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사회 #7 게임과 규제의 잘못된 만남

게임에 대한 사회적 견해와 의미를 살펴보는 ‘게임과 사회’.

‘게임과 사회’ 7편에서는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루겠습니다.


# 게임 규제 강화가 청소년 보호에 도움될까

한국만큼 게임 규제가 많은 나라가 있을까?

2011년 11월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도입과 2014년 게임중독법 제정 논란,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게임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이슈들은 게임 산업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임에 대한 규제는 이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에서 게임물에 대한 등급 분류 제도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과 몰입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2011년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되고, 그 이후 게임 규제 담론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특히 2014년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같은 중독 물질 및 행위로 규정하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한편 2016년 7월 18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게임문화진흥계획의 일환으로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발표됐다.

규제 완화 조치의 골자는, 부모가 동의하면 선택적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있다.

얼핏 보면 부모의 선택이 중요해졌으니 게임 셧다운제의 강제적 규제가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밤 12시에 자녀들의 게임 이용을 허용해줄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게임 콘텐츠 관련 법 규제 및 규제 발의 연혁

 게임과 관련된 규제의 방식과 수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나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이 법률안들의 목적이 모두 청소년 보호에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이 모두 심각하다고 간주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갖가지 규제 장치들을 마련하자는 게 게임 규제론자들의 기본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게임중독법을 제정할 정도로 청소년 게임 중독이 심각하고, 이러한 규제 장치로 인해 청소년 보호가 실현될 수 있을까?

지난 9월 14일 국회에서는 김병관 의원 등 5명의 국회의원이 주최한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게임 셧다운제 유지를 주장하는 측과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이 토론회를 계기로 게임 셧다운제의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자.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주요 일지

 

# 청소년 문화 권리를 침해하는 게임 셧다운제

첫째, 무엇보다도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문화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현행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강제적으로 차단한다. 게임을 통해 스스로 놀이의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부모의 선택 권한이 주어졌지만,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청소년의 문화 권리와 부모의 자녀 관리에 대한 의사가 공존하려면 차라리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부모의 선택에 의해서 자녀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것이 더 나을 듯싶다.

청소년에게도 문화 향유 권리가 필요합니다 (︶︹︺)

게임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하는데 게임이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들의 수면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게임만이 아니라 입시를 위해 새벽까지 공부하는 것을 금하는 소위 ‘수능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수면권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잠을 잘지 안 잘지를 결정하는 권리이지, 무조건 밤에는 자야 한다는 강제적 권리가 아니다.

 

# 게임 셧다운제, 실효성이 없는 제도

둘째, 게임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의 도입을 지지했던 여성가족부와 보수적인 시민단체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2014년 8월 산업연구원의 ‘문화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방안’에 따르면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된 후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이 16분 ~ 20분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설령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어도 16세 이하 청소년들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하고 게임을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심지어 셧다운제가 시행되자 게임업계는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게임 개발을 줄이고, 청소년은 부모님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연 강제적 셧다운제가 게임 과몰입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 국민을 통제하는 사회 관리 장치

셋째, 게임 셧다운제는 강력한 게임 규제를 통해 국가가 사회를 관리하려는 장치로 기능한다.

셧다운제와 같이 놀이 시간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은, 국가가 청소년을 학업과 노동의 주체로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다.

더더욱 문제는 청소년의 게임 이용 여부와 관계 없이 이 법이 주는 상징적 통제 효과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문화적 권리와 취미생활을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국가의 통제 의지를 아주 당연시하고 있다.

극히 실효성이 낮은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청소년 보호의 논리를 넘어 온라인 내 개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통제하려는 국가 사회관리 통제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취미와 문화 생활은 통제 대상이 아닙니다 ⊙︿⊙

 

# 게임 산업 진흥의 아킬레스건

넷째, 게임의 산업적, 문화적 활성화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중복 규제로, 최근의 게임 콘텐츠에 대한 각종 규제법 발의안과 함께 게임 산업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하는 강력한 규제 장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게임 산업이 셧다운제로 인해 대략 1조 1600억 원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게임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들이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평가 절하됨으로써,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생산하기도 한다.

게임 셧다운제의 산업 위축 효과

물론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게임 그 자체에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2016년 5월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게임 과몰입에 빠진 청소년 2천 명을 2년 동안 장기 관찰한 결과, 과몰입의 근본 원인은 게임 그 자체에 있기보다는 청소년들이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있다고 발표했다.

무리한 법적 규제보다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문화적 놀거리를 제공하고, 입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게임 과몰입을 막는 실질적 대안이 아닐까?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중앙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메타비평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문화연구자로서 문화이론과 문화정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게임 문화연구에도 관심이 깊어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문화자본의 시대』, 『게임의 문화코드』, 『게임 이펙트』 등이 있다.

 

게임과 사회 #1 게임은 죄가 없다

게임과 사회 #2 게임포비아

게임과 사회 #3 게임을 즐기는 이유

게임과 사회 #4 4차 산업혁명과 게임

게임과 사회 #5 게임은 예술이다

게임과 사회 #6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