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10 기사단 이야기 part. 2

최초, 그리고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시작. 리니지 시리즈의 뒷이야기를 파헤치는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리니지 세계의 핵심 세력인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 ͜ʖ ͡°)


기사들은 리니지 세계에서 존재감이 가장 큰 세력입니다. 리니지 세계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죠. 또 기사들과 그들의 행적은 낭만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엘모아덴과 <리니지2> 시대의 기사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리니지>와 차후 공개될 <리니지 이터널> 속 기사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리니지의 역사는 곧 기사들의 역사

 

# 대를 이어 충성하라! 아덴 왕국 기사들

엘모아덴이 다시 ‘엘모어’와 ‘아덴’이란 두 나라로 나뉜 뒤, 아덴 왕국은 리니지 역사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기사 계층은 아덴 왕국의 근간이나 다름 없었죠. 아덴의 전성기를 가져 왔던 듀크데필 왕도 기사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덴 이전의 역사에서 기사들은 정치적 색채가 강했죠. 왕에게 자신의 소신을 전달하고 이를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소신이 맞는 기사들끼리 기사단을 조직해 중앙정권과 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왕권이 강했던 아덴 왕국에서는 기사들이 맹목적인 충성집단으로 변했습니다.

기사의 나라 아덴 왕국 #세상_아름다움(*´▽`*)

아덴은 보수적인 기사들의 나라였습니다. 약자를 보살피고, 왕에게 충성하고, 무를 숭상하는 등의 기사도 정신은 아덴의 사상적 뿌리였습니다.

이러한 기사도 정신의 꽃은 역시 혈맹 제도입니다.

아덴에서 왕과 기사의 관계는 단순한 주군관계가 아닙니다. 피로 이어진 혈맹의 관계를 맺으면서 영원한 충성과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죠.

왕과 혈맹을 맺은 기사는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혈맹을 맺은 왕가를 대를 이어 모시는 과잉 충성의 시대였습니다.

기사들과 혈맹을 맺어 충성을 보장받는 왕 #중세시대_기사작위수여식

예를 들어 아덴의 듀크데필이 죽자, 그의 혈맹들은 아들 데포로쥬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달의 기사 질리언은 듀크데필의 아들 데포로쥬를 도와 전쟁의 선봉에 나섭니다. 또, 현역 때 ‘불패의 기사’로 불리며 후배 양성에 노력하는 군터도 이 시대의 기사를 대표하는 인물이죠. 백성들에게 존경 받는 청렴한 기사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대를 이어 충성하는 달의 기사 질리언(좌)과 기사들의 롤모델 군터(우)

 

# 기사 시대의 이단아, 반왕 켄라우헬

그런데 이런 강직한 기사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반왕 켄라우헬이죠.

그는 한마디로 기사 시대의 이단아입니다. 충성과 명예를 존중하는 기사들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자행했습니다.

노예로 태어나 왕으로 죽었던 남자, 반왕 켄라우헬

먼저 그는 출신이 미천했습니다. 노예 출신인 그는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귀족 신분을 사칭하고 왕좌까지 찬탈합니다.

그는 어린 데포로쥬 왕자를 쫓아내고, 왕비 가드리아를 차지해 스스로 왕이 됐죠. 왕자가 나이가 들면 다시 왕권을 돌려준다며 백성들을 안심시킨 후, 뒤로는 왕국의 유력 기사들을 제거했습니다.

이때 수많은 기사들을 도륙했던 인물이 켄라우헬의 비선실세 케레니스입니다. 이런 숙청작업으로 아덴의 기사들이 대부분 죽습니다.

수많은 기사들을 죽음으로 이끈 악녀 케레니스

켄라우헬은 혁신적인 정치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왕의 자리는 혈통이 아닌 노력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왕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왕관을 얻는 자에 비해,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해 온 내가 부당한 왕으로 불릴 이유란 무엇인가?”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그러나 혈통과 명분을 중시하는 기사들에게 켄라우헬의 파격적 사상은 용서할 수 없는 반역이었죠. 결국 혈통을 중시하는 기사들과 반왕의 상징인 켄라우헬의 대결은 불가피해졌습니다.

혈통을 계승한 기사들과 반왕의 상징인 켄라우헬의 결전

데포로쥬가 성장하자 아덴의 기사들은 의기투합해 그의 깃발 아래로 모입니다. 왕의 아들이 다시왕좌를 찾는다는 명분이 통한 것이죠.

이것이 바로 리니지 역사상 최고의 사건으로 알려진 아덴 혁명전쟁입니다.

 

# 붉은 기사단 vs 검은 기사단

데포로쥬는 붉은 기사단을 조직했습니다. 대의명분을 얻은 붉은 기사단은 윈다우드 전쟁을 시작으로 최종 목적지인 아덴성을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했습니다.

하지만 켄라우헬에게도 힘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가 육성한 검은 기사단의 역습으로 데포로쥬는 큰 위기를 맞게 되죠.

켄라우헬에게 충성을 다 바치는 검은 기사단장 커츠

그리고 혁명을 상징하는 붉은 기사단과 반왕을 상징하는 검은 기사단은 아덴성 앞에서 마지막 결전을 치르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달의 기사 질리언과 검은 기사단장 커츠의 일대일 대결은 전쟁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죠. 전쟁문학의 고전인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와 ‘헥터’의 대결을 연상시키는 장면입니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결을 연상시키는 질리언과 커츠의 아덴성 결투

결국 데포로쥬는 켄라우헬을 쓰러뜨리고 아덴 왕국을 되찾습니다. 기사들의 시대가 다시 오는 듯 했죠.

하지만 켄라우헬은 마족의 힘을 등에 업고 다시 아덴 왕국을 공격했습니다. 리니지 역사는 또 한번 요동을 치죠.

게임 <리니지>는 이 때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정통의 기사 데포로쥬와 반왕 켄라우헬의 대결이 리니지 스토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죠.

 

# 억압 받는 민중의 영웅, 이터널 시대

<리니지 이터널>에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사들이 등장합니다. 이터널이라고 불리는 전투집단들이죠.

이들은 왕족에 대한 충성이 아닌 억압 받는 민중을 위해 일어난 전사들입니다. 엘리트 집단이 아닌 시민 혁명군과 같은 개념입니다.

<리니지 이터널>의 스토리는 리니지 2세대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데포로쥬의 아들 윌리엄 왕은 켄라우헬을 물리치고 무사히 왕권을 승계합니다.

하지만 최강의 용 안타라스의 공격 앞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죠. 결국 사랑하는 왕비까지 죽자 그는 절대적 힘을 갈구하다가 영혼이 타락하고 맙니다.

존경하는 데필 혈통의 왕이 잔인한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기사들과 백성들의 절망감은 커져갔습니다.

기사들은 왕의 타락을 보고 깊은 절망감에 빠지고…

이터널들은 기존 기사들처럼 절대적인 충성이나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왕국을 수호하는 엘리트 집단이었던 기사들이, 이제는 억압받는 하층민들을 구원하는 집단으로 바뀐 것이죠. 그들은 신들로부터 초월적인 능력을 부여 받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나섭니다.

억압 받는 하층민들을 위해 싸우는 혁명가들, 이터널

리니지 세계 속 기사들은 여러가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치 집단으로 시작해,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엘리트 집단, 그리고 민중의 편에 서서 권력자와 싸우는 혁명가까지. 이처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리니지 시리즈를 플레이할 때도 이러한 관점에서 기사 캐릭터들을 바라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겠죠.


이덕규(게임 칼럼니스트) 게임잡지 피시파워진 취재부 기자를 시작으로 게임메카 팀장, 베타뉴스 편집장을 거쳐 현재 게임어바웃 대표 및 게임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게임을 단순한 재미로 보기보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살리는데 관심이 많다. 고전부터 최신 게임까지 게임의 역사를 집필하면서 게임을 통해 사회를 보는 창을 제시하고자 한다.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1 원작에서 물려받은 두 가지 유산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2 서사구조와 창세신화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3 리니지와 TV드라마의 공통점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4 리니지판 적벽대전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5 정치적 관점에서 본 리니지 이터널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6 레드나이츠의 관전포인트 5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7 리니지의 역대급 마법사들 part. 1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8 리니지의 역대급 마법사들 part. 2

리니지 비하인드 스토리 #9 기사단 이야기 par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