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의 도전 (1) 울릉도에서 독도를 품은 일출을 촬영

 

우주를 찍기 위해 필요한 변곡점 – 권오철 작가 인터뷰 (1)

우주를 찍기 위해 필요한 변곡점 – 권오철 작가 인터뷰 (2)

권오철 작가님의 인터뷰는 재밌게 보셨나요? 이번에는 ‘도전’을 주제로 한 권오철 작가님의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과연 어떤 ‘도전’들일까요? 🙂

 


 

도전 1 – 울릉도에서 독도를 품은 일출을 촬영

by 권오철

 

살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일과 계속 씨름하다 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쓸 만한 기획이 만들어지더군요. 뭐 제 경우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촬영할 생각을 한 것은 울릉도가 아니라 독도에서 였습니다. 울릉도에서 약 90km, 배를 타고 몇 시간씩 가야 하는 꽤 먼 거리죠. 그렇다보니 처음에는 이걸 찍을 생각조차 못했지요. 2011년부터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독도를 들락거렸는데, 맑은 날 독도에 앉아 있으면 울릉도가 의외로 쉽게 보이는 거에요. 울릉도는 독도의 서쪽에 있어서 매년 4월말~5월초, 8월 중순 경에 해가 울릉도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독도에서 울릉도로 떨어지는 일몰을 찍고 나니 이제 울릉도에서 독도 방향으로 떠오르는 일출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101_울릉도가보이는독도일몰

[사진 1] 독도에서 촬영한 울릉도가 보이는 일몰

이게 바로 이번 ‘무한도전’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해 뜨는 위치만 계산해서 울릉도의 독도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이곳은 케이블카가 새벽 5시부터 운행하니까 장비 들고 올라가기도 좋습니다. 일출 시간이 되어도 구름 때문에 독도가 보여야 할 곳은 그저 뿌옇기만 합니다. 거기서 매점 운영하는 분에게 일 년에 독도가 며칠이나 보이는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그게…’ 이러면서 말을 흐립니다. 그때 감을 잡았지요.

 

‘이거 쉽지 않겠구나…’

102_빛내림

[사진 2] 울릉도, 독도 전망대의 아침 빛 내림. 사진 가운데가 독도 방향이지만 독도는 보이지 않는다.

등대 불빛은 멀리까지 보이니까 밤에도 독도의 등대 불빛은 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밤에 촬영시도를 해봅니다. 독도 방향에 껌뻑껌뻑 하는 불빛이 보여서 등대 불빛을 포착한 줄 알았지요. 아니었습니다. 독도의 등대는 동도에 설치되어 있는데, 울릉도 방향에서 보면 더 크고 높은 서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고로 독도는 섬이 하나가 아니라 총 91개라고 합니다. 해저 2300m에서 솟아난 한라산 보다 더 높은 산인데,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91개라는 뜻입니다. 이중 동도와 서도가 가장 큽니다.

서울에서 맑은 날 기상청 데이터를 보면 가시거리가 20~30km 정도가 나옵니다. 정말 맑은 날에는 북한산에서 개성까지 보인다고 뉴스에도 나오는데, 그래봐야 50km 정도입니다. 90km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니 일본에서는 안 보인다고 주장하는 것이겠지요.

 

103_세종실록지리지

[사진 3] 세종실록지리지, 그 유명한 ‘50페이지 셋째 줄’에는 “우산과 무릉, 두 섬이 현의 정동방 바다 가운데에 있다.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아니하여,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울릉도 주민들도 맑은 날에는 보인다고 하고, 옛 문헌에도 서로 보인다고 하니 보이는 것은 사실일 겁니다. 문제는 제 눈에 안 보인다는 거죠. 실패가 거듭될수록 회의가 듭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편, 오기도 생깁니다. 한 번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겠지요. 이런 유형의 사람은 도박이나 주식하면 안 됩니다. 손절매를 못해서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ㅠㅠ

성공하더라도 볼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뭐 다른 일출 같으면 그림 안 나오면 다시 가서 찍으면 되거든요. 이번에는 그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볼 확률이 높은 시기부터 조사를 합니다. 울릉도 주민들 만나는 분마다 여쭤봅니다. 독도 몇 번이나 봤는지, 언제 봤는지. 그리고 독도에서 울릉도가 보이던 날의 기상관측 데이터도 찾아서 복기해봅니다. 의외인 점은 구름 한 점 없는 그런 날이 아니더라도 보였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는 것입니다. 해수면 위만 깨끗하면 머리 위의 구름은 방해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도가 보인다면 어떻게 보일지도 계산해 봅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약 90km로 알려져 있고, 독도의 크기는 인터넷에서 지도를 통해 재 볼 수 있습니다. 독도가 어느 정도 크기로 보이는지, 그 시직경은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만 충실히 공부하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104_독도크기구하기1

 

 [사진 4] 독도 크기 구하기 (1) – 독도까지의 거리는 약 90km이다.

 

105_독도크기구하기2

 

[사진 5] 독도 크기 구하기 (2) – 독도의 폭은 인터넷 지도에서 재보니 약 480m이다.

 

106_독도크기구하기3

[사진 6] 독도 크기 구하기 (3) – 교과서만 충실히… 하면 독도의 시직경 0.3도는 바로 구할 수 있다. 독도의 시직경을 θ라고 하면, 위 그림에서 tan (θ/2) = 240m / 90 km 이다. 엑셀을 이용하려면 라디안 각도 단위를 도로 바꾸어주는 DEGREES 함수를 이용하여 아래와 같이 입력하면 된다. DEGREES(ATAN(240/90000))*2

107_독도크기구하기4

[사진 7] 독도와 태양의 크기 시뮬레이션

 

계산 결과, 독도의 시직경은 0.3도, 태양의 시직경인 0.5도 보다도 작았습니다. 그렇다면 일출에 각도만 잘 맞추면 독도를 품은 해를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그림 되겠는데!

미처 간과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독도를 보는 것에만 급급했지 최적의 상태로 보는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못 느끼고 삽니다. 망망대해 앞에 서니 드디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옛날 그리스에서는 멀리 항해하던 배가 돛대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바닷가 백사장에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보이는 수평선은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일까요?

 

108_최적고도1

 

 [사진 8] 백사장에서 본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백사장의 높이와 영장류의 평균 신장을 고려해서 해수면에서 2m 높이에서 바라본다고 가정하고 그렸습니다. 지구 반지름은 구글신에게 물어보면 ‘지구 반’까지만 쳐도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역시 교과서만 충실히 봤으면 풀 수 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면 (6378.1km + 2m)^2 = d^2 + 6378.1km^2 이므로, d는 약 5km가 나옵니다.

약간만 더 올라가서 10m 높이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계산해보니 약 11km입니다. 독도까지 90km나 되니까 훨씬 더 높이 올라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계산해보면 약 640m 높이가 가장 좋다고 나옵니다.

 

109_최적고도2

[사진 9] 최적 고도(나) 보다 낮으면 아래쪽이 수평선에 잘려서 보이게 되고 (가), 그보다 높으면 수평선이 뒤쪽으로 올라와서 역시 아래쪽이 보이지 않게 된다. (다)

 

그런데 실제로는 워낙 먼 거리이기 때문에 지구 표면의 곡률 뿐만 아니라 대기에 의한 굴절 효과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기의 공기층에서 빛이 굴절하여 실제보다 떠올라 보이게 됩니다. 신기루도 마찬가지 원리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 효과는 날씨와 같은 대기 상태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데, 이를 적용한 최적의 높이는 해발 500~600m 정도입니다.

 

10_빛의굴절

 [사진10] 수면에서의 빛의 굴절로 물에 넣은 막대기가 떠올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Wikimedia Commons 이미지.

 

계산해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울릉도, 독도, 해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시간과 위치입니다. 매년 2월과 11월에 해의 위치가 이렇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해가 뜨는 위치가 날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울릉도에서 촬영하는 위치도 날마다 달라집니다. 이것은 지도에서 위치를 특정한 다음 실제 그 곳에 가서 현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일출 촬영을 하러 올라가려면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해야 하므로 깜깜한 밤에 위치를 찾기 위해서도 사전 답사는 필수입니다. 실제 현장에 가서 동쪽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는지, 천문 프로그램에서 계산한 각도가 맞는지 확인해서 적절한 장소가 아니라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합니다.

111_위치확인

 [사진 11]

 

울릉도도 독도처럼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섬이기 때문에 지형이 상당히 험합니다. 실제로 매년 네댓 명이 사고로 죽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지도의 정보들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각종 등산 지도에 나오는 등산로들이 제대로 맞는 것이 없었습니다. 화산지형의 특성상 계속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답사하는데 길이 너무 가파르고 험해서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만 계속 나가다 보니 정상 부근의 레이더 기지까지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신병훈련소 때 유격 훈련 이후로 처음으로 노란 하늘을 본 날입니다. ㅠㅠ

실제 촬영은 준비 과정에 비하면 단순합니다. 이미 계산이 다 되었기 때문에, 낮에는 산에 답사하러 올라가고, 새벽에 일어나 캄캄한 산속으로 올라가서 해가 뜨길 기다립니다. 독도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내려와서 다음 날 위치로 답사를 가고, 또 새벽에 산에 오르기의 반복입니다. 해수면 위로 90km 거리에 해무나 구름이 없는 날씨는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실패하면 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갑니다. 다음 번에 오는 기회를 노려야 하지요.

그렇게 입도와 출도를 반복하다 드디어 동이 터오는 수평선 위로 희미하게 독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112_독도일출

 [사진 12] 처음으로 성공한 독도를 품은 일출

 

촬영에 성공한 사진을 냉정하게 분석합니다. 사실 사진이라는 것은 그림과 달라서 누구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카메라로 똑같이 촬영하면 비슷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촬영한 자리가 이른바 ‘포인트’가 되는 일도 생깁니다. 같은 자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비슷한 사진들을 만들어 내지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이 정도 사진은 다음에 누군가도 찍어 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페이팔(Paypal)의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도 그랬다지요. 시장을 선점하고, 우위를 유지하라고…

113_독도일출

 [사진 13] 두 번째로 성공한 울릉도에서 본 독도 일출

 

발표된 사진은 두 번째로 촬영에 성공한 사진입니다. 이른바 ‘오메가’ 현상이 살짝 보이고, 해가 독도와 정렬된 그 순간 해의 위쪽에서 그린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그린 플래시(green flash)는 일출이나 일몰시에 초록색의 섬광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힘들고 그 지속시간도 찰나입니다. 그런 희귀한 현상이 독도와 해가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순간에 촬영된 것이니 로또를 맞은 기분입니다.

이번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심장도 두근거렸지만 괄약근이 풀렸습니다. 카메라는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저는 저 장면을 바지를 내리고 가랑이 사이에 스치우는 찬바람을 느끼며 보고 있었답니다. 그걸 모 잡지에서 인터뷰할 때 이야기 했더니, 너무 감격해서 바지에 똥을 싸고 말았다는 오보가 나갑니다. ㅠㅠ. 아닙니다. 하지만 저런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 바지에 똥 열 번이라도 쌀 수 있습니다.

90km나 떨어진 독도가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보입니다. 여기에는 또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맑은 날의 가시거리로는 독도까지 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태양은 1억 5천만 km나 떨어져 있지만 잘 보입니다. 따라서 태양 앞에 놓이게 된다면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실루엣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일출시에는 독도를 그렇게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해와의 각도가 어느 정도 이하로 좁혀지면, 즉 동이 터오면 그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해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서 천천히 사라집니다. 동영상을 보면 점차 희미해져가는 독도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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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촬영한 대한민국 독도의 모습.
광복 70주년 3.1절 기념으로 편집하였습니다.

– 촬영, 편집, 제작 : 권오철
– 음악 : 김수진, 이희승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독도 촬영에 성공하고 나니 때맞춰 광복 70주년이라고 합니다. 제가 조사한 날짜별 위치들에 전망대를 세우고, 그 전망대를 연결하는 둘레길을 조성하는 것을 울릉군에 제안했습니다. 광복 70주년이니 뜻 있는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CF로 만든다면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울릉도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독도를 한 번 씩은 보고 갈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전망대 옆에 화장실도 지어주면 참 좋겠네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다음 편 보기(클릭)

 

대한민국_독도

권오철

천체사진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잠수함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유무선인터넷 관리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일은 재미있으되 대한민국에서 회사원으로서의 삶은 행복하지 않아 사진가로 전업했다.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었으나 백배 이상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다섯 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미국 NASA의 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한국인 최초로 선정되었고, 미국 National Geographic 사이트에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유명 천체사진가 33인으로 구성된 TWAN(The World At Night, www.twanight.org)의 일원으로 UNESCO 지정 ‘세계 천문의 해 2009’의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