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사회 #8 게임과 학교의 만남

게임에 대한 사회적 견해와 의미를 살펴보는 ‘게임과 사회’.

‘게임과 사회’ 8편에서는 게임이 학교와 학생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999년 4월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총기 난사로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총격 사건의 주범인 에릭과 딜런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들의 행동이 미국 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전 미국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그곳 ໒( •́ ∧ •̀ )७

이 사건의 원인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석됐다. 하나는 모방론 입장으로, 폭력적인 대중매체가 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입장이다.

대중매체 모방론은 에릭과 딜런이 평소 폭력적 성향이 강한 비디오 게임 <둠>과 영화 <내추럴 본 킬러>, 반사회적인 메탈 퍼포먼스가 강한 마릴린 맨슨의 음악에 심취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들의 총기 취득 과정과 살해 시뮬레이션 과정, 사건 당일 입었던 의상들이 이를 예증한다고 본다.

게임이 학교폭력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을까? (︶︹︺)

반면 이들의 총기 사건은 이들이 처한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사회 구조론은 극단적 행동의 이면에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환경이 있음을 강조한다. 에릭과 딜런은 가정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몰린 학생들이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건은 대중매체 모방론보다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위험과 공포 사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컬럼바인 사건의 진짜 원인을 파헤치는 영화 #볼링포콜럼바인

학교와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항상 강력한 규제론이 힘을 얻는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주원인 중의 하나를 게임 과몰입으로 규정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시간 동안 게임을 하면 강제로 10분 휴식을 하게 만드는 ‘쿨링 오프제’를 도입하려 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오클라호마주 윌 포킬러(Will Fourkiller) 하원의원은 폭력성 게임으로 등급 받은 비디오 게임에 대해서 매출에 1% 세금을 부과, 학교 폭력 예방에 사용하는 법률을 만들겠다고 했다.

 

#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게임과 학교, 그리고 게임과 교육의 문제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게임과 학교 또는 교육과의 상관 관계는 한국에서는 상호보완적인 것이 아니라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게임과 같이 시간을 소비하는 놀이들은 통제되어야 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게임을 과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게임모방론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학교 안에 창의적인 게임 교육을 실시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사건의 원인이 폭력적인 슈팅 게임 때문이라는 전미 총기 협회의 주장을 반박하며 내린 결론이다.

우리도 게임과 학교의 상관 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비디오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세요 #오바마

 

# 학교의 게임 교육 사례

게임연구자인 미첼(Mitchell, A.)과 사빌 스미스(Savill-Smith, C.)는 학교 수업에서 게임이 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게임을 자주 하면 학과 수업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일부 주장과는 달리, 그들은 컴퓨터 게임이 광범위한 교육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학습 기술 개발 협회(LSDA)’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그들의 교육에 강력하고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학습 게임들을 디자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게임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고 ( ̄▽ ̄)ノ

이탈리아 게임 문화연구자인 다미아노 펠리니(Damiano Felini)는 게임과 학교에 대한 통념을 깨고자 한다.

그는 청소년들의 학교와 가정 문제가 게임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의 복잡한 변수들이 그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즉, 게임은 학교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일종의 징후인 것이다.

때문에 학교 관계자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넘어, 학교가 게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또 창의적인 게임 리터러시(literacy)를 학교 교육과정에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펠리니는 학생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인벤타지오치(InventaGiochi)’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게임! #인벤타지오치

그는 10대들을 위한 게임 교육활동을 네 단계로 구분하여 가르친다.

△1단계는 비디오 게임 분석과 게임의 오락성, 캐릭터, 스킬 △2단계는 브레인스토밍과 소프트웨어 특성 및 가능성에 대한 인식 △3단계는 ‘인벤타지오치’ 프로그램을 통한 비디오 게임의 생산 △4단계는 직접 개발한 게임을 실행하고 연구하는 단계다.

펠리니의 연구는 이론적인 분석과 제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학교의 창의적 수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예증한다.

목표를 세우고, 기술을 익히고, 성취해나가는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연구의 대표적인 인문학자 중의 하나인 제임스 폴 지(James Paul Gee) 교수는 게임이 새롭게 부상한 예술 형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새로운 예술 형태로서 게임은 문학과 영화의 분석을 위해 개발했던 전통적인 도구들과 달리,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분석 도구, 즉 ‘살아있는 도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전의식을 심어준다고 말한다.

그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경험이라기보다, 심포니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심포니는 그냥 하나의 비주얼이 아니라 사운드, 음악, 액션, 결정, 몸으로 느끼는 것 등 종합적으로 구성되는데, 게임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감각과 행위를 모두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새로운 예술이다 #제임스_폴_지 교수

게임의 경험은 가상세계에서 이뤄지지만 현실세계와 일정한 연관성을 갖는다. 그것은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제임스 폴 지 교수는 게임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이 미래의 문제해결에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 게임 리터러시 교육

게이머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경험을 말하고, 상호작용하고, 해석한다. 그리고 지식과 기술을 목표 달성과 문제 해결에 적용함으로써, 사회적 정체성을 창조하고 공동체의 목표를 실천한다.

위와 같은 제임스 폴 지 교수의 설명은 게임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게임의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 중 비교적 최근에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학교와 교육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들은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다.

게임 미디어를 위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때!

전통적인 리터러시가 개인이 언어(영어, 국민문학)를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이라면, 게임과 같은 뉴미디어의 리터러시는 참여하고 스스로 상황을 만드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뉴리터러시 연구(New Literacy Studies)’에서는 리터러시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새로운 리터러시는 의미를 만드는 중요한 양식들이 갈수록 다양하게 풍부해지고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 텍스트적인 것은 시각적, 청각적, 공간적, 행동적인 것과 관련된다. 이는 특히 매스미디어, 멀티미디어, 전자 하이퍼미디어에서 중요하다.

게임 리터러시는 의미를 인지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겨진다. 게임의 영역이 확장되고,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 시대가 강화될수록 게임의 리터러시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학교에서 게임 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게임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가장 중요한 교육매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중앙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메타비평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문화연구자로서 문화이론과 문화정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게임 문화연구에도 관심이 깊어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문화자본의 시대』, 『게임의 문화코드』, 『게임 이펙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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