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사회 #3 게임을 즐기는 이유

전세계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임과 사회’ 3편에서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임의 요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 ͜ʖ ͡°)


# 언제 어디서나, 게임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승객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2015년 9월 기준으로 4천만 명을 넘어섰고, 하루 지하철 이용 승객이 서울에만 800만 명이라고 하니,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30대 여성들은 모바일 보드게임을 열심히 하고, 30대 남성들은 모바일 MMORPG를 즐긴다.

20대 직장 여성들도 고스톱 삼매경에 빠져 있고, 간혹 50살이 넘어 보이는 중년 남성들도 스마트폰으로 1인칭 슈팅 게임을 한다.

버스, 지하철 기다릴 때 #꿀잼 #킬링타임

지하철에서 목격했던 것 중에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환갑을 족히 넘기신 것 같은 여성분이 ‘드래곤 플라이트’에 몰입하시는 것을 보았을 때다.

사람들은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한다. 집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정류장에서, 학교에서, 교회나 절에서, 비행기 안에서,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은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 8090에도 게임은 인기

그렇다면 게임의 일상화는 스마트폰 시대만의 특별한 현상일까? 물론 아니다.

스마트폰 시대뿐 아니라 PCS 시대, 286 컴퓨터 시대, 그리고 전자오락실 시대에도 게임은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문화콘텐츠였다.


컴퓨터 시간에 몰래 해야 제맛 #페르시안의_왕자 #추억의_도스게임

지금의 청소년들은 잘 모르겠지만, 1990년대 중반에 게임을 지상파 방송에서 독립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적이 있었다. KBS 2TV의 <게임천국>, SBS의 <달려라 코바>가 그 프로그램이다.

시청자가 직접 방송에 출연하거나, 집에서 TV와 전화기를 이용하여 ‘우주전쟁’, ‘페인트 맨’과 같은 게임들을 상대 출연자와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프로그램의 인기도 높아서 방송에 참여하고 싶어 제작진에 엽서를 보내는 시청자가 매일 수백 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습하다 전화기 부서지는 줄 #예분누나 #추억소환

전자오락실의 흑백 브라운관을 통해서 처음으로 게임을 즐겼던 1980년대 초반에도 게임은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1980년대 재수 학원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게임은 ‘제비우스’였다. ‘제비우스’는 ‘갤러그’가 조금 지겨워질 때쯤 나와 신선한 즐거움을 주었다.


오락실 시대의 최고 명작 #제비우스 #아련아련

평면적인 게임 맵에 기반했던 ‘갤러그’와 달리, 게임의 맵 자체가 위 아래로 이동하는 패턴을 지녔던 ‘제비우스’는 진일보한 그래픽 기술로 수많은 제순이, 제돌이들의 동전을 빼앗아 갔다. 나도 노량진에서 재수할 때, ‘제비우스’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 왜 게임을 좋아할까

사람들은 왜 게임을 많이 할까? 그 대답은 단순하다. 너무 재미 있으니까.

혹자는 게임의 과몰입을 사회 병리현상으로 본다. 사람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이유는 학교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혹은 게임의 내적인 구조가 게임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게 만들 정도로 과몰입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사회책임론이고, 후자는 게임 책임론이다. 둘 다 게임이 그냥 좋아서 즐긴다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아서도 아니고, 게임이 마치 중독물질처럼 뇌를 망가뜨려 자동반사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것이다.


게임하는 진짜 이유 #와이_쏘_씨리어스

물론 게임 커뮤니티라는 게 있다. 아무리 바빠도 길드를 위해 공성전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게임이 재미없으면 사람들은 참여도 하지 않고 금방 싫증을 낸다.

스마트폰이 게임 과몰입의 원흉이라고 말하지만, 과거에도 게임은 ‘뱀 주사위’의 형태로, 전자오락실의 형태로, 콘솔의 형태로, PC 온라인의 형태로 늘 과몰입의 대상이었다.

2014년 게임중독법 제정에 반대하는 문화예술인 공동대책위 위원장이었던 만화가 박재동 화백은,우리를 중독시키지 못하면 그것은 게임이 아니라고 했다. 문화와 예술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이 사람들을 좀 중독 시키면 안 되나요?”

 

# ‘보상’이라는 게임의 선물

게임은 재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게임 이론가이자 비평가인 톰 채트필드(Tom Chatfield)는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보상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게임의 작동원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상(reward)’이다. 게임에서 보상은 다양한 형태로 게이머에게 제공된다. 보상 없이 게임을 지속하기란 불가능하다.

톰 채트필드의 강연 ‘게임이 두뇌에 보상하는 7가지 방법’

톰 채트필드는 게임이 뇌에 줄 수 있는 7가지 보상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진전을 측정하는 경험치다. 일종의 세컨드 라이프 게임에서, 아주 작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때마다 아바타가 서서히 완성되어 가고 결국 그것을 획득하게 되는 보상을 경험하게 된다.


XP 오르는 맛에 게임 못 끊지

두 번째는 장단기 목표를 다양하게 갖는 것이다. 단기 목표만 있으면 성취감은 빠르지만, 몰입과 즐거움의 강도가 줄어들고, 장기 목표만 있으면 인내심을 갖고 목표를 수행하기 어렵다.

콘솔게임인 ‘동물의 숲’의 경우 채집과 보상이라는 단기 목표와 자신의 거주공간을 멋지게 꾸밀 수 있다는 장기 목표를 함께 제공해, 반복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고의 마을로 꾸밀 수 있다구~ #동물의숲

세 번째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게임에서는 아주 작은 시도에도 보상을 제공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은 점진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로 향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네 번째는 빠르고 분명한 피드백이다. 게임은 조금이라도 노력하면 그것에 대해 즉각적이고 분명한 피드백을 준다.

세상 기분좋은 피드백 #펌프잇업 #펄풱 #올콤보

다섯 번째는 불확실성의 요소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게 만드는 요인은 확실한 보상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불확실한 보상 때문이다.

그러나 보상이 불확실하더라도 반드시 주어진다는 점이 보장될 때에만 게임은 즐거울 수 있다. 톰 채트필드는 가장 적절한 불확실성의 확률은 25% 정도라고 말한다.

예상 못한 돈벼락 #주세요_또주세요

여섯 번째는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보상을 찾는 행위와 연관되어 있다. 그는 게임과 뇌의 도파민이 연관될 수 있는 지점들이 기억과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도파민 분비 그 자체가 아니라, 도파민이 분비되게 만드는 게임의 즐거움이다.

마지막으로 연대와 협력이다. 이것은 게임 과몰입의 부정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지점이다. 온라인 게임의 길드 조직이나 비디오 게임 내 공동협력 플레이는 우리의 뇌가 활성화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 더 좋은 삶을 위한 게임

톰 채트필드는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에 「비디오 게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교실 내 똑똑한 아이들부터 아둔한 아이들까지 거의 예외 없이 모두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차이는 바로 게임의 플레이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자연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기계적-사회적 기술을 배운다고 말한다. 즉 게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더 나은 삶의 요소를 게임의 불확정적인 도전과 선택으로 설명한다. 게임은 하나의 미션이면서 도전이다. 그러한 도전은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한다. 다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미션에 대해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가에 있다.


끝없는 도전과 실패의 연속 #이_판만_일주일째 (︶︹︺)

게임은 성공의 결과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패 속에서 즐거움을 얻고, 성공의 보상 속에서 보람과 동기부여를 얻는다. 톰 채트필드는 게임의 즐거움이 갖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게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보다 풍요로운 삶을 향해 첫 번째 단계를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 사람들의 배경과 능력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브리검영대학교 가족학부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자녀들과의 실제 삶의 관계를 매우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미시건 대학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사교게임들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계를 도와주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대단히 유익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비디오 게임이 우울, 불안 증세를 감소시킨다는 이스트캐롤라이나 대학 연구 결과

또한 하루에 30분만 게임을 하면 의학적 염려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 약물적 효과가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북돋아주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스트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스탠포드대학교는 자신들을 ‘이상화’하는 게임 아바타가 어떻게 실제 삶에서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연구 결과로 보여준 바 있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재미를 얻으면서, 덤으로 좋은 관계와 건강한 정신까지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게임을 즐기고, 또 즐겨야 하는 이유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중앙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메타비평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문화연구자로서 문화이론과 문화정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게임 문화연구에도 관심이 깊어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문화자본의 시대』, 『게임의 문화코드』, 『게임 이펙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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