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마시는 바텐더 – 7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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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종사자들의 마음 속에 흐르는 깊은 고민…고통…그리고 슬픔…고민상담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바텐더 주영준, 만화가 김보통이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대답해 드립니다. 고민은 못 풀어도 마음은 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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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 치유성으로 인던 도는게 유일한 낙인 32세 남자입니다. 그런데 최근 만나기 시작한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그녀는 제가 게임하는걸 너무나도 싫어합니다. 데이트도 물론 좋죠. 하지만 가끔은 홀로 던전을 도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게 현대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자친구는 게임과 본인을 비교하며 누가 더 좋은지를 묻습니다. 교제 백 일도 안되어 겪는 지구 최강의 난제입니다. 다시 솔로부대가 되기는 싫고, ‘미안해>뭐가 미안한데>그냥 다 미안해>오빤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로 전개될 2차 난제는 더 두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ㅠㅠ –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고통스러운 데바 A씨

 

이성적으로 설득이 가능하다면 이상적이겠지. 요컨대 이런 거야. ‘게임이 얼마나 좋은 취미인 줄 아냐. 등산처럼 바람이 나는 취미도 아니고, 낚시처럼 세월아 네월아 구도하는 취미도 아니며, 자전거와 카메라처럼 큰 돈 먹는 취미도 아니다. 나는 좋은 취미를 가진 좋은 남자일 뿐이다.’ 라고.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 주장에 대해 이미 세 개의 답을 가지고 있을 거야. 1. 네 여자친구처럼 ‘그래서 게임이 좋아 내가 좋아!’ 2. ‘그래서 어쩌라고 서른 넘어서 게임이나 하는 아저씨가!!’ 3. ‘게임하다 바람나는 남자가 한둘이냐! 네 접속시간을 보아하니 낚시꾼 급의 구도자임에 확실하며, 핸드폰 소액결제 내역을 보아하니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자전거나 카메라를 사는 게 낫겠구나!!!’ 그러니 벌써부터 2차 난제를 고민하지 마. 1차 난제만으로도 머리가 터지고 말 테니까. 이성적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야.

이건 완전히 감성적인 문제야. 만약 네가 게임이 취미인 원빈이라면 여자친구가 게임 좀 한다고 뭐라고 하겠냐. 물론 노력한다고 해서 원빈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여친에게 좋은 남자 정도는 되어 볼 수 있잖아. 게임 문제를 게임을 통해 풀어나가려고 하지 마. 여자친구한테 더 잘해줘. 둘이 같이 사는 거 아니면 게임은 집에서 틈틈이 천천히 조용히 하면서, 여자친구를 잘 배려해줘. 그리고 게임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마. 어제 어디를 돌았다느니 뭘 득템했다느니. 그걸 앞으로 천 일 정도 하면, 여자친구가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가지고 별로 뭐라고 안 할 거야. 물론 전날 인던 돌다 밤새서 눈 벌게져가지고 데이트 나오면 하하 모든게 끝장이다.


고민을 글로 풀어주는

주영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70종류의 다양한 술을 갖춘 신촌의 정통적인 바 bar TILT의 바 마스터/바텐더로 일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좋은 술과 좋은 지식을 구해 손님들께 좋은 술을 대접하려 노력하고, 여러 곳에 그럭저럭한 수준의 글과 번역물을 써내고 있다. 술과 예약과 저작에 대한 문의는 언제나 환영한다. twitter.com/barTILT, purplyan.egloos.com, purplyan@gmail.com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주는

김보통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데뷔작 <아만자>가 소셜 공간을 중심으로 잔잔하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첫 작품으로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D.P’를 한겨레 신문 토요판 지면에 연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