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보안 # 14 사람이 게임봇과 다른 이유 Part 1

지난 편에서는 온라인 게임 내에 선량한 이용자들이 악성 행위에 물드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 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아이디어와 관련된 CPTED 방법론을 소개하였습니다.

게임 속 가상공간도 엄연한 사회이기 때문에 마냥 선한 일을 억지로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고, 일정 부분 이기적인 행위나 부정행위는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꾸어서, 게임 내 이용자들의 행위를 분석해 보면 어떤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게임봇에는 존재하지 않은 어떤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이번 편에서는 이용자들의 행동을 분석한 재미있는 결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사람은 왜 게임을 하는가?

사람은 왜 게임을 하는가? 게임 이용자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들에서는 재미, 성취, 보상, 사회행위를 즐기고 싶은 욕구가 게임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가상 세계에서의 인간관계를 즐기려 플레이하는 것은 이용자들간 유대와 결속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게임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역시 게임은 같이 해야 제맛~!

현실 세계에서도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존재하듯이 게임 세계에서도 어떤 유저는 소속된 길드에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어떤 유저는 혼자서 게임을 즐기며 사회 관계를 그리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유저는 얌체 같이 단물만 빼먹기 위해서 길드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보통 길드는 몇 명 정도 모여서 같이 공동 활동을 하게 될까?

게임 규모마다, 게임 내 길드 규정마다 물론 다르긴 하지만, 이 예제에서는 2011년 12월 ~2012년 2월사이에(대략 3개월) 가량 모니터링한 A모 MMORPG 사례를 기준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 기간 동안 20,253명의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 했는데, 이 중에서 6,309 명의 유저들(전체 유저 중 약 1/3)은 길드에 가입을 한번이라도 한 적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총 214개의 길드가 생성이 되었었다. 조금 더 살펴보면 그림1 에서 보듯이 86% 이상의 길드는 50명 이하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길드원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인간관계를 즐긴다기 보다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게 될 것이고 관리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서 그 이상으로는 잘 커지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3% 가량은 100명 가까운 인원수의 길드를 유지하기도 했다.)

모 MMORPG 에서의 길드별 길드원 수 분포

 

# 인간에게는 우정 또는 금전적인 이익 중 어느 것이 우선일까

그렇다면 승승장구하며 번성하는 길드는 어떤 특징이 있고, 계속 길드 인원이 줄어들다가 길드마스터만 남는 망해가는 길드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아래 그림과 같이, 해당 게임에서 가장 번성한 길드는 길드원이 증가할 때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시점에 발생한 게임액션들을 같이 매핑해 보았다.

활발한 파티 플레이, 그리고 레이드를 한 시점에 길드원이 증가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파티 플레이나 레이드에서 좋은 경험을 했는지 친구들을 더 데리고 와서 이 길드에 가입시켜가는 패턴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길드원이 증가할 때 발생했던 주요 게임 액션

그렇다면 반대로 기간 내에 망해갔던 길드는 길드원들이 쭉쭉 빠져나가는 시점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길드원들이 떠나게 된 시점에도 파티 플레이와 레이드가 있었다.

길드원이 떠날 때 발생했던 주요 게임 액션

흥미롭지 않은가? 전통적으로 많은 게임 기획들은 길드 활동(다양한 협력 플레이 – 예를 들면 레이드, 공성전 등)이 구성원들간의 유대를 강화시켜서 이탈을 막아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게임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빨라서 게임 내에서 더 즐길 콘텐츠가 없다 하더라도 게임 내 친구들간의 관계가 있어서 게임을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고객 이탈을 막아주는 좋은 방편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심지어는 필수 퀘스트로 파티 플레이를(원치 않는 사람에게는 강제 퀘스트라고 인식될 수도 있지만) 하게 해서 사람들과 협력하는 행위에 이용자들이 노출되도록 한 게임들도 있었다.

파티나 레이드를 했는데 분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거나,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한 사람이 날름 먹튀를 했다거나 불만요소가 있다면 그 길드를 떠나게 되는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재미와 사회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보상과 성장, 성취를 이루고 싶기도 한데 길드 내에서의 사회활동에서 불공정한 결과를 접하게 된다면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이제는 대인관계에서 피로감을 느껴 혼밥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처럼, 게임 유저들 중 누군가는 가상세계 내에서의 인간관계에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끊임없이 길드를 옮겨다니는 박쥐 유저

현실세계에서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소속 조직에 충성심(loyalty)이라는 것을 고취시키려 애쓴다. (회사라면 애사심을 갖도록 조직문화, 보상 체계를 갖춘다거나 말이다).

하지만 가상세계의 길드에서는 원래부터 오프라인에서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언제라도 끊어질지 모르는 얕은 인간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런지, 끊임없이 길드를 옮겨 다니는 박쥐 유저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현실세계에서는 직장을 옮기는 것과 같이 소속 조직을 떠나는 것이 큰 리스크인 반면, 가상세계에서는 내가 딱히 잃을 평판, 재산상 손실 등이 현실세계 보다 무척 낮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길드를 떠날 수 있다.

원래 처음이 어렵지 한번 이적하면 계속 이적하고 싶다

위 도표는 전체 유저들 중에서 관찰 기간 중에 얼마나 많은 횟수로 길드를 옮겨다녔는지에 대한 차트이다.

관측 기간 약 3개월 동안 길드에 가입했었던 이용자 들 중에서 약 28% 정도 이용자들이 길드를 옮겼음을 알 수 있고, 이들 중 26% 정도의 유저는 2번 이상 길드를 옮겼다.

마치 지난 소속팀에 불만이 쌓여서 소속을 옮기고 나서 보니, 이 팀도 마음에 들지 않아 끊임없이 소속팀을 옮겨다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길드를 바꾸자 마자 한 첫 번째 길드 액션은 과연 무엇일까? 놀랍게도 대부분 레이드, 공성전과 같은 대규모 길드액션이었다.

즉 인간관계를 추구할 수 있는 friendship-oriented action이었다기 보다는 이익(profit)을 얻을 수 있는 task-oriented action이었던 것이다.

너의 마음은 그런 것이었군하… ㅠㅠ

지난번 길드에서는 희망을 보지 못했다거나(이 길드에 있는한 이기는 건 틀렸어…), 보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길드를 이탈했던 유저들의 중간에 여러 길드를 떠돌 수는 있지만 30% 가량이 다시 원래의 길드로 돌아가는 것 역시 관찰되었다는 점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여기 저기 돌아다녀 보았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가 거기고 결국 아는 사람 한명이라도 더 있는 곳이 낫다고 느낀 것일까?

길드 형성과정과 대화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

위 그림은 길드규모가 크냐, 작냐, 그리고 길드가 오래 유지된 길드냐, 신생 길드냐에 따라 대화 패턴이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결과다.

흥미롭게도, 길드 크기가 작고, 신생길드일수록 빠르게 경험치를 쌓고 성장하기 위해 파티채팅, 레이드 채팅이 다수를 이루었고, 어느 정도 안정화된 큰 규모의 길드, 오래된 길드일수록 개인적인 대화를 위한 귓속말 채팅, 길드 일반 채팅 비율이 높았다.

 

# 맺음말

게임도 가상 공간이라는 것이 차이가 있을뿐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여 살고 있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가상 세계 속에서 인간관계 및 소셜 활동이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름답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는 이타주의적인 면이 게임 내 가상세계에 가득하다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임 내 가상세계도 사람들끼리 살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현실세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먹고 사는 게 해결이 되어야 충성심도 생기는 거고 우정도 싹트게 되는 처절한(?) 인간적인 면모들을 게임 내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떤 조직에 속하고 일궈 나가는 원동력이 충성심(Loyalty)이냐 이익(profit)이냐는 것은 오래된 화두였지만, 데이터가 말해주기로는 이익(profit)을 추구하는 것이 더 우선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Kang, Ah Reum, Juyong Park, and Huy Kang Kim. “Loyalty or profit? early evolutionary dynamics of online game groups.” Proceedings of Annual Workshop on Network and Systems Support for Games. IEEE Press, 2013.


김휘강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부교수. KAIST 산업경영학과를 마치고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봇 탐지 및 작업장 탐지, 계정도용 및 결제부정 탐지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 중에 있으며, 고려대학교 해킹대응기술 연구실은 온라인게임보안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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