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의 게임과 뇌과학 #8 게임은 뇌 기능의 연결성을 향상시킨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과 함께 하는『게임과 뇌과학』!

게임이 우리 뇌에 참 좋은데…정말 좋은데…뇌 기능의 연결성마저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 °∀°)゚+.゚

우리의 뇌를 바꾸는 신기방기한 게임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 ͡° ͜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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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소뇌는 균형 감각, 연수는 호흡, 후두엽은 시각 기능과 같이 뇌의 각 부위들이 독자적인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경학적으로 이상이 생기면 뇌의 한 부분이 고장난 것이라 추측했고, CT나 MRI 촬영을 통해 쉽게 해당 부위가 손상됐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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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뇌 부위 좀 보고 가실게요 

이렇게 우리는 뇌의 기능을 온전히 알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뇌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뇌의 각 부위들의 독립적인 기능 뿐만 아니라,  각 부분과 부분 사이의 연결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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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각 부분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전두-측두엽 경로(fronto-temporal pathway)처럼 둘 사이를 연결하는 경로의 연결성이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는지가 실제 인간의 정신 기능에 직접적으로 연관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기능성 MRI(fMRI))나 디지털 텐서 이미지(DTI) 같은  영상 기법의 발달로 뇌 기능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전의 CT나 MRI는  위에서 찍은 항공 사진처럼  정적인 정보만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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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능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능성 MRI 

지도로 비유하면 이전엔 서울, 대전, 부산이라는 지명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경부 고속도로가 4차선인지 8차선인지, 통행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있어 이것이 한 나라의 활동성에 중요한 지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것은 뇌 기능의 연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2015년, 중국 청두 중국전기과학기술대학의 Diankun Gong등이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임과 섬엽의 기능적 연결성 향상 및 회백질 증가의 연관성(Enhanced functional connectivity and increased gray matter volume of insula related to action video game playing)’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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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통한 섬엽의 기능적 연결성 향상 및 회백질 증가를 실험 중(…)인 게이머들 

연구진은 최소 6년 이상  ‘리그 오브 레전드’나 ‘DOTA2’를 해온 프로게이머 수준(평균연령 23세)의 27명을 모집했다.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엘로 레이팅(*Elo rating, 게임 안에서 사용자 실력을 측정할 때 쓰는 시스템)’ 점수는 1900점에서 2600점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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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의  아르파드 엘뢰 교수(사진)가 만든 엘로 레이팅 시스템은

1980년부터 국제체스연맹에서 공식 랭킹 산정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아마추어 대조군은 1200점 이하로 가끔 게임을 즐기는 정도였다. 연구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fMRI를 찍어 섬엽의 앞부분과 뒷부분 및 각 부분 사이의 연결성을 측정했다. 

섬엽의 앞부분은 집중력과 관련된 뇌 부위들의 네트워크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뒷부분은 감각운동기능과 연관된 뇌 부위의 네트워크를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 강조한 것처럼, 게임을 하면 집중력과 감각운동기능이 모두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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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과 감각운동기능 향상엔 게임이 최고시다…! 

그렇다면 그들을 관장하는 섬엽의 기능성은 어떻게 된 것일까? 연구 결과, 역시나 게이머들의 섬엽의 연결성이 아마추어 대조군의 그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좌뇌의 편측화가 두드러졌다. 아래 이미지를 보며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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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포인트 사이의 실선은 뇌의 연결성을 나타냅니다

사진에서 L로 표시된  좌뇌를 보면, 각 포인트 사이의 연결성이 R로 표시된 우뇌에 비해 훨씬 많고 풍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좌뇌와 우뇌 모두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의 연결성이 강화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집중력보다 감각운동기능의 네트워크가 훨씬 더 활성화된 것을 반영한 결과이다.

지금까지 언어나 음악을 학습하면 섬엽의 기능성이 좋아진다는 실험 결과는 꽤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좌뇌의 후반부 섬엽의 회백질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좌뇌가 언어 중추와 연관이 있다고 볼 때, 언어나 음악 자극이 들어왔을 때 이에 대해 감각적으로 운동 반응을 하는 것은 게임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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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임은 음악 자극이 더 강하겠죠? 

결국, 게임을  몰입해서 하다보면 언어중추과 운동 반응 사이의 연결성이 좋아지는 것을 섬엽이 중계하고, 이는 활동성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청각장애인이 자극을 받았을 때, 비장애인에 비해  좌뇌의 후반부 섬엽의 회백질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청각장애인은 외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극이 왔을 때 빨리 반응해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감각운동능력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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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대조군(a)와 게이머(b)의 뇌 변화 

그림 a는 아마추어 대조군, b는 게이머의 뇌 변화를 연구자들이 쉽게 정리한 것이다. a에 비해 b는 집중력 네트워크와 섬엽 앞부위, 감각운동 네트워크와 섬엽 뒷부위 사이의 연결성이 두꺼운 선으로 그려져 있다.

섬엽 자체의 앞/뒷부분의 중간 부위도 훨씬 확장돼 있어서, 앞과 뒤 사이의 상호작용도 활발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섬엽의 뒷부분과 집중력 네트워크의 내측전두엽회백질(MFG) 사이의 직접 연결성도 있어서 앞부분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감각운동영역과 연결되는 우회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은 국도로 연결된 곳에 비해, 8차선 고속도로에 우회도로까지 있다면 차량 통행은 매우 원활해질 것이다. 실제 게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집중력과 감각운동기능도 이처럼 향상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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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넓으면 각 지점을 연결하는 것도 쉽겠죠 

이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면 눈으로 보고, 게임에 몰입하고 집중하며 이를 몸으로 반응하는 감각운동기능의 실시간 협응능력(*서로 도와 반응하는 능력) 또한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의 인구가 증가한 것 뿐 아니라 경부선이 8차선으로 넓어지고, 하루 통행량도 이에 비례해 늘어났다는 것을 영상학적 연구로 증명한 것이다.

과거 신경세포는 한 번 발생하고 성장하면 더 이상 변화가 없고, 노화나 손상에 의해 망가지면 영영 고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 연구는 일관되게 뇌의 역동적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GS

우리의 뇌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뇌는 한 쪽이 약하면  다른 부위를 이용하고, 둘 사이의 연결성을 충분히 활용해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임을 하는 것은 모니터를 눈으로 보고,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 자판을 조작하는 1분에 대략 150번 정도의 감각운동반응을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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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감각운동반응 중이니까 말 시키지 마세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전략을 세우면서 게임을 하는 과정은, 섬엽이라는 집중력과 감각운동의 통합적 능력을 관장하는 곳의 연결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누가 게임은 인생의 낭비라고 했던가.

참고 문헌) 

Gong DHe HLiu DMa WDong LLuo CYao D. Enhanced functional connectivity and increased gray matter volume of insula related to action video game playing. Sci Rep. 2015 Apr 16;5:9763.  

http://www.nature.com/articles/srep09763#a1


하지현 교수님 프로필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주는 글솜씨로 다양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정신의학의 탄생』 『공부중독』 등 10여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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