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신화 #5 수메르 신화와 게임

게임의 신화적 요소를 요모조모 파헤치는 ‘게임과 신화’! 
 
5편에서는 대중 문화와 서브 컬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수메르 신화와, 이와 관련한 게임 세계를 조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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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의 주제인 수메르 신화를 낳은 수메르 문명은, 현재까지 학계에서 공인된 가장 오래된 문명입니다.

정확한 연대는 알기 어렵지만, 대략 기원전 6500년 전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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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문명 하면 떠오르는 지구라트 신전 

수메르 문명이 싹튼 이라크 남부 지역을 메소포타미아라고 부르는데, 이곳 지역 신화의 뼈대가 된 것이 바로 수메르 신화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일궈낸 이 지역은, 오늘날 미국의 침공과 이슬람 국가(IS)의 출현 등으로 인해 고대의 영광이 무색하리만큼 황폐해졌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북구 신화의 위세에 밀려 있긴 하지만, 수메르 신화 또한 현대 대중 문화와 서브 컬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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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역시 오래된 것은 무시를 못 합니다  

판타지의 제왕 톨킨의 소설에서도 수메르 또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 느껴집니다.

사우론이나 사루만 같은 등장인물의 이름도 수메르 신화의 아리만과 아카드 왕조의 전설적인 왕인 사르곤을 연상케 하죠.

우르크하이는 수메르 시절의 고대 도시인 우르크와도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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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봐도 적응 안 되는 비주얼 #우르크하이 

대부분의 고대 종교와 마찬가지로 수메르 신화 또한 다신교입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 전체를 따져보면 무려 2천 명이 넘는 신이 존재하죠. 

수메르 문명이 가장 번성했던 우르 제3왕조 시기에는 수메르의 만신전(판테온)에 3천6백여 명의 신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메소포타미아 신들만 모아도 군 여단 하나는 거뜬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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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신…아니 여단장님 입장하십니다… 부대 차렷!” 

수메르 신화의 우주는 기본적으로 짠물(바다)에 둘러싸인 하늘과 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계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에도 신격이 부여되고요. 

땅 아래에는 지하 세계와 ‘압수’라는 이름의 민물의 신이 있고, 하늘은 ‘안’이라는 남신, 땅은 ‘키’라는 여신으로 일컬어집니다. 짠물 바다는 ‘티아마트’라는 여신이고요.

이만큼만 언급했지만 벌써 ‘압수’라는 이름의 게임도 있고 미국 메탈 밴드도 있습니다. ‘티아마트’라는 이름의 스웨덴 메탈 밴드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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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온에서 드래곤으로 각성한 용족의 이름도 티아마트입니다 

수메르 신화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홍수 신화 또한 담고 있습니다.

기원전 1600년 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서판을 보면, 신들이 인간을 만든 뒤 홍수를 일으켜 벌을 주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물의 신 엔키는 한 사람에게 홍수에 대한 경고를 하고 방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데요. 이후 내용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매우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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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신화의 물의 신, 엔키 

워낙 물을 좋아하는(?) 신화라서 그럴까요? 위에서 잠깐 언급한 압수 라는 게임은 수메르 신화에서 따온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민물의 신 이름을 따온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바다 속을 헤엄치는 게임입니다.

아니 그런 게임이 재미가 있을까 싶죠? 아래 게임 소개 영상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고대 문명의 유적도 탐험할 수 있다는!

여타의 신화들과 달리, 수메르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까닭은 꽤나 실용적(?)입니다. 신들이 자기들을 부려먹으려고 만들었다는 거예요.

나중엔  인간이 너무 많아져서 관리가 어려워지자 풀어줬다고 하네요. (노…노예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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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이 창조한 로봇의 결말도 이렇지 않을까요?

(찬조 출연 : 로봇 노조 스카이넷의 정책 부장 T-800 )

이처럼 몹시 실용적인 수메르 인간 창조 신화에 영감을 얻어 개발한 게임도 있습니다. 그 이름부터 수메르 인데요. 

흥미롭게도 이 게임은 보드 게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신들을 모시기 위해 창조된 인간들이 서로 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내용이죠.

곡식을 재배하고 염소를 키우고 그걸 다 신들에게 바치는 거죠. 플레이어들끼리 경쟁하면서 상대방의 땅을 뺏거나 할 수도 있고요.

수메르 게임 플레이 영상 

수메르 신화를 보다 음습하게 다루고 있는 게임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판타지 호러의 거장 클라이브 바커가 제작한 2007년도 게임 ‘제리코’입니다.

제리코는 신이 인간을 창조하기 전에 먼저 창조한 존재가 있다고 말합니다. ‘퍼스트본’이라고 하는 이 존재는 너무 강력해서, 신조차도 이를 두려워해 심연에 가두어 버렸죠. 

이들이 심연을 벗어나려 하는 걸 최초로 막은 건 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고를 치려고 하는 퍼스트본을 미국의 특수 부대  ‘제리코 스쿼드’가 막는다는 내용이죠.

제리코 게임 플레이 영상

여기서 수메르의 신들인 닌릴, 키, 인난나, 엔릴, 난나, 우투는  퍼스트본의 작당을 최초로 막은 수메르의 사제들로 등장합니다.

게이머는 특수부대를 이끌고 수많은 괴물들을 물리치며 마침내 수메르 사제들까지 만나서 퍼스트본을 해치워야 합니다.

바커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와 심도 있는 스토리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제리코는 정작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부실했습니다. 때문에 발매 직전까지 달아오른 분위기는 찬물을 맞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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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러분, 썩어도 준치, 아니 구려도 클라이브 바커입니다 

수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수메르 신화에 매료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오래된 신화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는 건 부정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이라는 표현은 상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근래 터키 동남부에서 기원전 11000년 경 이미 문명 사회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유적이 발굴돼 화제가 됐었죠. 

아직 연구 중인 신선한(?) 고대 신화를 차용한 게임이 더 많이 출시되길 바라며, 이번 연재를 마치겠습니다. 


김수빈김수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GW 베이직으로는 안되길래 책을 보니 C를 배워야 한대서 엄마한테 학원 보내달랬더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포기. 게임 잡지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게임 잡지들이 하나씩 망하는 것을 목격.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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