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게임 #9 창세기전2

게임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내 인생의 게임, 이번엔 국내 최초의 시물레이션 RPG이자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로 수많은 유저들을 매료시켰던  ‘창세기전2’를 소개할까 합니다. 

창세기전 시리즈를 접한 뒤 게임 개발자의 꿈을 품게 되었다(!)는  리니지모바일개발실 양진혁 대리의 사연을 만나 보실까요~?  ( ͡° ͜ʖ ͡°)


제 인생을 뒤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 바로 창세기전 시리즈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생일 선물이란 이름으로 제 품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ㅁ^

여담이지만, 사실 처음 생일 선물로 고른 건  ‘무인도 이야기’ 였습니다. 지극히 순수하게(!) 서바이벌 장르를 좋아했기 때문인데, 패키지 그림을 보고 뭔가 단단히 오해(?)하신 가게 주인 아저씨가 고심 끝에 다른 게임을 추천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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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인도 이야기인데 패키지 커버엔 미소녀들이 ・( ̄∀ ̄)・:*:

그 게임이 바로 제 인생의 게임, ‘창세기전2’ 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기어이 게임 잡지 번들로 무인도 이야기도 구했다라는 뒷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전 집요한 남자니까요.   ( ͡° ͜ʖ ͡°)

창세기전2

짜잔! 이것이 바로 창세기전2!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이 게임이 가져다 준 감동과 충격이란…그 덕분에 뭘 모르던 나이에도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는 진지한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게임을 골라줄 수 있는 선구안(!)을 기르시기 바랍니다. 어릴 때 접한 게임에 따라서 아이의 미래가 바뀔 수 있으니까요. 

 # 모든 시리즈의 진정한 출발점

창세기전2는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빡! 오듯이 창세기전1의 후속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창세기전 팬들은 창세기전2가 모든 시리즈의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죠.

왜냐하면 창세기전1에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 정도 밖에 담겨있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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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해서 창세기전1은 가짜고 2는 진짜란 얘긴 아닙니다 ㅎㅎ 

창세기전1은 주인공인 흑태자가 자신의 정체를 깨닫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뚝! 하고 끝나 버립니다. 무려 플로피디스크 10장이라는 방대한 불륨을 가진 게임임에도 어설픈 시점에서 맥이 끊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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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김진이 작업해 화제가 된  흑태자 일러스트 

하지만 창세기전 2는 CD롬으로 발매되면서 용량의 제약에서 한층 자유로워졌습니다. 게다가 그래픽과 사운드도 강화되었으니 이 어찌 아니 좋을쏘냐! 

무엇보다 제대로 된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게 창세기전2의 가장 큰 강점이었죠. 2가 출시되면서 사실상 전작은 시리즈 내에서 건너뛰어도 무방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 다크다크한 비극적인 이야기

팬으로서 모든 창세기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피할 수 없는 비극, 영웅의 희생, 그리고 (거의 반드시) 파국을 맞는 로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전2가 이전에 플레이했던 게임과 가장 달랐던 점은 무겁고 진지한 시나리오였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인 흑태자는 세계를 구하고도 연인 이올린 왕녀의 손에 죽게 되죠.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장렬한 최후라니…! 어린 나이게 충격 한 바가지 먹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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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연인의 손에 죽다니…

 게임 시나리오를 매우 거칠게 요약하면, 창세기전2는 오랜 분쟁을 겪어온 두 진영이 힘을 합쳐 세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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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비중 있는 인물들만 모아도 이만큼이나 되는 대서사시! 

각 진영의 대표 캐릭터가 바로 흑태자와 이올린 왕녀인데요,흑태자는 이올린의 왕국을 멸망시킨 후 친구의 배신으로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G.S라는 이름의 레인저로 생활하게 됩니다. 이때 왕국을 재건하기 위한 기사단을 이끄는 이올린을 만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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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다크한 사랑을 보여준 흑태자와 이올린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며 이올린 왕녀와 G.S는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G.S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이 로맨스 라인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흑태자는 그동안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섬기던 신들에 의해 대륙이 멸망할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이올린과의 연합을 위해 정체를 감추고 G.S와 흑태자 역할을 병행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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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2병 대사라니 (;◔ิд◔ิ)

결국 흑태자와 연합 세력은 신들을 물리치고 대륙의 평화를 되찾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힘이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흑태자는 이올린에게 자신을 죽여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렇게 이올린은 흑태자를 죽이기 위해 다가서지만, 이때 이올린은 투구 틈으로 보인 눈동자를 보고 흑태자와 G.S가 같은 사람인걸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올린은 망설이지만 흑태자의 설득 끝에 결국 칼을 찌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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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흑태자바보 

이후 흑태자는 죽고 실의에 빠진 이올린은 왕녀로서 가진 모든걸 내려놓고 흑태자가 죽은 섬에서 유품인 검을 지키며 칩거에 들어 갑니다. 이 얼마나  슬픈 엔딩이란 말입니까!! ㅠ_ㅠ 

 # 한국 게임사상 다시 나오기 힘들 매력적인 캐릭터

캐릭터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요? 창세기전2의 주인공 흑태자는 국산 게임에서 다시 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물론 시리즈 사상 최강의 먼치킨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스토리 전반에서 담당한 역할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서 흑태자의 정체성이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아주 꿀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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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마 방향에 따라 정체성이 미묘하게 바뀌는 흑태자 (투구 없는) ver. 

 흑태자는 처음엔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에 선 거대한 악이었습니다. 기억을 잃을 후엔 어라라? 저항군의 핵심 인물이 되고요.

그러다 모든 기억을 되찾은 후에는 진영 간 통합으로 세계를 구하고 평화를 이끌어 낸 메시아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성격과 배경 이야기가 거대하게 요동치는 캐릭터는 국산 게임에서는 아마 전무후무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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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지만) 동일인물입니다 

 이후 시리즈에서 주연급 캐릭터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반복되지만, 그 누구도 창세기전2의 흑태자 만큼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흑태자포에버 

 #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로막는 풍성한 버그

지금까진 찬양 수준으로 칭찬을 했는데요. 창세기전2에는 심각한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엄청난 양(!)의 버그와 불안정한 시스템…캐릭터의 능력치가 꼬여버리는 건 수시로 있는 일이고, 뜬금없이 게임이 종료되는 일도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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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가 많아도…너무 많아 

그리고 이후 시리즈에서도 이 전통(?)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게임을 실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버그가 수시로 발생했으니까요. (심지어 새 시리즈로 발매한 ‘마그나카르타’는 ‘버그나깔았다’는 혹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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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나깔았다, 아니 마그나카르타 는 2001년에 출시된 게임입니다 

지금처럼 손쉽게 버그 패치를 구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보니 그저 하늘의 뜻에 모든 걸 맡기고 위험천만한 플레이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장을 못해서 날려먹은 플레이 시간만 해도 백 시간은 훌쩍 넘을 것 같네요. #물어내라 #내유년시절 

 # 다시 만나기 힘들 국산 IP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이만한 국산 게임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그 인기는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증명되는데요.

판매량이 적은 게임이 아니었음에도 중고 시장에서 창세기전2의 가격은 해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세기전1 파실 분들은 부디 연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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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레어 오브 레어! *ㅁ* 

그러고보니 얼마 전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 온라인 게임도 출시되었습니다. 팬으로서 게임이 출시된 자체가 기쁘지만, 역시 예전 패키지 게임 시절의 창세기전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과거처럼 완결성 있는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는 국산 게임 자체가 줄어버린 상황이라 아쉬움이 더 큰 듯 합니다. 

팬으로서 바라는게 있다면, 그저 죽기 전에(…) 블루레이 한 장짜리 창세기전 2 HD 리마스터 버전 엔딩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네요. 부디 창세기전 시리즈가 다시 생기를 되찾길 바라 봅니다. 

 

 들을 때 마다 추억이 방울방울 터지는 창세기전 엔딩곡 Antaria’s Song 


양진혁대리양진혁 (리니지모바일개발실) 젤다의 전설과 같은 해에 태어나 닌텐도에 지갑과 마음을 바쳐온 레트로 게임 콜렉터. 박물관 설립을 목표로 현재 용산과 중O나라를 전전하며 추억의 이삭을 줍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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