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무기 #2 권력과 명예는 칼 끝에서 나온다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와, 그 무기들의 역사와 발전 방향 및 알려지지 않은 의외의 사실들을 소개하는 ‘게임과 무기’입니다.

2편에서는 고대 신화부터 현대 마블 코믹스까지,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영웅들이 가장 애정하는 무기인 칼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왜 유독 칼이 영웅들의 무기로 사랑받게 된 것인지, 지금부터 알아보실까요? 


몇몇 인류학자들은 검이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무기로 자리잡은 이유는 검의 제의적 속성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세계 어느 문화권이든, 그리고 어느 종교에서든 제물을 바치는 풍습은 존재합니다. 보통 살아있는 동물을 죽여서 바치는데, 문화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모두 칼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죠. 

GG

동물을 바치는 제사는 성경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짐승의 피를 모으거나 고사를 지낼  돼지머리를 바치는 등의 행위에  꼭 필요한 도구가 바로 칼이고, 이 때문에 칼은 강한 힘과 권력을 지닌 영웅의 무기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칼은 무기이자 예술품으로 각광받았습니다. 과거 아랍의 ‘잃어버린 기술’인 다마스쿠스 철을  사용한 단검이나 일본도는 물론, 여러 문화권에서 칼은 가장 값비싼 장신구였습니다.

그야말로 칼은, 가장 사랑받는 무기이며 또 가장 상징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무기와 게임의 주제는, 바로 이 칼입니다.

#칼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

역사 시간에 지겹도록 배우는 석기-청동기 – 철기의 시대 구분은 사실상 칼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칼이 어떻게 발달했는지에 따라 역사가 바뀌고 시대가 구분된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li_ancient_84_tten

추억돋는 국사 교과서 한 페이지 가져왔습니다 #뗀석기 #암기의_추억

물론 석기와 청동기에는 칼 외에 농기구와 공구도 포함돼 있지만, 인류가 석기를 뗀석기에서 간석기로, 그리고 청동기로 옮겨간 가장 큰 목적이 전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세계 곳곳의 역사에서 석기를 쓰는 집단이 청동기를 쓰는 집단에 흡수되고, 청동기를 쓰는 집단이 철기를 쓰는 집단에게 흡수된 사건들은, 현대로 치면 스텔스 전투기를 가진 미국이 다른 나라를 공습하는 것 같은 무기 성능의 우위를 통한 정복 전쟁이었기 때문이죠. 

1

비파형 청동검 & 세형 동검, 다들 기억하시죠?

더 날카롭고 뛰어난 무기를 가지는 것은 곧 힘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인류는 좋은 검을 위한 재료 아이템에 집착하고 높은 가치를 매겼습니다.

돌을 깨트려서 석기를 만드는 구석기 시대에는 가장 날카로운 뗀석기를 만들 수 있는 흑요석이 거래의 대상이자 상품이었습니다.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에는 칼 모양의 청동기나 철로 만든 화살촉 자체가 화폐로 사용된 흔적도 있습니다. 

2

아즈텍 제국의 흑요석 칼. 날카롭게 만들 수 있어 애용되었죠 

즉, 강한 무기를 만들기 위한 재료에서부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돈과 화폐 경제의 개념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천차만별, 전세계의 개성있는 칼들

철기 시대가 열리고, 글로 역사가 남기게 된 뒤에도 칼의 발전은 계속되었습니다.  인류가 금속을 꽤 능숙하게 다루게 되자 각 문화권에서 온갖 기기묘묘한 칼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가령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쓰였던 독일의 ‘츠바이헨더’는 그 크기가  180cm에 이르는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양손 검입니다.

웬만한 덩치의 사람이 아니면 들기도 힘든 이런 검을 만든 이유는 보병 전투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창병(*창을 쓰는 병사)을 상대하기 위해서였죠. 

3

으랏차차! 드는 것도 힘들구나 #츠바이헨더 #창을_자르고_부수자 

창병들이 기다란 창으로 촘촘하게 만든 방진은 화살이나 기습 부대로도 처리하기 곤란했는데, 이런 긴 양손 검을 활용해서 창을 쳐내거나 잘라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독일에서는 이런 츠바이헨더를 사용하는 베테랑 용병을 ‘도펠죌트너’라고 불렀다 합니다.

아랍권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미 해군 장검에까지 영향을 준 휘어진 칼(곡도)인 ‘샴쉬르’의 경우에는 마치 반달처럼 휘어진 모습이 특징입니다.

4

아랍의 전통 칼 샴쉬르는 세계 여러 곳에 전파되었습니다

칼이 이렇게 휘어진 이유는 말을 타고 내려치는 검술을 사용할 때, 검을 놓치지 않고 쉽게 사람을 벨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샴쉬르는 유럽에도 전파되어 역시 기병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이를 유럽에서는 ‘사브르(세이버)’라 부릅니다.

곡도를 사용하는 기술은  베기에 찌르기까지 발전해서 현재에는 펜싱의 한 종목으로 정착되기도 했습니다.

af4711b6271cc603f1df5d61

리니지2 무기 중에도 샴쉬르가 있죠 

특이하게 생긴 검으로는 <삼총사>의 중세 유럽 검객들이 사용하는 레이피어가 있습니다.  검술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검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넓게 베는 것보다 찌르는 것이 성공 확률도 높고 비교적 쉬운 공격 방법이죠. 

이 찌르기에 특화된 검이 바로 ‘레이피어’인데요. 갑옷을 입은 상대나 큰 검을 든 상대에게는 불리하지만, 일반인의 호신용이나 가벼운 무장으로는 제격이죠. 

레이피어

레이피어는 리니지2 카마엘 종족의 기본 무기 

찌르는 검술은 창과 화살이 나오는 대규모 전투에서는 크게 쓸 일이 없었지만, 좁은 공간에서 적과 상대하거나 적에게 도망가면서 간격을 벌릴 때 아주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레이피어는 마치 조폭 영화에서 조폭들이 싸울 때와 비슷한 상황에서 활약했다고 보면 되겠네요. 

칼을 찬 사무라이가 유명한 일본에서도 특이한 칼들이 많이 존재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칼은 ‘노다치’입니다. 노다치는 휘어진 일본도처럼 생겼지만, 크기가 최대 3미터에 이르는 엄청나게 크고 긴 칼입니다.

5

다크소울 2의 기사 아론이 사용하는 거대한 검이 바로 노다치입니다 #노다지_아님

칼과 말을 동시에 벨 수 있어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하니, 그 위력이 짐작이 갑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아는 만화 속 일본도처럼 자유자재로 칼을 휘드르거나 날렵하게 움직일 순 없겠지만, 일단 한 번 맞으면 그 무게로 크게 벨 수 있으니 적이 공격을 위해 접근하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리니지의 집행검과 블소의 어검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검 중에서 대다수는 역사 속 검을 실제로 차용하거나 혹은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게임 속에서 가장 유명한 검은 무엇일까요? 여러 주장이 있겠지만, 역시 리니지의 절대 검으로 불리는 진명황의 집행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스탯만 봐도 무시무시한 집행검의 위엄 #손상되지않음 

군주, 기사, 용기사가 장착할 수 있는 양손검인 집행검은 인챈트 하지 않은 기본형이 작은 몬스터에게 34, 큰 몬스터에게 37의 데미지를 줄 수 있는데요.

여기에 추가 스탯, 추가 데미지, 명중률과 스턴 적중률이 붙고, 무기를 손상하는 몬스터의 공격에 대한 저항력까지 따라붙습니다. 

엄청난 제작 난이도에 인챈트 도중 무기가 부서질 확률이 있으니, 정말 꿈속의 무적 무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게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검이자, 가장 구하기 힘든 검이 아닐까 합니다.

1

그냥 보기만이라도 할게요 #가지고싶다 

검을 사용하는 게임 속 캐릭터로 시선을 돌려보면, 게임 제목에서부터 검이 딱(!) 들어가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검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의 검사가 사용하는 기술은 내력을 모으는 검술, 회피율을 높이는 발도술, 그리고 검을 검기로 조종하여 원거리 공격을 가하는 어검술,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7

멋이라는 것이 폭발하는 어검술  ( ゚Д゚)y─┛~~

검을 사용해서 적의 공격을 막고 튕겨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는데요, 특히 거대한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막기와 튕기기로 막아내는 탱커의 플레이는 다른 게임에서 방패로 막는 것과 차별화되는 블소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블소에는 검사 외에  ‘린검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습니다. 린족이 검을 들면 그 어리고 작은 체구 때문에, 유저들은 일반 검사와는 다른 스킬과 운용법을 숙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광선검, 가스렌지검…… 이게 다 뭐야??

콘솔 게임에서도 검은 매우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RPG 게임과 액션 게임에서 검이 빠질 순 없으니까요. 이번엔 제작자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희한한 칼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콘솔 게임  ‘노 모어 히어로즈’의 주인공 트래비스 터치다운은 ‘빔 카타나’라는 광선검을 사용하는데요. 이 양반은 원래 평범한 오덕후(…)처럼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빠진 주인공은 캐릭터 상품을 살 돈이 없자,  통신 판매로 광선검을 주문합니다. 

8

내 형광등, 아니 광선검 맛 좀 볼 테야? 

그런데 이 광선검. 우리가 아는 스타워즈의 광선검과는 달리 광선검 끝이 전선으로 막혀 있어서 마치 형광등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은 공격 도중에 광선검 배터리가 떨어지면 매우 흉한 자세(!)로 광선검을 흔들어 보는 이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죠.

핵전쟁 이후 막장이 된 지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RPG 게임 ‘폴아웃’에도 빔 카타나처럼 괴상한 무기들이 등장합니다. ‘쉬쉬케밥’이라는 근접검이 그것인데요.

Shishkebab_(Fallout_4)

이게뭔지 아리까리하지만 분명 칼입니다 

원래 쉬쉬케밥은 기다란 꼬치처럼 생긴 터키의 전통요리입니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이 검의 독특한 특징 때문입니다.

barbecue

원조 쉬쉬케밥은 이렇게 생겼네요 #맛있겠다 

 쉬쉬케밥은 잔디깎이 칼날과 오토바이 연료탱크, 그리고 오토바이 핸드브레이크 재료를 조합하여 만드는 괴상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것은 이 무기가 칼에 기름을 뿌려 화염을 만드는 화염검이기 때문입니다. 

9

한 폴아웃 덕후가 실제로 쉬쉬케밥을 만들었습니다

화염방사기와 칼을 조합한 아이디어는 정말 신선하지만,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이 묘하게 현실적인 것이 웃음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네요. 

게임과 무기, 다음 편에서는 검에 이어 갑옷과 방어구를 살펴볼까 합니다. 최강의 칼을 봤으면, 최강의 방패를 보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ㅁ^


김민석대리님_블로그원형프로필김민석 (엔씨소프트 AMP 게임디자인팀) 국방전문기자와 통신원, 국방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게임개발자의 길에 들어선지 5년. 전쟁이 터지면 국방부에서 회사 옥상에 헬기를 보내 저를 데려간다는 소문을 혼자서 퍼트리고 있습니다.

 

 

 

 

게임과 무기 #1 영웅이라면, 로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