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스토리텔링 #7 버블 보블

게임 칼럼니스트 이경혁 작가가 들려주는 게임 속 숨겨진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

‘게임 속 스토리텔링’ 7편에서는 1986년 출시된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버블 보블>을 소개합니다.


※ 주의: 본 글은 <버블 보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오락실 시대의 대표 게임, 버블 보블

아케이드 오락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무엇인가요?

비디오 게임이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오락실은 청각적 요소가 더 뚜렷한 공간이었습니다. 게임들이 뿜어내는 전자음이 뒤섞여 꽤나 시끄럽고 번잡한 곳이었죠.

전자음의 난장 가운데서도 뚜렷하게 구분되고 지금껏 기억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아도겐~!’ 같은 목소리가 있고 <테트리스>의 테마곡인 러시아 민요도 있죠.

하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른바 ‘오락실 노래’는 아무래도 <버블 보블>의 메인 테마송일 것입니다.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버블 보블>

우리나라에선 ‘보글 보글’로 널리 알려진 <버블 보블>은 귀엽고 깜찍하면서도 난이도 있는 게임성으로 오락실의 메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였던 이 게임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등장하며 추억의 소재가 되기도 했죠.

나의 방과 후를 책임진 버블 드래곤 형제 #버블론 #보블론

전국구급 인지도를 갖고 있는 <버블 보블>이지만, 흥미롭게도 게임의 스토리와 엔딩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실 게임의 특성상 엔딩을 쉽게 보기 어려운 면이 있죠.

<버블 보블>은 깜찍한 아케이드 게임이지만 나름의 스토리텔링 구성을 갖추고 있고, 의외로 품고 있는 의미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 대다수가 모르는 진짜 엔딩

<버블 보블>은 악당 블루바 남작에게 잡혀간 여자 친구들을 구출하는 스토리의 게임입니다.

전형적인 ‘공주 구출 서사’에 따라, 플레이어는 버블 드래곤이 되어 악당의 동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여자 친구들을 구하러 버블버블 팡팡~!

제한된 시간 동안 비눗방울을 쏘아 적을 가둔 후 터뜨리면 스테이지를 하나씩 돌파할 수 있는데요.

마지막 100 스테이지에서 거대 보스를 쓰러뜨리고 잡혀간 여자 친구들을 구하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엔딩은 진엔딩(작품의 제작자가 의도한 진짜 결말)이 아닙니다.

100 스테이지까지 모두 돌파했건만 화면에는 ‘이것은 진짜 엔딩이 아님’이라고 떡 하니 써 있습니다.

※ 안내: 이건 트루 엔딩이 아님! 다시 하셈

게임이 시키는 대로 ‘슈퍼 모드’를 추가로 통과해야 간신히 엔딩에 도달할 수 있고, 그제서야 스토리의 내막이 밝혀집니다.

사실 알고 보니 거대한 최종 보스 슈퍼 드렁큰은 마법에 걸린 부모님이었던 것이죠.

<버블 보블>의 진짜 엔딩은 여자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까지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웃고 계시지만 ㅠㅠ #어버이사랑

이게 무슨 소리인 걸까요. 여자 친구들을 구하는 게임의 끝판왕이 사실은 부모님이었다?! 너무 맥락 없는 이야기는 아닐까요?

게다가 왜 이 별것 아닌 이야기를 여러 개의 코인을 써야 할 정도로 꽁꽁 숨겨 놓았을까요?

우리는 <버블 보블>의 스토리텔링을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버블 보블은 막장 드라마?!

결론부터 살펴보면 <버블 보블>은 주인공의 여자 친구들을 지하 동굴에 잡아 가두는 부모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들의 이성교제가 맘에 들지 않았던 거죠.

이에 반발하여 아들이 부모님의 반대를 물리치는 과정이 <버블 보블>의 스토리입니다.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o•́)ง #엄마아빠_미안해요

주인공은 마침내 부모님의 반대를 막아내지만, 그때 부모님이 흘리는 눈물을 봅니다. (엔딩에서 보스 몬스터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진엔딩에 이르면 괴물이었던 보스가 다시 부모님으로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 청소년의 심리를 담은 성장 스토리

게임의 서사를 이렇게 살펴보면 <버블 보블>은 가족 간의 갈등과 이해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됩니다.

사춘기 청소년의 이성교제를 금지하는 부모와 이에 반발하는 아이.

극한의 갈등으로 서로가 괴물로 보이는 시기 동안, 여러 차례의 갈등을 넘어서고 서로를 옥죄던 마법이 풀리는 것을 <버블 보블>은 진엔딩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버블 보블>은 일종의 청소년 성장 서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모두 예쁜 사랑하세요~! #해피엔딩 #러브러브

물론 <버블 보블>의 스토리가 이 하나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텍스트로 명확히 서술된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이를 언어로 다시 풀 때는 더 많은 가짓수의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버블 보블> 같은 아케이드형 게임 또한 나름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그 이야기가 때로는 게임의 해석 가능성을 더욱 넓혀주는 기능을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에게 <버블 보블>은 어떤 스토리였습니까? 게임 제작자의 진엔딩 너머에 있는 진짜 이야기는 바로 여러분의 경험과 해석일 것입니다.


이경혁 게임제작 관련업에 종사한 경험이 없는 순수 게이머 출신의 게임칼럼니스트. 게임의 매체성에 주목하며 게임비평을 통해 사회 전반에 게임의 매체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저서로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 있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게임과 인문학> 교양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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