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리니지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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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함께 나이드는 사람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즐거움으로 잇는 게임! 꿀잼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니지와는 다른 리니지2가 되기 위한 노력, 격동하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라이벌 게임과 맞서 싸우며 독자적 노선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이제는 게이머들과 함께 할 차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게이머들의 사랑과 힘이 필요합니다. “개발자가 리니지2를 만들어 내보냈다면, 런칭 후에는 게이머들이 리니지2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리니지2의 핵심 철학, <사용자 커뮤니티>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ㅂ<


 # ‘사용자의 경험’이 게임을 만든다

물론…리니지2는 ‘꽉 차 있는’ 게임은 아니다. 파티를 짤 때도 다른 게임에 비해 시간이 걸렸고, 전투 등 게임 요소가 다이나믹하고 화려한 게임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몬스터를 잡기 위해 앉아서 시간을 때우며 기다려야 하는 콘텐츠도 존재했다. 우리는 이 부분을 bad experience라고 표현하곤 했다(와우처럼 게임을 콘텐츠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노하우가 당시의 엔씨소프트에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론에서는 사용자에게 주는 bad experience를 절대 금기시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금기를 어길 만한 나름의 중요한 철학이 있었다.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들이 감성적으로 몰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용자 스스로가 게임 안에서 재미를 찾아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리니지 2의 성패가 사용자 커뮤니티 흥망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혈맹

▲ 커뮤니티 형성의 기반이 되는 리니지2의 핵심, 혈맹 시스템

게임 안에서 발생하는 bad experience를 누군가와 함께 경험한다면, ‘역경을 헤쳐 나간 전우와도 같은 심정’으로 플레이어들의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라 기대했다. 커뮤니케이션이 더 수월하게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계획했고, 마우스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투 형태와 기본 채팅 모드를 도입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소통을 통해 함께 부대끼고 관계를 맺어가면서 게임 내 커뮤니티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한 커뮤니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고, 개발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새로운 경험을 직접 만들어 함께 공유하였다.

와우는 콘텐츠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부분을 매끈하게 깎아 낸 날렵한 게임이다. 하지만 리니지2는 그런 부분까지 모두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유지해 두었다. 사용자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사용자 스스로가 재미를 찾아가야 한다는 우리의 모토. 이 모토가 결국 바츠 해방 전쟁 같은 거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게임이 게임을 넘어 하나의 사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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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2의 라이벌은 디시인사이드?!

엄밀하게 말하자면 리니지 시리즈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와 같았다. 리니지를 운영하며 커뮤니티 생성과 발전 과정을 지켜보았고, 이 때의 경험이 리니지2의 지향점이 된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리니지2는 전작에 비해 콘텐츠가 좀 더 풍성했고, 게임 속 커뮤니티 활동에 있어 자율성이 더 많이 보장되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은 ‘열린 광장’ 과도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사람들은 오픈된 공간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모이고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고자 했다. PC통신의 게시판은 다음 카페와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커뮤니티로 확장되었다. 리니지 2는 하나의 게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했다. 사용자는 게임 안에서 친구를 사귀고, 스스로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사용자 행태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어찌 보면…당시 리니지 2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른 게임이 아닌 디시인사이드였던 것 같다. ^_^;

2015년인 지금은 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게시판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메신저처럼 더 내밀한 매체에서 더 개인적으로 오고 간다. 사용자의 니즈가 변했고 엔씨소프트의 게임도 그 성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게임에서 사람을 만나 아는 사이가 되지 않는다. 아는 사람과 게임을 한다. 장시간 게임을 지양하며, 채팅으로 밀도 높은 감정을 주고 받지 않는다. 어쩌면 리니지2는 고전적 커뮤니티의 성격을 가진 마지막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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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함께 나이드는 사람들

리니지2는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에 맞춰 큰 혁신을 이루지는 못했다. 콘텐츠를 강화하려고 시도했으나 큰 반향은 없었다. 게임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구석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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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니지 2의 리즈시절을 이끈 카마엘 업데이트

리니지2의 콘텐츠가 큰 인기를 구가했던 적이 두 번 있었다. 하나는 카마엘 종족 업데이트를 했을 때고, 나머지 하나가 클래식 서버가 나왔을 때이다. 클래식 서버는 올드비 유저의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리니지2와 얽힌 과거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클래식 서버로 이전했고, 그곳에서 다시 옛 게임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어 가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 시절을 풍미했던 용사들이 작은 마을 낡은 술집에서 재회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리니지2가 런칭한지 12년이 지났다. 런칭 당시 스무 살이었던 게이머들도 이제 서른 초중반의 나이가 되고, 물론 우리 개발자들도 함께 나이 먹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는데, 12년이라는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며 함께 해 준 유저들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 뿐이다. 그들이 있기에 노병(老兵) 리니지 2는 아직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 

김형진 상무의 <All About 리니지 2>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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