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사회 #4 4차 산업혁명과 게임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이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이 게임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게임과 사회’ 4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게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

지난 해 1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에 실린 <다보스 2016: 시장을 잊어라 – 4차 산업혁명이 여기에 있다>라는 기사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킬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로 △인공지능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통신서비스 △ 3D 프린터를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 #나도_저거사줘

1700년대 후반 수력과 증기 기술로 시작된 산업 혁명은, 19세기 전기의 발명에 따른 제조업 공장으로 2차 산업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발달한 전자와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은 지금까지 3차 산업 혁명을 주도했다.

2016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시대별 변화 다이어그램

4차 산업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어, 인간의 물리적 개입 없이 초고속 정보와 로보틱스가 스스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대를 가능케 한다.

 

# 삶이 바뀌는 ‘특이점’의 순간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미래 사회와 관련해 ‘특이점(Singularity)’란 개념을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특이점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말한다. 예컨대 로봇이 인간을 배제하고 기술자동화의 주체가 되는 순간이나, 인간을 대신해 군대의 주체가 되는 순간이다.

레이 커즈와일이 예측하는 특이점의 순간 #초고속_기술발전

그러나 특이점의 순간은 기술의 승리, 로보틱스의 인간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새로운 인간 환경의 탄생’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우리의 미래에 닥쳐올 특이점은 성적인 것에서부터 영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생활 양상을 점점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특이점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을 기술의 진보 그 자체로 보지 않고, 기술의 진보에 따른 새로운 삶의 출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상’이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것을 특이점의 징후로 생각한다. 즉 해리포터에 나오는 신기한 마법의 세계가 현실 세계에서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 게임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과 특이점의 시대에 게임은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의 라이프스타일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포켓몬 고다. 이 게임은 증강현실 기술과 소위 ‘구글맵’으로 대변되는 위치 추적 장치를 이용해, 포켓몬의 캐릭터들을 포획하는 게임이다.

AR 게임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고╭( ・ㅂ・)و ̑̑

높은 수준의 기술을 적용한 게임은 아니지만, 컴퓨터와 미디어 안에 갇힌 기존 게임의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게임을 모바일 스크린 안에서만이 아닌, 현실공간을 돌아다니며 하도록 하여 게임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처럼 미래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의 행위를 개인의 활동 역량과 연결하는 데 있다.

요놈 잡으러 동네방네 GO GO~!  ( ̄▽ ̄)ノ

포켓몬 고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충격은 게임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있다. 기존 게임들은 실제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여, 가상공간에서의 특이한 체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꾀했다.

서든어택 같은 1인칭 슈팅게임, 리니지나 와우 같은 온라인 게임 등은 컴퓨터 스크린이라는 가상공간 안에서 생생한 현장감을 즐기게 하지만, 그 자체가 현실공간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과 유비쿼터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가상공간이 실제 현실 안으로 들어와 개인의 감각을 활성화시키고 놀이의 체험을 극대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포켓몬 고는 이러한 현상의 아주 단순하고 초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서드 라이프’를 즐기는 게임의 시대

나는 이러한 현상을 ‘서드 라이프(Third Life)’라고 명명하고 싶다. 이는 말 그대로 ‘제3의 삶’의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현실공간에서 물리적인 삶을 사는 단계가 ‘퍼스트 라이프(First Life)’라 한다면, 가상공간에서 잠시 흥미롭지만 허구에 불과한 체험을 하는 단계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로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 때 큰 인기를 얻었던 ‘세컨드 라이프’라는 게임이 이에 해당된다. 인터넷 가상공간에 집을 짓고, 가상의 애인과 결혼을 하고, 가상의 직장을 다니는 게임에 심취한 사람들은 대체로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한 삶을 가상공간에서 보상받고 싶은 심리를 갖고 있다.

가상현실에선 언제나 #파워당당 #세컨드라이프

서드 라이프의 시대는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판타지 혹은 허구적인 대리 만족을 현실공간에서 체험하게 함으로써, 가상현실이 곧 실제 현실이 되게 하는 삶을 기능케 한다.

서드 라이프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함께 연계-결합이 가능한 ‘초현대 하이퍼 현실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최근 유행하는 3D 프린터, 홀로그램, 증강현실을 활용한 기술혁신과 그 기술을 활용한 놀이 콘텐츠들은 라이프스타일의 문화환경이 서드 라이프로 이동 중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게임의 미래는?

그렇다면 서드 라이프 시대에 게임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아마도 다음 세 가지 유형이 중요할 듯 싶다.

첫째, 새로운 기술혁명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가상현실 기술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하는 초감각지능산업(VRE: Virtual Reality Entertainment) 게임이 곧 도래할 것이다.

VR 게임은 요즘도 상용화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아마도 아케이드 게임의 판도를 확 바꾸어 놓을 것이다.

VR 게임은 입체적인 시공간을 보는 것으로부터 느끼고 만지는 것으로 진화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VR 게임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다. 내 캐릭터와 아바타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GDC 2017에서 공개된 VR 게임 ‘블레이드 & 소울 테이블 아레나’

2014년 3월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VR 업체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하면서 SNS 커뮤니케이션에 가상현실의 기술을 도입했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시도로, 가상현실의 구현은 VR 헤드셋에서 VR 플랫폼으로 이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가상현실 게임이 미디어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페이스북이 보여줄 가상현실 세계는?

둘째, 창의적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게임(Ubiquitous Health Care Game)이 본격 도래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스마트 기술 환경이 인간의 신체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분야의 대표 기업인 위딩스(Withings)는 와이파이를 내장한 스마트 체중계로 근육량이나 체질량 지수를 자동저장해 스마트폰 앱으로 서비스한다.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주로 건강을 위해 사용되지만, 즐거운 놀이의 형태로 변모해 게임의 기술기반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몸’과 ‘게임’의 플랫폼이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

게임의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가 게임 이용자의 몸 안으로 들어와 물리적 스크린 없이 홀로그램의 형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 닌텐도 위(Wii) 같이 게임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임 콘텐츠를 몸 안에 간단한 칩의 형태로 삽입할 수도 있다.

홀로그램 몬스터를 잡아라~! (๑˃̵ᴗ˂̵)و

셋째, 로봇과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한국의 이세돌과 중국의 커제와 둔 바둑게임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기술적 진보를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적 사례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세돌과 커제와 바둑을 둔 존재는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은 ‘대리 바둑기사’이다.

왜 이렇게 안 풀리냐 #이세돌_의문의1승

그런데 게임의 프로그램이 인공지능화되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게임의 디바이스 혹은 플랫폼이 그 자체로 하나의 움직이는 게임 생명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 디바이스는 고도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장착해서 게임 이용자와 마치 ‘인간 대 인간’으로 대결하듯이, 게임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될 것이다.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 게임은 정말 무한한 게임 공간과 스토리를 자생적으로 만들 수 있다.

어이 인공지능, 한 판 붙자! (`へ´*)ノ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변모시킬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게임 플레이로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중앙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메타비평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문화연구자로서 문화이론과 문화정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게임 문화연구에도 관심이 깊어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문화자본의 시대』, 『게임의 문화코드』, 『게임 이펙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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