미스터리는 밀리터리보다 훨씬 포괄적인 범위를 다룹니다. 그만큼 소재 고갈로 허덕이는 일이 당분간 없으리라는 것이 저의 작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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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소재 고갈만은 제발…

게임과 미스터리 연재를 시작할 때 첫 회 주제로 ‘프리메이슨’만큼 좋은 소재가 또 있을까요? 

프리메이슨은 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비밀 단체입니다. 원래는 중세의 석공 길드에서 비롯된 단체인데, 절대자의 존재와 영혼의 불멸(…)을 믿는 성인 남자만 가입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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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에도 몇 번 나왔죠 

프리메이슨은 일종의 비밀결사대 성격을 띄고 있는데요, 때에 따라서 회원 자격을 박탈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프리메이슨을 좋아합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과거에 프리메이슨 관련 글을 두어 번 쓴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트래픽이 엄청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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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입니다.

프리메이슨에 대한 음모론은 모두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유명한 사람 또는 권력을 가진 사람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프리메이슨의 일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이 어떠한 조직인지를 설명합니다. 음지에서 세계를 조종하는, 유서 깊은 ‘그림자 정부(이런 제목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죠)’라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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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가지 손 사인들(hand signs)

투명 드래곤처럼 짱 세면서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이 있는데, 게다가 역사도 오래돼서 막 중세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하니 얼마나 멋이 나겠어요!

게임이 이런 소재를 놓칠 리 없죠. 프리메이슨 혹은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음모론은 게임에 종종 등장하는 단골 손님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입니다. 벌써 주요 시리즈만 9개가 나왔네요. 십자군 전쟁을 다룬 1편부터 어느덧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까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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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는 워낙 할 얘기가 많아서 몇 번에 걸쳐 설명하겠습니다 (이렇게 몇 회 벌었다!)

언젠가는 ‘어쌔신 크리드 : 조선’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참고로 20세기 초반에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 중에도 프리메이슨이 여럿 있었습니다. 홍대 인근의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에 가 보면 프리메이슨 표식과 문구가 새겨진 묘비들을 볼 수 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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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에 프리메이슨이 직접 나올 거라 기대하셨다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프리메이슨이 직접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 프리메이슨 단체는 지금도 온전히 실존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기엔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지하 정부 눈 밖에 났다간…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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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구여!

그래서 게임에서는 주로 나이트 템플러(Knights Templar, 성당기사단)을 활용하곤 합니다. 템플러 조직이야  중세 때 이미 싹 사라진 조직이라 써먹어도 소송 걸릴 일이 없는데다, 음모론가들 사이에서는 프리메이슨의 전신으로 통하곤 하니까요.

어쌔신 크리드에서 템플러는 마치 음모론에서 프리메이슨을 다루는 방식처럼, 세계 정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조직으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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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마이클 패스빈더 주연의 영화로도 선보이네요 

프리메이슨 같은 음모론 조직을 다룬 옛날 게임 중에는 ‘데이어스 엑스’라는 걸작이 있습니다.  MJ-12, 일루미나티, 성당기사단, 빌더버그 그룹, 그리고 삼극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까지!

프리메이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음모론 업계 어르신들이 총출동합니다. 그리고 이들기리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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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업계 어르신들 모여라! 

게임 엔딩에서 주인공은 심지어 그림자 세력으로 알려진 일루미나티 일파와 손을 잡고 일루미나티의 영광을 되살릴 수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저 같아도 일루미나티 같은 단체가 있으면 가입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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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가 아니라 당연히 안 받아주겠죠…

왜 가입하고 싶냐구요? 세상에나 마상에나 전세계를 흑막에서 조종하고 있는 단체가 있대요, 그것도 매우 성공적으로요! 

성공하는 조직, 똑똑한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 건 모든 직장인의 공통된 욕구 아닐까요…(여기서 또 직장인이 나오는 어쩔 수 없는 직딩의 굴레 ㅠㅠ ) 

사실 바로 이러한 점이 음모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증 아닐까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도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멍청이들도 자연스레 늘어납니다. 그렇기에 전세계를 성공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규모의 단체란 허상에 불과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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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똑똑이들이 한데 모인 프리메이슨 집회 모습  

 

역사적으로 프리메이슨은 고급 사교 모임에 가까웠습니다.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자유로운 사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교회의 억압을 피해 자유롭게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조직이 바로 프리메이슨이었으니까요. 

모차르트 같은 천재 예술가나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에 프리메이슨이 있었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들과는 달리 깨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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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 의식 예복을 입은 조지 워싱턴 

프리메이슨을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만든 사건은 프랑스 혁명(1789~1799)입니다. 왕정을 무너뜨리고 기존의 기독교 질서보다 사상의 자유를 추구했던 프랑스 혁명은 자연스레 인근 왕국들을 긴장시켰죠. 

그리하여 1797년경, 영국과 프랑스에서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비밀 결사들이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와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내용의 책들이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왕정과 기독교로 대변되는 기존 질서를 옹호하는 이들이 현재의 위기에 대처해 뭔가 ‘근거’를 만들어 낸 것이라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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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배후 조직이 숨어있다는 생각은 여러 가지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합니다. 어쌔신 크리드나 데이어스 엑스는 그런 상상을 멋드러지게 활용한 좋은 사례입니다. 

다음 편에서도 미스터리를 게임 안에 멋드러지게 녹여 낸 매력적인 사례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커밍순.


김수빈김수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GW 베이직으로는 안되길래 책을 보니 C를 배워야 한대서 엄마한테 학원 보내달랬더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포기. 게임 잡지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게임 잡지들이 하나씩 망하는 것을 목격.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