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무기 #3 방어를 책임지는 갑옷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와, 그 무기들의 역사와 발전 방향 및 알려지지 않은 의외의 사실들을 소개하는 ‘게임과 무기’입니다.

3편에서 다룰 무기는 게임 속 주인공의 생명을 지켜주는 갑옷입니다. 갑옷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요.

아무리 짱 센 검법이나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갑옷을 입어야 스테이지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서 마왕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지금부터 갑옷의 역사와,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갑옷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 ͜ʖ ͡°)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갑옷

인간은 추위와 더위를 이기기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옷으로 목숨을 지킬 수 있게 되자, 당연히  옷으로 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인류가 자연스럽게 사용해온,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든 옷을 우리는 ‘갑옷’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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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갑옷은 멋도 중요합니다 ( ͡° ͜ʖ ͡°)

by 블레이드 & 소울 ‘생사지로’서버의 베리베리쿠베리 님

갑옷은 가죽이나 동물의 뼈, 이빨을 두텁게 덧댄 옷이 그 시초였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가 중요해진 것은  금속 칼이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때부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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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토라자족 전사의 뼈 갑옷. 설마 사람 뼈는 아니겠죠? 

금속제 냉병기를 막기 위해서는 같은 금속이 필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청동기 시대에 가슴과 정강이를 가리는 청동기 갑옷이 등장했고, 본격적인 갑옷은 철기 시대 ‘체인 메일’의 등장으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체인 메일은 철사를 실처럼 꼬거나 철제 링을 붙여서 만든 갑옷으로, 제작 시간이 길지만 비교적 간단한 공구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입은 상태에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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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북방민족이 만든 체인 메일은 곧 로마로 유입돼 널리 퍼졌습니다 

사슬 갑옷은 더 강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철판 갑옷으로 변했고, 철판 갑옷은 수 세기 동안 개량되어 마침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양식 갑옷인 ‘플레이트 메일’이 등장합니다.

몸 전체를 판금으로 뒤덮은 플레이트 메일은 제작 단가가 매우 비싸고, 또 무거워서 활동이 어려웠기 때문에 아무나 착용할 수 없었습니다. #비싸서_아무나_못입음 

때문에 플레이트 메일은 기사의 상징이자,  중세 유럽을 상징하는 장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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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든든한(!) 14세기 풀 플레이트 아머

판금 갑옷은 수백 년간 수많은 개량을 거쳤습니다. 모든 부분을 리벳으로 연결하고, 팔꿈치에 추가 장갑을 덧대고, 표면에 물결무늬를 넣어 구조를 강하게 하고 적이 칼로 치면 미끄러지게끔 탈바꿈했죠.

하지만 곧 석궁과 화승총, 포병이 전쟁을 지배하면서 판금 갑옷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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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 한 방이면 판금 갑옷 쯤이야! 

한반도에서도 갑옷은 꾸준히 발전돼 왔습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의 황칠겁과  가야의 판갑 등 판 모양의 갑옷에서 유연하며 방어력 또한 뛰어난 찰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갑옷들이 등장했습니다.

고려 말기부터는 몽고의 영향을 받은 ‘두정갑’이 널리 쓰였습니다. 가죽과 천으로 둘러싼 외피 안에 두정갑편이라 부르는 철판과 가죽을 넣은 다음, ‘두정’이라는 못으로 고정시켜 방어력을 높인 갑옷입니다.

삼국시대의 찰갑은 작은 쇠를 가죽 끈으로 연결해서 찢어지면 다시 조립하는 게 매우 힘들었지만, 두정갑의 경우는 훨씬 쉽게 고칠 수 있었죠.

외부 외피에서 충격을 한 번 흡수하고 철 소재로 막기 때문에, 화살을 막는 것 또한 수월했습니다. 서양에서도 이 두정갑과 비슷한 갑옷을 만들어서 ‘브리간딘’이라 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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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두정갑, 브리간딘 

# 자유로운 상상력의 산물, 게임 속 갑옷

그렇다면 게임 속에서 갑옷은 어떻게 등장할까요? 중세 시대가 배경인 게임에서는 실제 갑옷을 재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SF게임에서는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기상천외한 갑옷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지구에 추락한 외계인의 기술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과 북한이 대립한다는 내용의 FPS 게임 ‘크라이시스’는 전 시리즈가 뛰어난 그래픽으로 유명합니다.

이 게임 속 미군 특수부대와 북한군은 ‘Ceph’ 라는 외계인의 기술을 흉내 낸 특수한 미래 갑옷을 만드는데, 이것을 ‘나노슈트’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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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미래 갑옷 #숨은_어떻게_쉬나요 

특수한 탄소 나노 튜브로 사람의 근육을 본따 만든 나노 슈트는,  근력을 수십 배로 강화시켜 자동차를 뒤집고 사람을 가볍게  던질 수도 있습니다.

총알이 날아오는 순간을 감지해 총알을 튕겨 나가게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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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시스 나노 슈트에 석궁을 더하니 천.하.무.적! 

그 뿐만 아니라 장갑 모드, 스피드 모드, 파워 모드, 은폐 모드 등이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모드를 선택해 탱크와 비행기도 때려부술 수 있는 그야말로 무적의 갑옷이죠.

문제는 이 갑옷의 기능이 너무나 강력하다보니…슈트를 입으면 입을수록 나노 슈트가 사람의 인격을 지배해 죽어도 죽지 못하는 좀비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크라이시스의 주인공인 프로핏은 이 나노 슈트 때문에 1편에서 3편까지 외계인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고, 결국 편히 죽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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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었는데도 죽지를 못하니…

크라이시스보다 먼저 출시되었으며, 역사상 최고의 FPS 게임으로 칭송 받는 ‘헤일로’의 주인공들이 입는 갑옷도 무시무시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인 마스터 치프가 입는 ‘묠니르’ 전투복의 경우 매우 특수하게 단련된 초인들인 스파르탄 병사들만 입을 수 있는 강화복입니다.

그 이유는 이 강화복이 너무 민감하고 또 강력해서 일반인이 입고 조금만 움직여도 순식간에 엄청난 힘이 들어가서 뼈가 부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갑옷이_사람잡네 #뼈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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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인간 스파르탄만이 감당할 수 있는 묠니르 전투복 

스파르탄 병사들도 이 갑옷을 입기 위해서는 오랜 훈련을 통해 섬세하게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마스터 치프 역시 경례를 하다가 손뼈가 부러질 뻔한(…)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묠니르 전투복을 입은 스파르탄은 그야말로 멸망 직전의 인류를 구해낸 구세주이자 전쟁의 신으로 숭배 받습니다.

엄청나게 뛰어난 초인 병사와 그를 위한 전투복의 성능이 워낙 강력해서, 혼자서도 수십 아니 수백 명의 적을 쓰러트리는 기적을 몇 번이나 이뤄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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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없이 일당백 하는 이런 #아저씨 도 있습니다만 

헤일로에서 마스터 치프는 묠니르 갑옷에 ‘코타나’라는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합니다. 코타나는 매우 뛰어난 지력과 헌신으로 마스터 치프를 죽음의 위기에서 몇 번이나 구해내죠.

코타나는 최신 시리즈 헤일로5에서는 스스로 묠니르 갑옷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했습니다. 묠니르 갑옷에는 그야말로 코타나의 영혼이 들어간 셈이죠.

앞서 말한 갑옷들이 입는 것이었다면,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MXM에 등장하는 ‘닥터 라울’의 경우 갑옷이 곧 자신이 되어버린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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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갑옷에 영혼이 갇혀 버린  비극의 과학자, 닥터 라울 

명망있는 학자였던 닥터 라울은 실험 도중 자신이 만들던 드론에 의해서 죽음의 위기에 몰리고, 이에 인간형 로봇 드론에 자신의 뇌를 이식시켜 목숨을 부지합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육체를 잃고 갑옷만 남은 닥터 라울은 인간의 마음과 기계의 냉혹함 사이에서 갈등하며 한 사람의 마스터로서 드레드기온의 정벌에 나섭니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미래 갑옷

한편, 21세기가 되어 헤일로와 크라이시스를 플레이하며 SF의 갑옷과 강화복의 로망을 키우던 사람들이 이제는 어엿한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게임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강화복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하게 된 것이죠. 나노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강화복을 입는 기사들의 출현도 머지 않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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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기술로 만든 전단농화유체(STF) 섬유는 총알이 닿으면 강철처럼 딱딱해져서 사람을 보호합니다

위와 그림과 같은 기술을 적용한 혁신적인 발명품이 바로 액체 방탄복인  ‘전단농화유체 방탄복’입니다. 말은 어렵지만 그 개념은 앞서 소개했던 강화복이 총알을 막는 원리와 유사합니다.

전단농화유체라는 물질은 일종의 형상 기억 합금으로, 보통 상태에서는 액체 상태로 있다가 강한 충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단단해지는 물질입니다.

나노 슈트의 탄소 나노 물질과 묠니르 전투복의 액체 크리스탈과 같습니다. 전단농화유체(STF)를 방탄복에 적용하면 평상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탄 능력을 몸 전체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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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군 병사들도 조만간  STF 방탄복을 입을 예정입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기술은 외골격 로봇 기술입니다. ‘엑소-스켈레톤’으로 불리는 외골격 로봇은, 쉽게 말해서 사람의 팔다리에 붙어서 사람의 힘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과거보다 모터와 배터리가 훨씬 소형화되면서 가능해진 기술이라 볼 수 있죠.

미국의 우주항공/보안 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외골격 로봇 헐크를 실용화했습니다. 헐크를 착용하면 산악 행군을 더 멀리, 더 오래해도 지치지 않고 어깨의 특수 크레인으로 무거운 포탄도 쉽게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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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둘, 헛둘, 헐크를 착용하면 헐크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어서, 방위사업체 LIG 넥스원은 얼마 전 연료 전지를 장착한 외골격 로봇의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팔다리에 붙어 있는 골격과 모터로 장거리 행군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을 들고도 반동이 강한 기관총과 로켓을 더 쉽게 쏠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게임 속 마스터 치프, 영화 속 아이언맨 같은 병사들이 등장할 날도 머지 않은 것이죠.


김민석대리님_블로그원형프로필김민석 (엔씨소프트 AMP 게임디자인팀) 국방전문기자와 통신원, 국방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게임개발자의 길에 들어선지 5년. 전쟁이 터지면 국방부에서 회사 옥상에 헬기를 보내 저를 데려간다는 소문을 혼자서 퍼트리고 있습니다.

 

 

 

 

게임과 무기 #1 영웅이라면, 로켓! 

게임과 무기 #2 권력과 명예는 칼 끝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