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트 스토리 #1 우린 ‘예술가’가 아닙니다

원화부터 3D 모델링까지, 게이머들의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임의 백미. 바로 게임 아트입니다!  ( ͡° ͜ʖ ͡°)

엔씨소프트 그래픽 디자이너 여동재 과장이 들려주는 ‘게임 아트 스토리’,  그 첫 시간에는 게임 아트의 기본적인 개념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아트’는 아트와 무엇이 어떻게 다르며,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지금부터 만나 보시죠~! ^ㅁ^//


#아트란 무엇일까요?

필자가 미대에 재학 중일 당시, 교수님이자 작가였던 한 아티스트의 전시회를 보러 갔습니다. 그 분의 작품 중에 이런 게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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읭? 뭘 그리신 건가요? #흰캔버스 #흰오일페인트 

음…상당히 난해한 작품이었습니다. 교수님께 “이것은 무엇을 표현한 것입니까?”라고 물었다가 세상에서 가장 애매한 답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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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뭘 생각하든 그것이네.” 

정신이

음…제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염?  

이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트의 정의는 보는 사람 혹은 만든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이미 제작돼 있는 기성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한 뒤샹의 ‘샘’도 위대한 예술품이고, 3년 간 공들여 정교하게 만든 ‘다비드상’도 예술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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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의 ‘샘’(좌)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우).

둘다 각기 다른 의미의 예술품이죠

# 그럼 게임 아트는 무엇일까요?

게임 아트 또한 사람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연결고리’입니다.

게임 아트의 목적은 게이머들이 보다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게임 개발자로서 아티스트가 하는 일은 게임과 게이머를 이어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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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트는 게임 아티스트와 게이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게임 아트의 분야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흔히 원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떠올리실 텐데요.

우리가 게임을 좀 더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UI 디자인과 게이머들의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FX(특수효과) 등도 모두 게임 아트에 포함됩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합쳐져 연결고리 역할을 할 때, 게이머들이 경험하는  몰입감이란 엄청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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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가 되시나요? 위/아래의 몰입감 차이는 엄청납니다 

그렇기에 게임 아티스트는 게임의 성격에 잘 맞는 아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른 팀과의 긴밀히 협업하며 일정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죠.

Calendar with Deadline Circled

납기일 준수는 기본 중의 기본! 

정해진 일정 안에  게임과 게이머 사이를 이어주는 좋은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 그것이 게임 아티스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럼 아트와 게임 아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선 게임 아트는 철저히 상업적인 행위입니다. 또한 위에서 설명했듯이 팀 단위의 일이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야 하죠.

다비드상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 해도, 하나의 캐릭터를 제작하는데 3년이 걸렸다면? 게임 아트로서는 빵점입니다.

또 하나의 예로 엔씨소프트에서 준비 중인 신규 게임 MXM의 메인 캐릭터 ‘태진’을 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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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영상 내 태진과 게임 내 태진 #누가더_잘생겼나요 

왼쪽은 디테일을 마음껏 표현한 영상용 모델이고, 오른쪽은 게임 스펙에 맞춰 제작한 게임 속 모델입니다.

한눈에 봐도 영상용 태진이 더 고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상용 태진이 더 뛰어난 게임 아트라고 볼 순 없습니다.

영상용 태진은 퀄리티는 높지만 영상을 위해 제작한 것이므로 MXM의 게임 스펙과 맞지 않기 때문이죠.

게임은 카메라 각도, 가독성, 캐릭터 스킬 등등…고려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The questionnaire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넘나많은것 

다들 <세일러문> 좋아하시나요? <세일러문> 같은 애니메이션도 게임과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작품입니다.

때문에 게임 개발처럼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죠.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예는 바로 변신 장면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죠.

세일러문 변신 장면 

애니메이션 내에서 세일러문의 변신 장면은 매 화마다 같은 부분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제작자들이 매번 더 화려한 변신 장면을 못 만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효율을 따져서 판단한 것이죠.

정해진 제작비가 있고, 일정이 있으므로, 거기에 맞춘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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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꼬마 세라와 같이 변신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렇게 시간과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자주 반복되는 장면을 미리 제작했다가 사용하는 것을  ‘뱅크신’이라고 합니다.

이 뱅크신을 처음 사용한 작품은 1963년작인 <철완아톰>입니다. 감독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출동 장면을 뱅크신으로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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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 절감을 위해 수많은 연출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 

제작 여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 이는 상업성을 띈 작품이라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게임 아티스트들도 게임이라는 상업적인 작품을 만들며 늘 제작 여건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이죠.

 

#게임 아트에도 제한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계 각국의 실력자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뽐내는 ‘Artstation’ 이라는 디지털 아트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여기에 올라온 작품들은 대부분 ‘한 퀄리티’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고퀄리티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들이 모두 좋은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퀄리티와 게임 스펙은 다른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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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호강이 필요할 땐 Artstation에 가 보세요 #고퀄_오브_고퀄

게임 아티스트들은 분명 뛰어난 아티스트들입니다. 그리고 완성한 게임 역시 하나의 아트이고요.

하지만 게임 아티스트가 ‘난 내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예술가야!’ 하는 생각에 빠져 있다면 좋은 게임용 콘텐츠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발팀은 Artstation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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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조차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린 것은 아니었죠

그렇기에 게임 아티스트들은 나의 예술품이 아닌, 기획 의도에 잘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최종 목표는 모든 개발자가 그러하듯이 좋은 게임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예술가가 아니라, 게임 개발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게임 아트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동재 과장님_원형 프로필 이미지-01여동재 엔씨소프트 그래픽 디자이너. 눈물이 많아지는 걸 보니 아저씨가 되어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