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리니지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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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투 민족이다

리니지2의 숨은 성공 비결은 리니지2 개발팀의 막강한 전투력 덕분이다? 오로지 게임의 성공만을 바라보며 모진 역경을 견뎌 낸 그들. 1차 관문인 ‘사장전’으로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키고 2차 관문인 사업팀&행사팀과의 격렬한 커뮤니케이션까지…젊고 에너지 넘쳤기에 모든 것을 바쳤던 리니지2 개발팀의 고군분투 스토리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All About 리니지2 전편 보기 : [#1], [#2], [#3]


 

4.1.1

 ▲ 당신은 대표 이사의 방문 앞에 홀로 서 있어 본 적 있는가…

# 사장전으로 생명 연장의 꿈을…

엔씨소프트에서는 사장님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개발자 출신이시고 개발에 관해서 꼼꼼히 챙기시는건 뭐 다 아는 이야기이니. 개발에선 특정 시점에 공식적인 PT를 할 때가 있는데, 이때 사장님을 감동(?)시키면 프로젝트의 개발 시간은 연장이 된다. 일종의 프리패스랄까? 이를 두고 우리는 ‘사장전’이라 부른다. 프로젝트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단계다. 사장님을 설득시킨다면 프로젝트는 살아남아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사장님께서 “That’s No No”라 하신다면…(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리니지2 개발 당시 내부 경쟁 상대는 어마어마했다. 리니지1을 엔씨에 심은 당시 송재경 부사장이 이끌던 리니지 포에버였다. 우리는 기본 20대에, 팀장이라고 해봐야 30대 초반의 대리급인 햇병아리들이었고 명성과 경력에 차이가 있다보니 우리 팀에 대한  회사내에서의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지원 역시 후순위로 밀렸다.

우리 팀의 전투력은 이때부터 강해진 것 같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우리의 게임으로 이겨 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리니지 1의 성공 멤버가 팀의 핵심이었으므로 경력은 짧았으나 성공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우리 조직은 모두 젊었고 에너지가 넘쳤다. 여러가지 견제와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게임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장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뒤집어 일발역전이 가능한 것은 사장전 뿐이었다. 요컨대 우리를 지탱했던 생각은 “좋은 물건을 만들면 알아주실거야, 저 분은 알아주실 거야.” 하는 믿음이었다.

리니지2_awakening6▲ 사장전에 모든 것을 걸겠어!! 

# 이 게임이 잘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리니지 2 개발팀은 사내에서 악동 같은 이미지였다. 혹자는 전투 민족이라 부르기도 했다. 다른 팀들과 다소 거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기 때문이다. 대 사업팀, 대 행사 준비팀 등 다양한 팀들과 약간은 거칠게 소통을 했다. 

vs 행사팀

2003년, 동경 게임쇼에 리니지 2를 출품했다. 게임 개발팀에게 게임쇼라는 것은 일종의 모의고사와 같아서 이 때 반응에 따라 프로젝트의 생사 여부가 결정되는 살벌한 이벤트다. 리니지 2는 당시 한국에서 상용화되기 전이었으므로 서버를 직접 들고 가 호텔에 서버실을 차렸다. 빌드가 완전하지 않던 시기라 호텔과 행사장에서 계속 디버깅 작업을 하던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행사팀에서 게임 시연을 하며 행사장 TV에 게임 화면을 띄워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이벤트를 기획했으니, 우리로서는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었다. 헌데 행사 전날 문제가 생겼다. 시연 모니터와 TV의 화면 비율이 달라 화면이 찌그러지고, 심지어 분배기에 문제가 생겨 해상도도 맞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부스와 시연대를 꾸미느라 마우스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그날은  전투 민족의 본능이 최고조로 올라왔던 순간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게임을 보여줄 수 없다며, 부스의 레이아웃을 물리적으로 옮겨놓으며(!), 격렬히 항의를 하며 진상을 부렸다. 결국 일본의 용산, 아키하라바 전자 상가에 가서 시연용 TV를 모두 구입해 부스에 새로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런 유난 때문이었을까, 동경 게임쇼의 리니지 2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후 성공적으로 일본에 론칭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사본 -1001_1280▲ 해상도 안 맞는 걸 그대로 내보내자는 말씀이세요, 지금!?!?

vs 사업팀

그 중 사업팀과의 회의는 매번 격렬하게 진행됐다. 멱살만 안 잡았지 나올 수 있는 모든 격렬한 단어, 행위 등이 오갔다. 게임 요금은 얼마를 받을 거냐, 그런 건 넣지 말자, 그런 식이면 곤란하다 등등 한 번 모일 때마다 난리가 났다.

엄밀히 따지면 이런식의 BM(business model)을 설정하는 것은 사업팀의 업무이다. 그리고 개발팀은, 마치 감독과 작가가 영화를 만들고 나면 제 손을 떠나 보내는 것처럼, 게임 개발 이후에는 그 게임을 보내 주고 타 팀의 요청에 따라 작업을 해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리니지 2 개발팀은 유독 강경하게 버텼다. 우리가 만든 게임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팀은 오직 이 게임이 잘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사실 이런 식의 전투는 엔씨소프트이기에 가능했다. 엔씨소프트는 개발 조직의 문화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CEO의 원칙도 퀄리티 우선이고, 완벽하게 개발이 되지 않은 게임은 절대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게임을 잘 만든다.’는 기본 원칙만 지켜 준다면 그 정도의 트러블은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젋었으니까….

edit_08003_1920_2▲ (거칠게 소통했지만 ) 결국 모든 팀들은 한 배를 탄 식구였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 게임이 성공하면 되지

어떤 분야건 두 번째 작품을 성공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가수들도 2집, 작가들도 두 번째 책을 다시 히트 시키는게 가장 어렵다. 우리나라 게임 역사를 돌아봐도 하나를 성공시킨 회사가 두 번째까지 성공으로 이어 간 사례가 드물다. 현재 많은 게임 회사가 신작 출시를 어려워 하는 것은 결국 두 번째 작품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때 겪는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두 번째 작품이 성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니지 2의 성공은 엔씨소프트에게 큰 의미가 있다. 콘텐츠의 재생산에 성공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2 이후 자체 개발과 서비스의 기반을 닦으며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한 게임 개발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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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니지 2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치열한 사내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반대를 뚫어야 했다.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내부에서 나오는 비관적인 의견도 많았다. 돌이켜 보면 나름의 잔혹사다. 엄밀히 따지면 리니지 1을 계승한 것은 다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을 성공 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게임만 잘 만들면 되지.”

당시 우리 팀이 살아 남고, 엔씨소프트라는 회사가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은 간단했다. 게임을 성공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게임을 성공시키고 우리가 살아 남는다.’ 전투민족 리니지 2 개발팀이 버틸 수 있었던 신념이었다.

 

* 비하인드 사장전

프로젝트의 사활이 걸린 사장전은 긴장 그 자체였다. 전투력이 넘치던 우리 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PT를 하러 올라갔다가 사장님이 안계시기라도 하는 날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언젠가 닥칠 일이지만 ‘지금만 아니면 돼.’ 같은 기분이었다. ㅎㅎㅎ;; 물론 쾌재 뒤에는 “그냥 내려오면 어떻게 하냐.”, “담판을 짓고 내려와야지.”등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사장님을 앞에 두고 PT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미룸의 미학을…

 

김형진 상무의 <All About 리니지2>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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