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미스터리#5 나치즘과 울펜슈타인

음모론, 초능력, 외계인, 초고대문명…이처럼 매력적인 소재들을 한 방에 커버할 수 있는 마성의 단어, 바로 미스터리입니다.  

게임과 미스터리, 5편에서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나치를 중심 소재로 다룬 울펜슈타인 시리즈와, 그와 연관된 미스터리를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 ͡° ͜ʖ ͡°)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나치가 등장하는 대중문화 창작물은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제작되고 있습니다. 

나치가 등장하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수없이 많고, 나치가 스토리의 중심인 게임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서깊은 게임은 바로 울펜슈타인 시리즈입니다.

울펜슈티인 시리즈의 역사를 동영상으로 한 큐에 마스터하시죠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옛날 코모도어/애플2용 게임으로 출발해서 현란한 최신 3D 그래픽의 FPS까지 나왔으니 말 다했죠.

사실 옛날 코모도어와 애플2용 울펜슈타인은 우리가 울펜슈타인하면 떠올리는 FPS가 아니었습니다.

이 그래픽으로 FPS를 구현하기란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울펜슈타인 시리즈 중에서 우리(*주의_30대 이상에 해당)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FPS게임은 ‘울펜슈타인 3D'(1992)입니다.

이 게임은 코모도어/애플2 버전을 좋아했던 id 소프트웨어가 이를 FPS로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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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프닝 화면이 기억나면 최소 30대 이상 

게임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울펜슈타인 성에 갇힌 주인공이 탈출을 한다는 거죠. 주인공 B.J.블라스코비츠는 미국의 정보요원으로, 독일에 침투해 작전을 펼칩니다.

최초의 임무는 독일 생화학전 개발 사업의 관련자들을 암살하고,  마침내 히틀러까지 처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울펜슈타인 3D의 스토리인데요. 

몇 개월 뒤에 나온 후속작(*프리퀄이라 시간상으로는 앞선)인 ‘운명의 창’에서 내용이 오컬트스럽게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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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만 봐도 오컬트스러운 기운이 물씬! 

‘운명의 창’은 ‘성창’, ‘롱기누스의 창’ 등으로 불리는,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창입니다. 이 전설의 창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하는데요.

영국의 소설가 트레버 레이븐스크로프트는  1973년에 출간한 책 <The Spear of Destiny>을 통해서 히틀러가 이 창을 얻기 위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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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황실보물관에 전시된 성창

게임 ‘운명의 창’에서는 나치가 이 창을 사용해 소환한 죽음의 천사를 블라스코비츠가 처단합니다. 

히틀러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죽음의 천사까지 잡아야 한다니…제아무리 미국 최정예 정보요원이라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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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천사는 내가 잡는다! 빵야빵야! 

여튼 블라스코비츠는 운명의 창을 빼앗고 히틀러까지 처단하는 것이 오리지널 울펜슈타인 시리즈의 스토리입니다.

이후 2001년,  울펜슈타인 시리즈가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란 이름으로 다시 나오면서 블라스코비츠는 또다시 목숨을 건 작전에 투입됩니다. #다이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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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또다시 게임을 시작해 볼까? 

나치 무장친위대(SS)의 수장이었던 역사적인 인물, 하인리히 힘러가 여기서 등장합니다.

흑마술에 관심이 있었던 힘러는 10세기경 독일의 군주였던 하인리히 1세가 흑마술을 사용한 언데드의 군단으로 유럽을 정복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죠.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하인리히 1세를 부활시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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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 등장하는 하인리히 힘러(오른쪽)

이를 위해 무장친위대에 ‘초자연사단(Paranormal Division)’을 신설해 이집트로 보내서  하인리히 1세의 무덤을 탐색하죠.

게임에서 힘러는 결국 하인리히 1세를 부활시키고, 주인공 블라스코비츠는 또 죽을 힘을 다해서 하인리히 1세를 다시 무덤으로 돌려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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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덤으로 돌아가!!! 

여기까지 모두 게임 속 이야기이지만,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바로 힘러의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과 무장친위대 내부에 속한 요상한 부대의 존재입니다. 

나치 내부에서 신비주의에 경도된 인물은 힘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나치는 그 출발부터 신비주의와 많은 연관이 있었죠.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부터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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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스티카는 나치 이전 행운의 상징으로 통용되어 1922년 캐나다 여성 하키팀의 엠블렘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나치가 스와스티카를 사용하게 된 유래는 당시 독일의 우익민족주의를 대표했던 단체인 ‘툴레회(Thule-Gesellschaft)’입니다.

‘툴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비의 북쪽 나라(*종종 ‘상춘국’이라고도 합니다)로, 이들은 이 툴레라는 곳을 아리아 민족의 발원지로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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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에 뭔헨에서 성립된 신비적 연구단체, 툴레회의 상징 문구 

툴레회는 나치의 탄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툴레회 소속의 회원 중 한 명이 1919년 독일 노동자당을 만들었고, 나중에 아돌프 히틀러가 여기에 입당하죠.

그리고 1920년에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 즉 나치당으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툴레회 회원들은 독일 노동자당 시절부터 참여한 사람들이 많았고, 나치당이 새로 출범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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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가 새겨진 나치당의 상징 

그래서 나치의 주요 인사들 중에는 툴레회 출신이 많았습니다.

나치의 주요 이데올로기를 창시한 알프레트 로젠베르크, 나치 독일의 부총통 자리에 오르는 루돌프 헤스, 그리고 하인리히 힘러 등이 모두 툴레회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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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트 로젠베르크(좌)와 히틀러(우)

힘러는 특히 어릴 때부터 오컬트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런 성향을 우생학/인종주의적 철학과 결합시켰죠. 툴레회 출신 인사들은 기독교를 배격하고 독일 전통의 고대 민족종교를 강조하는 경향(신이교주의)을 보였는데 힘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히틀러는 어땠을까요?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히틀러는 툴레회 모임에 단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툴레회 출신 나치당원들의 신비주의적 성향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힘러는  SS에 기독교 대신 독일 민족종교를 주입하려고 애썼습니다. 기독교의 의식을 대체할 SS의 독자적인 의식들을 개발했고, 아리아 민족의 기원을 찾는 탐사대를 SS 내부에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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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울펜슈타인에 나오는 SS 초자연사단의 모태가 되는 ‘아넨에르베(Ahnenerbe)’입니다

아넨에르베는 아리아 민족의 발자취를 찾아 유럽 곳곳은 물론이고 심지어 티벳까지 탐사했습니다.

힘러는 붓다도 아리아인이었다고 믿었고 티벳의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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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봐서_아리아인 #부처상 

아넨에르베의 1939년도 티벳 탐사 자료는 아직도 남아 있어서, 티벳의 고위 인사들이 SS 탐사대원을 환영하며 같이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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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탐사 대원들과 티벳 고위 인사들의 기념 사진 

탐사대원들은 티벳 사람들의 두개골과 얼굴을 측정하여 기록하였고요. 뭐 그렇게 해서 어떤 민족에 속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여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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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여성의 얼굴을 측정하는 SS대원

그밖에도 힘러는 신비주의와 유사과학이 뒤섞인 별의별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무위로 그친 듯합니다.

결국 베를린이 함락된 이후 포로로 사로잡힌 힘러는 자살을 택하고 그렇게 힘러는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홀로코스트의 주범이자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힘러는 인종주의와 결합된 독특한 신비주의 성향으로 울펜슈타인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나치 오컬트물의 영감(?)이 되기도 했죠.

나치를 다룬 창작물은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SF소설가 필립 K. 딕의 소설이 원작인 미드 ‘높은 성의 사나이’도 곧 시즌2가 방영될 예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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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독일이 승리한 20세기를 배경으로 한 미드 ‘높은 성의 사나이’의 한 장면

울펜슈타인과 같은 나치 오컬트 시리즈도 적어도 당분간은 꾸준히 나올 것 같습니다. 아직도 다룰 이야기들이 너무 많거든요. 


김수빈김수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GW 베이직으로는 안되길래 책을 보니 C를 배워야 한대서 엄마한테 학원 보내달랬더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포기. 게임 잡지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게임 잡지들이 하나씩 망하는 것을 목격.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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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미스터리 #4 어쌔신의 역사적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