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마시는 바텐더 – 5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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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종사자들의 마음 속에 흐르는 깊은 고민…고통…그리고 슬픔…고민상담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바텐더 주영준, 만화가 김보통이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대답해 드립니다. 고민은 못 풀어도 마음은 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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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5세가 되는 농촌 총각입니다. 이 동네는 37세가 넘어야 노총각으로 부르니 일단 노총각은 아니라고 합시다. 아무튼 서울 살 때만 해도 저는 연애에 큰 어려움 없이 그럭저럭 잘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국가에 의해 강제로 농촌에 정착한지 어언 1년, 지금은 한 해 내내 연애의 ㅇ도 시작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어느덧 연말이고 곧 새해가 되는데(편집자 주: 이미 새해가 되었을 뿐더러 2월이 코 앞입니다)주변에서는 어서 결혼하라고 성화입니다. 제가 플라나리아가 아니라 셀프 결혼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연애할 수 있을까요. – 국가가 공인하는 세종시 우등 총각 L씨

내 친구 한 녀석이랑 너무 똑같은 상황인데. 혹시 이씨인가? 아니면 정씨? 둘 중 하나가 사실이라면 이는 다른 두 사실을 증명하는데. 하나, 세상은 너무 좁다. 익명의 연애상담을 진행해도 내 친구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좁으니 이제부터라도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둘, 이렇게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연애 상담은 언제나 뻔할 수 밖에 없다. 첫 번째 상황을 전제하면 별로 재미없을 테니까, 두 번째 상황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해보자. 충청도의 특산물은 독신남이라 해도 무방하지. 세종시가 있고 대전연구단지가 있고 카이스트도 있어.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한 독신 공무원과, 박사학위를 가진 독신 연구원과, 박사학위를 따려는 독신 대학원생의 울부짖음이 메아리 치는 고장이 충청도야.

현실적으로 ‘연애로서의 연애’ 는 힘들어. 포기해. 농담이 아냐. 연애는 결혼이나 블소 경매장처럼 그냥 하나의 시장이야. 문제는, 블소 경매장은 서버통합이지만 연애 경매장은 아니라는거. 충청도에 사는 당신의 상황? 구매자는 많은데 판매자는 없는거지. 하지만 결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결혼 시장에서 5급 공무원이나 연구원, 공학 박사는 내 직업인 바텐더나 자네가 언급한 농촌 총각보다 훨씬 좋은 포지션이야. 재미나고 편하고 즐거운 연애의 환상을 지우고,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하고 무거운 관계를 고민하면 결과가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실제로 이제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법한 나이잖아? 물론 조심할 것이 여전히 남아있지. 연애 시장과 결혼 시장의 판매 및 구매 기준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 그러므로 결혼 시장에서 만난 파트너에게 연애 시장의 잣대를 적용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2015년 되길 바라.


고민을 글로 풀어주는

주영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70종류의 다양한 술을 갖춘 신촌의 정통적인 바 bar TILT의 바 마스터/바텐더로 일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좋은 술과 좋은 지식을 구해 손님들께 좋은 술을 대접하려 노력하고, 여러 곳에 그럭저럭한 수준의 글과 번역물을 써내고 있다. 술과 예약과 저작에 대한 문의는 언제나 환영한다. twitter.com/barTILT, purplyan.egloos.com, purplyan@gmail.com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주는

김보통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데뷔작 <아만자>가 소셜 공간을 중심으로 잔잔하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첫 작품으로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D.P’를 한겨레 신문 토요판 지면에 연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