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리니지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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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칭했다고 끝난게 아니야

리니지를 계승하고 있지만, 리니지와는 다른 재미를 가져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이 주어져 있었던 리니지2. ‘심플하지만 화려한 디자인 부탁해요.’ 와도 같았던 어려운 퀘스트를 무사히 완수하고, 당시 사내에서 진행되던 다양한 프로젝트 사이에서 살아남아 런칭에 이르기까지 리니지2가 겪었던 험난한 여정을 1편에서 전해 드렸었죠+ㅂ+ (All About 리니지2 1편 다시보기!)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라고…무사히 런칭했다고 고난이 끝날 리 없었다! 이번 편에서는 리니지2를 세상에 선보인 뒤 개발팀이 맞닥뜨린 난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타사 작품과의 경쟁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다양한 고민거리, 그리고 이에 대해 다각도의 개선을 시도하면서도 리니지2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RPG의 정신’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리니지2 핵심 개발진으로서 개발의 중심에서 고민을 외쳤던 김형진 상무가 전해드리는 리니지2 이야기, ALL ABOUT 리니지2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


#와우의 공습을 이겨내다

치열한 사내 경쟁에서 살아남아 런칭하게 된 기쁨도 잠시, 리니지2는 회사 밖에서 또 다른 라이벌을 만나게 된다. 당시 대단히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바로 그것이다. 와우는 레벨업과 레벨업 사이에 다량의 작은 퀘스트를 부여하여 전개에 속도감을 주었는데, 이 시스템이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맺어 큰 퀘스트를 오랜 시간에 걸쳐 함께 풀어나가는 리니지2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개발실 내에서도 이 차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차이를 넓힐 것이냐, 좁힐 것이냐, 어쩔 것이냐, 등등.

그러나 최종적으로 우리는 원래 가지고 있던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한 번 결정한 뒤에는 망설임 없이 프로젝트를 지속했다. 어설프게 남을 따라하기 보다 원래 잘하던 것을 잘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여겼다. 애초에 컨셉으로 잡았던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꾸준히 그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었다. 관계맺기를 중시하는 한국 게이머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게임 내 네트워킹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탄생한 커뮤니티들이 결국 리니지2를 장기적으로 지탱해 주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리니지 2가 와우를 이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거대한 해일과도 같았던 와우의 습격에 잘 버텨냈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와우에 맞서 한국 게임시장을 지켜냈다는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성과인지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그저 우리의 게임을 묵묵히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런칭 전이나 런칭 후나 변한 것은 없었다.

이후 몇 년간 두 게임 다 부침을 겪게 되지만, 현재 리니지 2는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했던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리니지 2는 성공한 게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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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듯도 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

 

#청출어람의 비결은 세 가지

개발 초기부터 ‘청출어람’의 사명을 띄고 있었던 리니지2. 리니지2가 전작과의 차별성을 가지게 되는 지점은 여러 개 있었으나, 세 가지로 요약해 보자면 <3D 구현>, <파티플레이>, <게임내 관리시스템의 발전>으로 정리할 수 있다.

리니지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누가 뭐라 해도 공성전이다. 하지만 리니지의 그래픽으로는 공성전의 전투를 리얼하게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당시 유저들은 상상력을 동원한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리니지2를 만든다면 공성전의 스펙터클함을 꼭 실제 경험에 더 가까운 형태로 구현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3D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당시 성인 유저들이 3D 게임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3D게임 개발에 도전했던 이 경험이 리니지2는 물론이고 향후 개발되는 엔씨소프트의 게임에도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로는 파티플레이 지원 시스템이다. 당시 미국 게이머들 사이에는 여럿이 모여 함께 전투하는 게임 문화가 일반적으로 자리 잡혀있었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았다. 여러 클래스가 합을 맞춰 싸우는 게임의 재미를 국내 게이머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알기로 리니지2는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파티 시스템이 게임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MMORPG게임이다. 파티 플레이가 이끌어낸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파티플레이를 통해 사람들은 게임 내에서 더 긴밀하게 네트워킹했고, 게임 세상을 넘어서는 세계와 커뮤니티를 스스로 창조해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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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랑도 놀아줘…” 파티 방을 만들면 머리 위에 친구가 없다는 표식이 뜬다

리니지가 운영되고 있었던 때는 지금처럼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시대가 아니었다. 일단 게임의 규모가 그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치도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게임 시스템에 피드백을 주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바탕으로 밸런싱을 시작한 것이 바로 리니지2이다. 데이터 관리에 대해 사전 계획하여 보다 체계화 된 규칙을 정립하였다. 이는 추후 쌓여가는 사용자 경험을 시스템 차원에서 분석하고 관리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게임 운영 초기의 여담 하나. 리니지2 몹 중 박쥐가 있는데, 일정 시간이 되면 출몰 장소에 박쥐가 떼로 생성되곤 했다. 근처에서 사냥하던 사람이 헬프를 요청하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함께 박쥐떼를 잡곤 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다. 잘 만든 콘텐츠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프로그래머가 ‘사실은 박쥐가 떼로 생기는 건 버그입니다…’ 라고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없애기에는 아쉬운 콘텐츠였으나 게임 운영 초기였고 안정화가 무척 중요한 시기였던지라 어쩔 수 없이 고쳐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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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이 없으면 팥빙수가 아니고 자유가 없으면 RPG가 아니다

게임을 관리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플레이어의 자유였다. 게임 내 기본 원칙은 개발자가 철저히 관리하지만, 그 관리가 플레이어의 자유를 저해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관리’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게임 내에서 사람을 때리는 것이 문제가 되면 시스템적으로 때리지 못하게 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아이템 교환이 현금거래 문제로 번진다면 교환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하지만 이런 형태로 개발자가 개입하는 행위는 ‘플레이어에게 자유를 준다’는 RPG 게임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플레이어들에게 가상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페널티’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문제적 행위를 막기 위해 물리법칙을 바꿔버리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적용되는 페널티를 통해 플레이어가 가상세계 안에서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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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엔씨소프트 게임에서 GM에게 넣는 문의는 ‘민원’의 형태에 가깝다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에서 개발자와 그 위치를 두고 혹자들은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게임 내 물리법칙을 제어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리니지2는 플레이어들의 요구에 맞추어 개발하고 플레이어의 자유에 가장 집중한다는 개발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그 원칙을 지켰다. 우리는 RPG의 본질을 지키면서 – 즉 플레이어의 자연권을 구속하지 않으면서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규칙이 ‘입법’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리니지2 개발자가 게임 안에서 가지고 있는 어떤 위치를 굳이 설명한다면 세상을 창조한 신()보다는 오히려 인구 10만 도시의 시장(市長)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김형진 상무의 <All About 리니지2>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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