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사회 #10 생애주기별 게임의 모든 것

게임에 대한 사회적 견해와 의미를 살펴보는 ‘게임과 사회’.

‘게임과 사회’ 10편에서는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바라본 게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210억 시간? 인류가 게임으로 행복할 수 있는 시간

앞서 게임과 사회 #2편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게임 디자이너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의 테드(TED) 강연에서, 그녀는 전세계인들이 일주일에 평균 30억 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고 말한다.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대체로 너무 많은 시간을 게임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게임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신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인류가 더 행복해지려면 일주일에 210억 시간은 게임을 해야 한다.

왜 그럴까? 게임은 사람들에게 성취감, 경험치의 확장, 협동심,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이 게임플레이에서 성취하는 ‘웅대한 승리’는 비록 가상현실에서 체험하는 것이긴 하지만, 실제 삶의 동기부여에 기여한다.

제인 맥고니걸의 강연 ‘게임 플레이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인 맥고니걸은 아예 한술 더 떠, 게임을 많이 하면 사람들의 수명이 평균 10년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게임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그녀는 뇌진탕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던 개인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게임이 갖는 긍정적인 능력을 설명한다.

의사는 그녀에게 일체의 게임이나 글쓰기, 운전을 중단하고 침대에 누워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처방했다. 그래서 의사 말대로 했지만, 나아지는커녕 갈수록 두통이 더 심해지기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죽을 바에야 게임이나 원 없이 하고 죽어야겠다는 심정으로 게임에 몰두했는데, 놀랍게도 두통이 사라졌다고 한다.

게임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그녀는 평소에 사람들에게 게임을 더 많이 하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러면 당신은 죽기 전에도 <앵그리버드>를 할거냐”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랑 평생 함께 가는 거다! ( ̄▽ ̄)ノ

 

# 1만 시간의 법칙과 생애주기별 게임

시한부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들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조사해보았더니, 사람들이 죽기 전에 평균적으로 다섯 가지 점을 후회한다고 한다.

일을 너무 많이 한 것,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은 것, 삶을 더 즐기지 못한 것, 진정한 나를 표현하지 못한 것, 꿈꾸는 대로 살지 못한 것이다.

죽기 전에 후회하는 5가지 #후회없이_살자

어떤 점에서 이러한 후회는 게임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과도한 일 대신에 즐거운 놀이를 하고, 친구들과 게임을 통해 협력과 우애를 다지거나,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를 눈치 보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마도 죽기 전에 후회는 좀 덜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게임에 대한 과도한 이용에 따른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되긴 하지만 말이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21살에 될 때까지 총 1만 시간의 게임을 한다.

이 시간이 매우 의미심장한 것은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수업을 받는 시간이 대략 1만 시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인지과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이 특정한 목적에 1만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큰 성공을 이룬다고 한다.

오로지 게임을 위한 1만 시간! #상상만해도_행복

이는 말콤 글래드웰(Malcolm T. Gladwell)이 『아웃라이어(Outlier)』에서 말한 성공을 위한 1만 시간의 법칙과 일치한다. 제인 맥고니걸은 젊은 시절 1만 시간을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결코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 근거로 그녀는 1만 시간의 게임을 하는 청년세대들은 게임을 하면서 ‘즉시적인 낙관주의’, ‘강력한 사회망의 형성’, ‘행복한 생산성’, ‘위대한 서사적 의미 부여’라는 대가를 부여 받는다고 말한다.

브리검영대학교 가족학부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자녀들과의 실제 삶의 관계를 매우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또한 미시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교를 위한 게임들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계를 도와주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대단히 유익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또한 하루에 30분만 게임을 하면 의학적 염려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약물적 효과가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북돋아주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스트 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결과가 있기도 하다.

왜 부모는 딸들과 게임을 해야 하는가 #브리검영대학교

 

# 생애주기별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보자

이러한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게임에 대한 생애주기적 관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게임에 과도하게 빠져있는 아이들만 생각하면 게임이 당장에라도 신체발달과 학습능력에 큰 지장을 주는 것처럼 볼 수 있다.

그러나 생애주기적 과점에서 보면 청소년 시절의 과도한 게임 이용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녀들의 게임 이용을 걱정하는 부모세대들도 젊은 시절에 게임에 몰두해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놀이가 정서발달이나 사회 활동에 결정적인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엄마아빠도 어렸을 때 이런 게임 많이 했잖아요~! #빼박캔트

‘생애주기론(life-cycle theory)’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애주기론의 관점에서 게임은 ‘게임 중독론’이나 ‘청소년보호론’이 갖는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게임중독론’은 주로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표명한다. 그러나 생애주기적 관점으로 볼 때, 게임중독론은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에 대한 일시적인 현상에 대한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

통상 게임중독론의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이 특정 게임에 대해 몰입하는 것이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심각한 장애요소를 가져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청소년의 게임 중독으로 인한 학습 능력의 감소나 대인관계의 폐쇄성을 우려할 수 있지만, ‘게임 과몰입’의 문제를 접근하는 패러다임으로서 생애주기론은 장기적 관점에서 특정한 시기의 경향을 판단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즉 자아의 자기조절 능력과 후천적인 인지 능력의 확대를 통한 생애 전체에 대한 문화적 균형감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 누구나 평생 한 가지 게임만 하지 않는다.

전 생애를 거쳐 개인은 단지 하나의 게임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 초기, 성인기, 장년기에 따라서 게임을 즐기는 매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게임 매체의 생성과 소멸은 게임 이용자들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생산자들의 게임 제작의 순환 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게임의 테크놀로지의 환경에 따라 게임의 매체는 가변적이다.

생애주기별 게임 플레이 #아이부터_노인까지

문제는 누구든지 평생 하나의 게임만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의 개인적 취향과 게임 트렌드와 게임 테크놀로지 환경의 변화, 그리고 게임을 소비하는 개인들의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게임의 매체는 다양하게 선택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게임들을 즐길까? 확실한 것은 하나의 게임만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임의 이용은 게이머의 생애주기와 게임 콘텐츠의 기술적 발전, 게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질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하자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 사격, 농구 등 실제 몸을 움직여서 게임을 하고 아케이드 오락실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갤러그>와 <제비우스>와 같은 비디오 아케이드 게임을, 대학교 시절에는 <페르시안의 왕자>와 같은 컴퓨터 게임을, 30대에는 고스톱 포커와 같은 웹보드 게임을, 몇 년 전에는 <피파온라인>과 <닌텐도 동물의 숲>과 같은 콘솔 게임을 즐겼고, 지금은 사실 너무 바빠서 게임을 잘 하지는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즐길지는 모르겠지만,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보면 게임 이용은 새로운 게임의 트렌드뿐 아니라, 게이머의 연령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필자의 삶을 즐겁게 해줬던 최애 게임들 #갤러그 #페르시안의왕자 #동물의숲

 

# 게임은 평생 지속된다

생애주기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의 특이성과 관련된다.

게임은 일정한 시간의 소비를 전제로 한다. 물론 만화나 영화라는 매체도 시간을 소비하는 콘텐츠이지만, 게임은 특정한 콘텐츠에 들이는 시간이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압도적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게임이란 생각들은 자칫 게임의 중독성, 단순 반복성을 비판하는 근거로 사용되곤 하지만,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 가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전 생애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기본 자원이 된다.

게임의 반복에 중독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것이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복 속에서 발견되는 ‘차이의 유희’는 게임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평생에 걸쳐 즐기는 게임 #요람에서_무덤까지

물론 시간을 때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소비한다는 것은 내가 그 시간에 어떤 게임을 즐길 것이며, 어떤 만족을 가질 것이며, 앞으로 게임의 지속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함의들이 포함되어 있다.

‘게임 하면서 시간이나 보내자, 남는 시간에 게임이나 하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게임을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게임이 시간의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게임의 도구가 되는 인식의 전환이 생애주기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할 점이다.

전 시대를 통해 인간들은 실제 삶에서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이용했다. 주사위와 같은 원시적인 게임들은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면서, 오락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게임은 주사위를 사용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고도의 그래픽을 장착한 온라인 게임과 콘솔게임으로 진화했다.

기술과 매체의 발달에 따라 다변화된 게임!

게임은 이전의 어떤 문화보다도 대중적으로 되었고, 그 결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주요한 오락과 놀이 콘텐츠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게임은 오늘날 오락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게임은 새로운 세계일 수 있고, 문화 안의 문화이기도 하다. 비디오 게임은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과거 게임 이전의 문화보다 삶을 색다르게 만들어 나간다.

오늘날 어떤 게임은 비행기 조종을 도와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도록, 심지어는 사람들이 좀 더 사교적이게 되도록 해준다.

게임 하기는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뇌의 처리능력뿐 아니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기, 사교와 팀워크, 제2외국어를 습득하기, 솜씨와 협동을 키워나가기 말이다. 게임은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즐거움을 제공했다.

그래서 게임은 평생 지속될 것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중앙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메타비평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문화연구자로서 문화이론과 문화정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게임 문화연구에도 관심이 깊어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문화자본의 시대』, 『게임의 문화코드』, 『게임 이펙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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