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보안 # 15 사람과 게임봇이 다른 이유 Part 2

지난 편에서는 사람은 게임을 왜 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결과를 몇 가지 제시했습니다. 이용자들의 행위를 분석하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사람에게는 우정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 의외로 이익을 철저히 추구하는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인간적인 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번 연재에서는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MMORPG 하나를 분석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MMORPG를 추가로 분석하여 사람 유저만의 특성을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 착안점: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들은 비슷하게 행동할까?

지난 연재에서 언급한 것처럼, 길드를 통한 협력 및 교류는 가상 공간 내에서 게이머들 간 유대와 결속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조직에 소속되고 싶다는 인간 관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수단이 된다.

그렇다면 혹시 이러한 특징은 혹시 장기간 서비스를 한 게임과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게임에 공통적으로 나타날까?

즉 고렙들의 분포가 높고, 유저들이 게임 콘텐츠에 익숙하고, 게임 내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게임인 경우와, 이제 막 경제규모가 커져가고 새로운 콘텐츠가 신선하게 올라오기 시작한 게임인 경우 사이에 사람들의 행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단 비교를 할 두 MMORPG는 다음과 같다. 신생 게임은 게임서비스 론칭 80일 이후부터 80일간을 관찰하였고, 성숙한 게임은 게임서비스 론칭 580일 이후부터 80일 간 관찰했다. 신생 게임의 경우 유저 수나 길드 수가 이제 막 증가하는 추세이긴 하나, 오랜 기간 서비스한 게임보다는 규모 면에서 적은 편이다.

신생 게임과 성숙한 게임의 분석 조건

두 게임의 길드 분포를 비교해 보면 아래 [그림 1]과 같다.

신생 게임의 경우 길드의 약 14%가 100명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관찰 기간 중 가장 큰 길드는 337명까지 길드원이 구성되어 있었다. 이에 비해, 성숙한 게임의 경우 약 14%의 길드가 8명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가장 큰 길드는 길드원 수가 66명이었다.

길드의 최대 크기는 게임의 기획에 따라 다르지만, 성숙한 게임은 길드를 구성하는 최소 인원이 적게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소모임 성격의 길드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래 길드 인원 분포를 보고 필자는 ‘혹시 어느 정도 사회/조직이 성숙하면 사람들이 대기업과 같이 잘나가는 곳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이곳 저곳에 뜻 맞는 사람들과 재미 위주로 놀기 위해 소모임 성격의 길드가 확대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하고 새로운 기대를 하며 분석하게 됐다.

[그림 1] 신생 게임과 성숙한 게임에서의 길드 구성원 크기 분포

 

# 길드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지난 연재에서 제시하였던 것처럼, 길드 인원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에 그 인원 변동에 영향을 끼쳤던 바로 직전의 이벤트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살펴 보았다.

대형 게임이라 하더라도 신생 게임과 마찬가지의 패턴을 보였다. 길드 인원이 증가하기 전에는 파티 플레이와 같은 협력 플레이를 상당한 규모로 즐겼고, 이것이 길드 인원 유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길드 인원이 떠날 때에는 뚜렷한 인원 감소가 이어지기 전에도 파티 플레이를 상당히 즐기게 되었다.

같이 플레이한 결과가 만족스러웠느냐, 실망스러웠느냐에 따라(분배가 마음에 들었다거나, 경험치 획득이 혼자서 할 때보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거나) 이합집산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재검증할 수 있었다.

* 소결 – 게임의 성숙도와는 무관하게 사람은 loyalty(충성도)나 friendship(우정)보다는 profit(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2] (a)신생 게임의 길드 인원 증가 시 관련 이벤트

[그림2] (b)성숙한 게임의 길드 인원 증가 시 관련 이벤트

[그림2] (c)성숙한 게임의 길드 인원 감소 시 관련 이벤트

[그림2] (d)성숙한 게임의 길드 인원 감소 시 관련 이벤트

 

# 한 번 배신은 영원한 배신, 그리고 구관이 명관!

[그림3] (a)은 관찰 기간 80일 동안 길드를 탈퇴한 횟수를 분포로 표현한 것이다. 신생 게임의 경우 관찰 기간 중 길드에 소속되었던 적이 있던 이용자 6,197명 중에서 1,759명은 최소 한 번 길드를 탈퇴하였던 적이 있고, 464명은 2번 이상 탈퇴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숙한 게임의 경우 관찰 기간 중 길드에 소속된 적이 있던 이용자 7,758명 중에서 2,059명이 최소 한 번 길드를 탈퇴하였던 적이 있고, 586명은 최소 2번 이상 탈퇴한 적이 있다.

그래프 상의 비율로 보면 게임의 성숙도와 관계 없이 거의 비슷한 탈퇴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3] (a)게임 이용자별 길드 이탈 횟수 분포

[그림3] (b)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 길드 저 길드 떠돌다가 결국은 다시 원래 소속 길드로 재가입한 경우를 그래프로 표시한 것이다.

신생 게임의 경우 7,785명 중에서 604명이 원래 길드로 재가입했고, 이 중 30%는 2번 이상 원래 길드로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하였다. 성숙한 게임의 경우 1,236명 중 681명이 재가입하였는데, 이중 약 45%는 2번 이상 원래 길드로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했다.

물론 이것이 현실세계의 회사였다면 분명 인사팀에서 지적을 할테니, 퇴사와 재입사를 같은 회사에서 2번 이상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상세계에서는 체크가 느슨할 수도 있고, 일단 길드의 세를 불리는데 딱히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오는 사람은 안 막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림3] (b)길드 탈퇴 후 원래 소속 길드로 재가입하는 횟수 분포

* 소결 – 게임의 성숙도와는 무관하게 탈퇴와 재가입 패턴은 여전히 관찰됐다.

 

# 그래도 다른 게 있지 않을까?

분석 착수 시점에는 게임의 성숙도에 따라 이용자들의 행동 패턴이 다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와 무관하게 유저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뚜렷한 점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로 ‘길드원이 된 후에 친구 관계를 다져가게 되느냐, 아니면 친구 관계였기 때문에 비로소 같은 길드로 가입하게 되느냐’의 차이였다.

게임 내의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중에서 ‘친구 네트워크(개인별로 친구목록에 등록한 리스트를 중심으로 파악)’와 같은 길드 소속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에 각 게임 내에서 대표적인 대형 길드 2개와 작은 규모의 길드 2개를 선정하여 관측 기간 동안의 친구 등록, 길드 가입/탈퇴를 전수검사하여 추적했다.

아래 [그림4]에 각 게임별 대형 길드 2개, 소형 길드 2개를 표시했으며, 짙은 회색은 처음에는 그저 같은 길드원이었다가 향후 친구 관계로 발전한 것을 의미하고, 밝은 회색은 원래 친구 관계였다가, 같은 길드로 조인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림4] 신생 게임과 성숙한 게임의 길드 샘플

신생 게임의 경우 ‘길드원 관계 → 친구 관계’로 된 경우나 ‘친구 관계 → 길드원 관계’로 된 경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숙한 게임의 경우 우선 친구 관계였다가 같이 길드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신생 게임은 일단 서둘러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윤추구를 먼저 하다 보니 길드에 먼저 가입을 하고, 활동을 하는 중에 친구로 발전되는 비율이 꽤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성숙한 게임의 경우 일단 시스템이 안정화되어 있어서 기존 게임 유저가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구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결론

두 편의 연재를 통해, 게임봇의 행태를 탐지하기에 앞서 게임 내 사람들의 행동 특징을 파악해 보았다.

확실한 것은, 사람들은 사회적 욕구 충족 외에도 뚜렷한 이익(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길드에 가입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일단 가입 후에는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강력히 협력하고 공성전이나 레이드를 한다. 그리고 게임 종류와 관계 없이 이러한 특징은 공통적으로 관찰됨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오래된 게임에서나 신생 게임에서나 모두 유저들은 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길드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강한 길드는 점점 강해지고 약한 길드는 점점 약해질 수 밖에 없게 되는 구조다.

이러한 각박함을 떠나서, (사실 이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행위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세계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호혜적인 행위, 우정과 같은 행동을 찾아볼 수 있도록 게임 내 다양한 기획과 장치들이 더 갖추어 진다면, 게임 유저들의 만족도를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도 전투와 사냥, 이익 추구에만 집중하게 되어 결국 게임봇과 사람의 행동 사이에 별 차이가 없게 되는 디스토피아 같은 게임 세상이 오지 않을까?

 

참고 문헌

[1] Kang, Ah Reum, Juyong Park, Jina Lee, and Huy Kang Kim. “Rise and fall of online game groups: Common findings on two different games.” In Proceedings of the 24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World Wide Web, pp. 1079-1084. ACM, 2015.

[2] Kang, Ah Reum, Juyong Park, and Huy Kang Kim. “Loyalty or profit? early evolutionary dynamics of online game groups.” Proceedings of Annual Workshop on Network and Systems Support for Games. IEEE Press, 2013.


김휘강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부교수. KAIST 산업경영학과를 마치고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봇 탐지 및 작업장 탐지, 계정도용 및 결제부정 탐지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 중에 있으며, 고려대학교 해킹대응기술 연구실은 온라인게임보안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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