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미스터리 #4 어쌔신의 역사적 진실

음모론, 초능력, 외계인, 초고대문명…이처럼 매력적인 소재들을 한 방에 커버할 수 있는 마성의 단어, 바로 미스터리입니다.  

게임과 미스터리, 4편에서는 ‘어쌔신 크리드’의 핵심인 어쌔신의 전설같고 레전드 같은(!)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 ͜ʖ ͡°)


게임과 미스터리 기획 초기부터 줄곧 염두에 뒀던 바로 그 게임을 소개할 차례로군요. 어쌔신 크리드! 훌륭한 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매혹적인 스토리라인(혹자는 끊임없는 떡밥의 연속이라고…) 으로도 아주 유명한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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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구역의 떡밥 왕이다!  ( ゚Д゚)y─┛~~

어쌔신 크리드는 시리즈 초반부터 워낙 던지는 떡밥이 많아서, 다룰만한 소재도 아주 풍부합니다. 게임과 미스터리 1편에서 다루었던 비밀결사 ‘프리메이슨’을 비롯해 인류 외계인 기원설 같은 것도 다 연관돼 있죠. 

이번에는 시리즈의 중요 배경이 되는  ‘어쌔신(assassin)’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암살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그들의 실체는 늘 베일에 싸여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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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로 암살자들! #넘나비장한것 

그런데 어쌔신이라는 단어가  ‘하시시’라는 대마의 한 종류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를 아시나요?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그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 어쌔신의  ‘전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1세기에 ‘하산 이 사바’라는 한 시아파 이슬람교 지도자가 살았습니다.

박학다식하면서도 (한국인이 참 좋아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하산 이 사바는 당시 이슬람 세계에서 소수파였던 니자리 이스마일파를 전도하기 위해 각지를 떠돌다가 현재 이란에 해당하는 알라무트라는 지역의 한 요새를 점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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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동산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과 풍광을 자랑하는 알라무트 요새 터

난공불락의 요새이긴 하지만 알라무트는 당시 수니파 이슬람 국가였던 셀주크 제국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소수파였던 니자리 이스마일파인데다가 이를 꾸준히 주변에 전도했던  하산 이 사바의 알라무트를 셀주크 제국이 곱게 봤을 리 없죠.

언제나 북ㅎ…아니 셀주크 제국의 안보 위협을 받던 알라무트에는 신앙심이 강한 신도들로 이루어진 암살단 조직이 있었습니다. 당시  ‘피다이’라 불렸던 이들은 대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숨을 버릴 준비가 돼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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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해서라면…!

그럼 대체 하산 이 사바는 어떻게 이들로부터 목숨까지 기꺼이 내던질 수 있는 헌신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요? 여기서 하시시가 등장합니다.

13세기의 여행자(라고 쓰고 프로구라꾼이라고 읽는다)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은 하산 이 사바가 요새 안에 아름다운 정원을 꾸며놓고 젊은이들을 하시시에 취하게 한 후, 그곳에 데려가 각종 향락을 누리게 했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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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출간된 <동방견문록>에 수록된 하산 이 사바의 정원

각종 저작물에서 이 환상의 정원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대부분 창작인) 묘사들이 많지만 그 내용은 여기서 소개하기엔 좀 그러니까…각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환각 상태에서 깨어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죠. 그럼 하산 이 사바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천국을 맛보게 해 준 것이며, 자신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버리면 다시 그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충성 서약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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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원조로 불리기도 하는 하산 이 사바 

그리하여 소수에 불과했던 니자리 이스마일파는 알라무트 외에도 몇몇 거점 지역을 세워 꽤 융성하게 되는데,  어쌔신 크리드의 배경이 되는 마시아프(현재 시리아 북서부) 또한 그런 주요 거점 요새 중 하나였습니다.

‘알 무알림’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알타이어의 스승인 ‘라시드 앗딘 시난’은 실제로 마시아프의 어쌔신 집단을 통솔하고 있던 종교지도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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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어(왼쪽)와 알 무알림(오른쪽)의 단란했던(?) 한때

라시드 앗딘 시난은 가공할 만한 능력의 보유자였습니다. 십자군에 맞서 싸웠던 명군 살라딘이 수니파 이슬람 제국인 아이유브 왕조를 건설하면서 니자리 이스마일파의 요새인 마시아프를 공격했는데, 라시드 앗딘 시난은 살라딘의 위력적인 공격도 막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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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무알림은 아랍어로 ‘가르치는 자’ 라는 뜻으로 영어 단어로는 멘토(Mentor), 즉 스승 입니다

그래도 역시 족발도 원조 장충동 족발이 최고이듯, 어쌔신에 대한 대부분의 신화는 원조인 알라무트의 하산 이 사바를 통해 나온 것입니다. 

# 어쌔신의 역사적 진실

알라무트는 하산 이 사바 사후에도 100년 넘게 니자리파의 핵심 근거지로 남아있다가, 1256년 칭기즈칸의 손자인 훌라구 칸의 공격에 의해 함락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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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어쌔신이라도 칭기즈칸한테는 안 되더군요

그림은 1438년에 발표된 ‘알라무트의 포위’

이때 훌라구 칸의 정복 전쟁에 동행했던 아타 말릭 주와이니라는 역사가가 알라무트의 도서관에 있던 자료 내용을 일부 기록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알라무트와 하산 이 사바에 대해 역사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자료는 모두 주와이니의 기록에서 나옵니다.

1-48아타 말릭 주와이니는 수많은 저서를 남겼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 주와이니가 남긴 알라무트에 대한 기록에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다뤘던 환상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마르코 폴로가 어디서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죠. 

어쌔신이라는 이름이 하시시에서 기원했다는 얘기도 정설이라 보기에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그 어원이 ‘하사니인’, 다시 말해 ‘하산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설도 있거든요.

게다가 하산 이 사바는 매우 금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들을 처형시키기도 했다고 하거든요(아이고 무셔라ㄷㄷㄷ).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며 모든 것이 허용된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전반에 걸쳐 종종 나오는 어쌔신의 모토인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며 모든 것이 허용된다(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는 하산 이 사바가 임종 직전에 했다는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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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죠 

절대적인 진리를 거부하고 인간에게 무제한적인 자유를 부여하는 것 같은 이 말에 매료당한 건 어쌔신 크리드를 해본 사람들만은 아닐 겁니다. 20세기 문학의 거장 중 하나인 윌리엄 버로우즈는 아예 <하산 사바의 마지막 말>이란 시를 쓰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이 말조차도 하산 이 사바가 한  말은 아닙니다. 하산 이 사바에 대한 역사적 기록에서는 이러한 언급을 찾을 수 없거든요. 

아마도 슬로베니아 출신의 작가 블라디미르 바르톨이 1938년에 쓴 <알라무트>라는 소설(*한국어로도 번역돼 있습니다)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 같습니다. 하산 이 사바가 이런 말을 했다는 언급은 오직 20세기의 책들에만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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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국내에 출간된 <알라무트> 

이 말의 가장 오래된 버전은 아마도 19세기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니체는 어쌔신 교단을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며 모든 것이 허용된다.’가 그들의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바르톨도 과거 니체 번역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 니체를 통해서 어쌔신의 모토를 넣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모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버로우즈를 비롯하여 로버트 안톤 윌슨 같은 SF작가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20세기에 유행한 카오스 마법(*나중에 소개하겠습니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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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카오스의 마법 @_@

몽골의 침략 이후 어쌔신 교단은 거의 절멸되다시피 했지만, 니자리 이스마일파는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시아파 이슬람 교인 중 20퍼센트가 니자리파입니다.

현재 니자리 이스마일파의 지도자인 아가 칸 4세는 세계 왕실 가문 중 10대 부자(!) 가문으로 손꼽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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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여성은 미국의 슈퍼모델 켄드라 스피어스입니다. 라힘 아가 칸과 결혼해 작년에 아이를 낳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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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역사적인 인물들이 게임에 등장해 활약을 펼치는 어쌔신 크리드. 이 게임은 역사물, 음모론, SF가 뒤섞인 매혹적인 스토리로 수많은 게이머들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올해 말에 선보일 동명의 영화도 아주 기대가 큽니다. 물론 결과물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요. 

무려 마이클 패스빈더, 마리옹 꼬띠아르의 ㅎㄷㄷ한 캐스팅… 게임만큼만 재밌어다오


김수빈김수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GW 베이직으로는 안되길래 책을 보니 C를 배워야 한대서 엄마한테 학원 보내달랬더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포기. 게임 잡지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게임 잡지들이 하나씩 망하는 것을 목격.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뿐.

 

 

 

 

게임과 미스터리 #1 어쌔신 크리드와 비밀결사

게임과 미스터리 #2 게임으로 만나는 크툴루 신화 

게임과 미스터리 #3 엑스컴 시리즈와 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