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보안 #13 쾌적한 게임 공간을 만드는 방법

지난 편에서는 온라인 게임 내에서 악성 행위가 유저들 사이에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적시에 악성 행위에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게임 내에 욕설, 괴롭힘, 치팅 플레이, PK 등이 유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결국은 게임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여 유저들이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막기 어려운 악성 행위의 전파 문제점들을 해결해 볼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악성 행위의 전파: 타락 천사를 구해라!  

지난 편에서 살펴 보았듯이, 게임 내의 부정 행위들 (예: 게임봇 또는 매크로를 사용하는 치팅 플레이) 및 악성 행위 (게임 내 욕설, 괴롭힘, 사기 등)는 주변사람들에게 쉽게 전파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 행위를 하지 않던 순수한 유저들이 부정 행위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부정 행위를 하는 유저로 돌변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 회사들에서는 게임봇 및 작업장 탐지 뿐 아니라 게임 내 욕설, 사기 등 고객들에게 안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최대한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 기술적인 탐지 기법들이 동원되는데, 완벽한 기술은 없다.

그렇다면, 혹시 기술적이지 않은 방법, 예를 들면 모든 이용자들에게 “이제부터 우리 아름다운 게임 문화를 만들어 보아요~” 라고 계몽 운동을 하면 좀 더 나아질까?

아니다. 어차피 악한 행위를 하는 유저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반면, 일반 유저들은 불필요한 공지에 몰입을 방해 받고 피로감을 느낄 수 있게 되므로 이와 같은 방식은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유저들의 행위 변화를 사분면으로 나누어서 다음 그림과 같이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봇이나 욕설 등의 부정 행위, 악성 행위를 하지 않는 유저를 honest 유저라고 하고, 악성 행위를 하는 유저를 evil 유저라고 할 경우 유저군을 4개 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

 

1군: Holy noble (고결한 유저 군)

게임 시작 때부터도 Honest 했고, 게임을 그만두는 그날까지 쭈욱 Honest 하게 플레이를 할 유저군

2군: Fallen angel (타락 천사 유저 군)

원래는 악성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주변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또는 스스로 타락하여 악성행위를 하게 된 유저군

3군: Penitent (돌아온 탕자 유저 군)

원래는 게임봇을 이용한 부정플레이, 욕설 등 악성행위를 하던 유저였는데, (삶에 여유가 생겼는지) 어느 순간 부터는 선한 삶을 사는 유저 군

4군: Venomous devil (사악한 악마 유저 군)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게임봇을 쓰기 시작했으며,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게임을 접는 그 날까지 부정 행위 및 악성 행위를 할 유저 군

흠흠, 나의 성향은…

 

그렇다면 어떤 유저들을 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

Holy noble 유저들은 주변에서 누가 게임봇을 쓰더라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유저들이므로 사실상 현상태를 잘 유지만 해도 이들은 안정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Penitent 유저군은 안타깝게도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봇을 안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써본 사람은 없고, 한번 트롤이 된 유저는 영원히 트롤이 되는 것을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Venomous devil 유저군은 달리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작업장 멤버에게 “이제부터 게임봇을 끊고 선량한 플레이를 해 보면 어때요?” 라고 한들 될 리가 없을 것이다.

결국 선량한 유저들이 타락하지 않도록 좋은 게임 환경을 구성해 주는 것이 최선이라 볼 수 있다.

 

#깨진 유리창 효과 (broken window effect)

혹시 깨진 유리창 효과 (broken window effect)를 아는가?

어느 건물의 유리창이 하나 깨져 있었는데, 이를 방치해 두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유리창을 더 깨었고, 관리가 안되는 방치된 건물처럼 보여지게 되면서 점점 더 사람들이 건물을 함부로 훼손하더라는 것이다. 더불어 그 지역이 점차 우범지역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즉,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지게 되므로 꾸준히 환경을 관리해 주는 것이 범죄 예방, 악성 행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겪는 예로, 깨끗한 화장실은 나도 깨끗이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을 주지만, 지저분한 화장실은 내가 더럽게 쓴다고 해도 특별히 누가 뭐라고 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실제로 마을에 꽃을 많이 심고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자 범죄율이 줄었다거나, 야간에 밝은 조명을 길거리에 설치한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거나, 거울을 많이 설치해 둔 매장에서는 도난이 적다거나 하는 점들이 환경이 사람들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범죄 예방 환경 설계 (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범죄 예방 환경 설계 이론, 셉티드 (CPTED) 는 환경 디자인만 잘 해도 범죄를 예방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체계화한 이론이다.

게임 내의 가상 공간도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게임 유저들 역시 게임 내 가상 공간의 환경에 의해 게임 내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된다.


범죄 예방 디자인 적용 전 후 사례

(이미지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http://sculture.seoul.go.kr/archives/14246)

 

셉티드 이론에 따르면,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Natural surveillance (자연스러운 감시), access control (자연스러운 접근 통제), territorial reinforcement (영역성 강화) 등의 요소가 지켜져야 한다.

・자연스러운 감시: 일반인들이 다수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부정행위에 대해 자연스러운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자연스러운 접근 통제: 부정 행위자의 접근은 어렵지만 정상인의 접근은 쉬운 디자인을 통해 부정행위자들이 자연스럽게 부담을 느끼고 부정 행위를 삼가게 되도록 하는 것

・영역성 강화: 주민들이 영역에 소속감을 느끼고 해당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활동 강화를 하여 잠재적인 부정 행위자들이 부정 행위를 삼가게 하는 것

즉, 많은 가정집들에서 지켜보는 개방된 골목, 밝은 가로등으로 늘 비춰주는 골목, 모든 이가 항상 쉽게 살펴볼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이 디자인이 된다면 상당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게 되는 것이다.

홍은1동 : 비상벨·의자 등 기능 갖춘 정(情)류장

(이미지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http://sculture.seoul.go.kr/archives/39196)

 

물론, 이런 이론까지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적용한 게임은 없지만, 이러한 이론을 참고하여 추후 게임 디자인에 반영을 하면 어떨까?

・자연스러운 감시.  많은 유저들이 오가는 필드에서 유저들이 자연스레 지켜보고 있고 부정 플레이를 배척하는 분위기 조성을 하는 것이라든가, 이를 위해 유저들이 봇으로 식별되는 유저들에 대해 자경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자연스러운 접근 통제는 구현이 좀 어려울 수 있다. 게임봇 AI는 접근이 어렵지만 사람은 접근이 가능하도록 구현을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봇 AI는 이미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히려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CAPTCHA (일그러진 그림문자) 인증에서 겪은 문제와 비슷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오히려 기계는 잘 읽고 사람이 읽기 어렵게 된 CAPTCHA 인증문제

・영역성 강화 부분은 DOTA 나 몇몇 게임들에서는 이미 적용된 바 있다.

트롤링을 한 비매너 유저들을 트롤촌 (영어로는 Low Prio; 저우선도 매치)으로 보내서 트롤 유저들은 트롤 유저들끼리만 매치 메이킹이 이루어지도록 한 사례도 정상 유저와 불량 유저들간의 영역상 경계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맺음말

게임도 가상 공간이라는 것이 차이가 있을 뿐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여 살고 있는 공간이므로, 보다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정 행위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더 나아가서는 부정 행위를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연스레 디자인에 녹여낼 수 있다면, 기술적인 소모전을 상당히 줄여 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셉티드 이론 중 “영역성 강화” 요소에서 의도하였듯이 모든 게임 유저들이 게임 내에 소속감이 강화되고 부정적인 플레이가 게임 세계를 해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일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깨진 유리창 이론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깨진_유리창_이론
  2.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하자! 셉티드(CPTED) 디자인, http://blog.khnp.co.kr/blog/archives/17809

원형프로필_김휘강교수님김휘강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부교수. KAIST 산업경영학과를 마치고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봇 탐지 및 작업장 탐지, 계정도용 및 결제부정 탐지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 중에 있으며, 고려대학교 해킹대응기술 연구실은 온라인게임보안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게임과 보안 #1 게임봇의 두 얼굴

게임과 보안 #2 게임봇이 나쁜 이유

게임과 보안 #3 게임봇과 작업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게임과 보안 #4 게임봇을 탐지하는 기법

게임과 보안 #5 게임봇과의 채팅엔 뭔가 특별한게 있다 

게임과 보안 #6 찾아라! 게임봇의 행동 패턴

게임과 보안 #7 계정 도용을 막는 방법

게임과 보안 #8 시퀀스 분석으로 계정 도용을 막아라

게임과 보안 #9 모티베이션 (동기) 분석을 통한 봇 탐지

게임과 보안 #10 사설 서버  

게임과 보안 #11 온라인게임 회사를 노리는 해킹 그룹

게임과 보안 #12 악성 행위의 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