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그리고 최대라는 수식어 붙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시작. 리니지 시리즈의 뒷이야기를 파헤치는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이번에는 리니지 시리즈의 최신작, 리니지 이터널의 숨은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 ͡° ͜ʖ ͡°)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리니지 이터널의 CBT(*Closed Beta Service)가 진행됐습니다.
리니지 이터널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시리즈를 내걸고 개발 중인 대작 MMORPG로, 리니지1의 약 70년 후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웅 데포로쥬와 반왕 켄라우헬의 후손들의 대결이 주요 스토리죠.
혈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리니지 이터널
# 뒤바뀐 운명, 혈통에서 벗어나다
리니지1에서는 만화에서 죽은 줄 알았던 켄라우헬이 마족의 도움으로 부활하고, 아덴은 끝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집니다.
지루한 전쟁은 데포로쥬가 켄라우헬을 처단하면서 끝을 맺는 듯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리니지1의 내용이었죠.
하지만 지룡 안타라스의 습격으로 아덴 왕국은 다시 혼란스러워지죠. 이때 켄라우헬의 부하이자, 그를 사랑했던 마녀 케레니스가 등장합니다.
게임 스토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흑마법사 케레니스
케레니스는 설정부터 파격적인 리니지 이터널 스토리의 밑바탕을 설계한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켄라우헬의 반왕 전쟁에서 죽었지만, 복수심에 사로잡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심연을 떠돌다가 다시 태어납니다.
# 케레니스의 왕 만들기 프로젝트
되살아난 케레니스는 못 다한 반왕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 켄라우헬의 자손 알베르트를 왕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합니다.
먼저 아덴 왕국의 정치 상황을 살펴보죠. 반왕을 물리친 데포로쥬와 그의 아들 윌리엄의 선정으로 아덴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덴 백성들에게 데필 왕가를 향한 신뢰는 ‘넘사벽’ 수준이었죠. 때문에 케레니스는 이 신뢰를 무너뜨리기 위해 윌리엄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리니지 이터널 공식 트레일러 영상
당시 윌리엄 데필의 왕권은 탄탄했습니다. 위대한 할아버지와 더 위대한 아버지의 혈통을 물려받았으니, 백성들은 당연히 그를 믿고 지지했죠.
윌리엄도 선대왕들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으나, 안타라스의 공격으로 왕국이 위기에 처하면서 왕권이 흔들립니다.
안타라스는 데포로쥬가 아덴왕국을 지배하던 시절에도 왕국을 위협한 바 있었습니다.
리니지에 나오는 용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안타라스
윌리엄은 자신이 집권하고 처음 맞은 국가적 위기에 속수무책 당하고 맙니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왕비도 목숨을 잃죠.
왕국은 피폐해지고 부인마저 죽자 윌리엄은 한마디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케레니스는 이때를 노려 윌리엄을 타락시키고자 합니다. 윌리엄의 영혼은 지쳐 있었기 때문에 쉽게 뒤흔들 수 있었죠.
사극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공민왕
왕비를 잃고 급격히 몰락하는 공민왕의 비극은 리니지 속 윌리엄 왕과 비슷합니다
윌리엄은 정의와 이성이 아닌, 마법과 사술의 의지해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는 안타라스를 잡고 복수에 성공하지만, 그 대가로 영혼이 타락해 버립니다.
암흑군주로 다시 태어난 윌리엄은 반대 세력을 숙청하고 백성들을 억압했습니다.
윌리엄의 공포정치는 15년 동안 계속됩니다. 그 사이 아덴 왕국은 과거 켄라우헬의 철권통치 때처럼 피폐해져갔죠.
리니지의 역사는 참 아이러니 합니다. 리니지의 주인공 격인 데포로쥬의 아들이 오히려 악역이 되어 리니지 이터널에 등장하니 말이죠.
더 기가 막힌 건 리니지의 악역 켄라우헬의 후손 알베르트가 윌리엄의 폭정에 항거하는 저항군 리더가 된다는 겁니다. 후손들의 입장이 완전 뒤바뀐 거죠.
저항군 vs 제국군
영웅의 혈통이 악당이 되고, 반왕의 혈통이 영웅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집니다
물론 역사의 아이러니는 이 모든 게 케레니스의 복수심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케레니스의 복수심은 윌리엄을 자극해 혈통의 운명까지 뒤바꾸는 거대한 비극을 만들어냈죠.
결국 알베르트는 원작의 데포로쥬가 했던 것처럼 말하는 섬에서 저항군을 일으켜 아덴 왕국을 공략합니다.
플레이어는 이터널 중 한 명으로, 저항군에 합류해 알베르트를 돕습니다.
이터널은 죽음의 여신 실렌의 선택을 받은 특수한 ‘영웅’으로, 알베르트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잡습니다.
대규모로 펼쳐지는 리니지 이터널의 공성전
여기서 한 가지 추측을 해 보면, 실렌의 선택을 받은 이터널들이 왜 저항군을 도와주냐는 겁니다. 사실 윌리엄이 죽인 안타라스는 실렌이 창조한 피조물로, 자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안타라스가 인간의 손에 죽었으니, 죽음의 신 실렌이 가만 있을 리 없겠죠. 실렌은 리니지2의 최종보스로, 매우 무서운 신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리니지 이터널에서 실렌은 저항군을 도와주는 수호신처럼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리니지2의 최종보스, 실렌
리니지 전작을 해본 입장에서, 이는 ‘이 실렌이 그 실렌 맞어?’ 라고 생각할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죠. 또, 실렌의 라이벌 여신인 에바가 제국군을 돕는 역할로 나옵니다
이번 CBT에서 알베르트의 저항군은 윌리엄이 지키는 아덴성 직전까지 치고 올라가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알베르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케레니스가 짠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만약 알베르트가 윌리엄을 몰아내고 아덴의 새 왕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한 평화를 가져올까요?
자신이 처할 운명을 모르는 저항군의 리더, 알베르트
리니지 이터널의 이야기는 예정된 비극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리니지 이터널은 지금까지의 시리즈와는 결이 다른 게임입니다.
전작들이 비교적 선과 악이 분명했다면, 이번 작품은 그 개념마저 모호해 집니다. 마치 주인공의 모든 영웅적 행동들이 비극과 파멸로 이어지는 ‘오이디푸스 왕’을 보는 듯 합니다.
결국 비극적 운명을 맞는 오이디푸스
알베르트에게도 이런 운명의 장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렇듯 리니지 이터널은 전작에 비해 좀 더 비장하고 어두운 내용이죠.
아래 영상은 과거 데포로쥬가 붉은기사단을 이끌고 반왕을 물리친 무용담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 중 케레니스를 죽인 마법사 조우도 등장하네요.
말하는 섬에서 떠돌이 음유시인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노래
이전 시리즈보다 더 무겁고 깊은 세계관을 지닌 리니지 이터널.
장대한 스케일만큼이나 앞으로 보여줄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이덕규(게임 칼럼니스트) 게임잡지 피시파워진 취재부 기자를 시작으로 게임메카 팀장, 베타뉴스 편집장을 거쳐 현재 게임어바웃 대표 및 게임칼럼니스트로 활동중. 게임을 단순한 재미로 보기보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살리는데 관심이 많다. 고전부터 최신 게임까지 게임의 역사를 집필하면서 게임을 통해 사회를 보는 창을 제시하고자 한다.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1 원작에서 물려받은 두 가지 유산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3 리니지와 TV드라마의 공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