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보안 #12 악성 행위의 전파

온라인 게임은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에 구성된 소셜 네트워크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의 특성인 정보의 전파, 행위의 전파가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 내에서도 발생하게 됩니다.

욕설, 비방과 같은 행위 외에도 다른 소셜 미디어에는 없는 게임 내의 고유한 악성 행위인 치팅 플레이나 PK 행위  역시 서로 다른 유저들에게 전파가 되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온라인 게임 내에서 전파되는 악성 행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행위의 전파, contagion 이란?

혹시 “3의 법칙” 이라는 실험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3의 법칙” 이란, 어떤 사람이 길에서 혼자 하늘을 손으로 가르키고 있으면 행인들이 신경 안 쓰고 지나가지만 3명 이상이 동시에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행인들도 모두 무슨일인가 하고 하늘을 보게 된다는 실험이다. (물론 여러 명이서 짜고 아무 일도 아닌데 하늘을 쳐다보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장난을 칠 수도 있지만 😉 )

(참고: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제1부 상황의 힘”, 동영상 내 36분40초 지점부터 )

 

사람의 두뇌는 기본적으로 예제를 통해 배우게 되어 있어서, 본능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행위를 따라하고, 이를 통해 학습하려는 본능이 있다.

또한 이러한 습성은 구전효과 (word of mouth effect) 를 만들기도 하며, 신제품의 확산(diffusion)을 분석할 때 쓰는 이론의 기초 원리가 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특정 메신저를 쓰게 되면 나도 그 메신저 프로그램을 쓰게 된다거나, 주변 사람들이 모두 N모 사의 점퍼를 구매해서 입게 되면 나도 덩달아 사 입게 된다거나 하는 현상 역시 전파(diffusion) 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확산, 전파의 예

 

하지만, 좋은 행위만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악한 행위에 영향을 받고 물들게 된다.

그리고 불행히도 악한 행위의 전파 속도는 선한 행위의 전파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냥 개인적으로는 성악설이 맞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 )

 

혹시 다음 두가지 문답에 대해서 공감하는가?

 

Q1: “당신은 왜 PK를 하게 되었습니까?”

A1: “제가 먼저 PK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고요,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캐릭터한테 PK를 몇번 당하고 난 뒤로 저도 어느덧 PK를 하고 있더라고요.”

 

Q2: “당신은 왜 BOT을 쓰게 되었습니까?”

A2: “게시판을 봐도 그렇고 남들도 다 쓴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친구가 쓰는 걸 보니 너무 편리해 보이길래, 쓰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쓰게 되었어요.”

 

혹시 당신도 그리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남들도 나쁜 짓을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면서 익숙해 지지 않았던가?

심지어는 PK 행위도 처음에는 “그런 걸 왜 해?” 라고 하다가, 본인이 그 나쁜 행위를 당하거나 주변 친구가 PK를 하는 것을 목격한 뒤 본인도 어느덧 PK 를 하게 된 것은 아닌가를 생각해 보면서 문득 공감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PK를 몇 번 당하면…

 

#온라인 게임 내 행위의 전파 현상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선 온라인 게임 장르별로 다를 수는 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와 같은 게임에서는 게임에 같이 참여한 유저가 고의로 트롤링을 하거나, 경쟁팀에 도움을 주는 삽질을 하는 경우,

‘초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하기 보다는 욕설, 모욕을 주거나 괴롭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악성 행위들 역시 전파성을 띤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고, 상처 받은 유저들이 게임을 이탈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물론 선한 행위의 전파도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일반적으로 선한 행위의 전파 속도는 악한 행위의 전파 속도보다 느리다. 그래서 악한 행위가 더 빨리 더 강하게 전파된다.

 

악한 행위는 빨리 전파된다

 

# 실제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보자.

아래 그래프는 모 MMORPG 에서 신규 서버를 오픈했을 때 사람들이 게임봇을 쓰게 되는 비율을 측정한 것이다.

게임 서버 오픈 시점부터 게임봇을 쓰기 시작한 유저들은 전체 41,296명의 유저들 중 128명의 유저들이었다.

즉, 0.3% 의 유저들은 게임봇이 없던 깨끗한 에덴 동산에서 스스로 타락한 😉 유저들이라 볼 수 있다.

게임봇 유저 비율 변화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날 수록 봇 이용자들의 규모는 점차 늘어나게 되는데, 신규 서버를 오픈한 시점으로부터 대략 40일쯤 지나게 되면 게임봇을 쓰게 되는 수용율은 약 10%로 이때부터 다소 증가율이 완만하게 된다. (전체 총 관측기간 중에 마지막 시점 70일 즈음에는 10.91%로 수렴하게 된다. 이는 상당히 큰 비율인데, 불과 두 달 조금 넘는 기간에 10명 중 1명은 게임봇을 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게임봇을 쓰면서 확산자 역할을 할 사람들은 대개 30~40일 사이에 결정이 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게임봇을 쓰는 것을 막고 싶다면, 게임 회사들이 게임서버 오픈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게임봇을 차단해야 확산을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개 게임서버 신규 오픈을 하게 되면 게임봇을 잡는 것 보다는 신규 유저 유치와 게임 컨텐츠 업데이트에 더 비중을 두게 되는데, 게임 서비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게임봇과 작업장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스파르타! 서비스 초반부터 게임봇과 작업장 차단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누군가 게임봇을 쓸 경우, 그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영향을 받게 될까?

이를 측정하기 위해, 게임 내 친구 목록에 등록된 사람들간에 게임봇이 확산되어 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측정하였다.

그 결과 친구들이 게임봇을 하나도 안쓰는데도 불구하고 게임봇을 쓰게 될 확률은 5% 정도인데 비해, 친구들이 게임봇을 쓰고 있을 때 내가 게임봇을 쓰게 될 확률은 무려 3배 이상인 16% 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여기에서도 직접적으로 목격했는가, 간접적으로 접했는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같은 길드 내에 봇을 쓰는 친구가 있을 때 내가 봇을 쓰게 될 확률은 27% 라고 하면, 봇을 쓰는 친구와 한 번이라도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해 본 경우에는 봇을 쓰게 될 확률이 무려 95% 나 된다.

주변에 미치는 영향!

즉 직접 지인이 게임봇을 쓰면서 플레이하는 것을 목격한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게임봇을 쓰게 된다.

여기에는 세 가지가 영향을 주는데,

첫째, 말로만 듣던 봇을 쓰는 것을 실제로 보았으며,

둘째, 내 친구가 이 게임봇을 쓰고 있었으며,

셋째, 게임봇을 썼는데도 내 친구가 일정 기간 내에 제재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게임봇을 한번 써볼까 하고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아이고, 우리 애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친구를 잘 못 만나서요…” 라고 하시는 부모님들 말씀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부정 행위의 전파를 억제하려면…

또한 부정 행위의 전파를 억제하려면 부정 행위를 했을 경우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도로에서 누군가 교통 위반을 하여 교통 경찰로부터 벌금을 부과받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자연스레 더 조심을 하게 되듯이, 게임 내에 부정 행위 (비단 게임봇이나 작업장이 아니더라도, 게임 내 욕설, 사기, 괴롭힘 등)들이 적절히 페널티를 받게 된다는 것을 고시하여 가시성을 높여주는 것 역시 중요한 이슈가 된다.

적절한 페널티가 부과된다는 걸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탐지와 제재의 기술적인 어려움과, 회사의 제재 활동이 유저들에게 그리 와닿지 못하는 것 역시 감안하여 적극적인 제재 활동을 초반부터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 는 유저들이 타 유저의 악성 행위를 목격하게 되는 확률이 무척 높다.

전체적으로는 봇 유저들이 전체 유저수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적지만, 이 봇 유저들이 하필이면 유저들이 자주 가는 사냥터에 밀집해서 존재하므로 안 좋은 경험, 불쾌감을 순식간에 확산시키게 된다.

더불어, 대규모 제재로 인해 게임 내가 쾌적해 지는 것도 잠시, 금세 새로운 게임봇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제재의 실익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게 된다.

극소수의 게임봇으로도 유저들에게 안 좋은 경험과 불쾌감이 확산될 수 있다

 

#맺음말

게임도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게임 유저들은 게임 세계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경험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악성 행위들은 지인들에게 영향을 빠르게 미치게 되고 결국은 전체 게임 세계에 악영향을 주어 모두가 피해자가 되므로, 악성 행위들이 게임 내에 빠르게 전파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와 같이 악성 행위가 전파되는 것을 효율적으로 막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1. Ki, Youngjoon, Jiyoung Woo, and Huy Kang Kim. “Identifying spreaders of malicious behaviors in online games.” Proceedings of the companion publication of the 23rd international conference on World wide web companion. International World Wide Web Conferences Steering Committee, 2014.
  2. Woo, Jiyoung, Ah Reum Kang, and Huy Kang Kim. “Modeling of bot usage diffusion across social networks in MMORPGs.” Proceedings of the Workshop at SIGGRAPH Asia. ACM, 2012.
  3. Woo, Jiyoung, Ah Reum Kang, and Huy Kang Kim. “The contagion of malicious behaviors in online games.” ACM SIGCOMM Computer Communication Review 4 (2013): 543-544.

 


원형프로필_김휘강교수님김휘강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부교수. KAIST 산업경영학과를 마치고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봇 탐지 및 작업장 탐지, 계정도용 및 결제부정 탐지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 중에 있으며, 고려대학교 해킹대응기술 연구실은 온라인게임보안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게임과 보안 #1 게임봇의 두 얼굴

게임과 보안 #2 게임봇이 나쁜 이유

게임과 보안 #3 게임봇과 작업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게임과 보안 #4 게임봇을 탐지하는 기법

게임과 보안 #5 게임봇과의 채팅엔 뭔가 특별한게 있다 

게임과 보안#6 찾아라! 게임봇의 행동 패턴

게임과 보안#7 계정 도용을 막는 방법

게임과 보안 #8 시퀀스 분석으로 계정 도용을 막아라

게임과 보안 #9 모티베이션 (동기) 분석을 통한 봇 탐지

게임과 보안 #10 사설 서버  

게임과 보안 #11 온라인게임 회사를 노리는 해킹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