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게임#24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회사 사람들이 꼽는 ‘내 인생의 게임’은 무엇일까요?

이번 게임은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 입니다.

생각만해도 아련아련 추억에 빠지는 이 게임을 RK Seed 유승열 님이 직접 소개합니다~!╰(°ㅂ°)╯


“당신 인생의 게임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이 난감함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언제나 지금 하는 게임이기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고심 끝의 답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입니다.

 

#내 생애 첫 MMORPG

국민 학교를 다니던 시절(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불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컴퓨터 학원은 미래 교육의 산실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부모님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할 수 있겠으나, 그 이면엔 유저 조기 육성만이 존재했을 뿐입니다.

플로피 디스크 아시는 분? ( ͡° ͜ʖ ͡°)

저는 교육용 컴퓨터인 파트너 PC를 통해 수 많은 게임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몰래 이불을 덮고 게임을 하던 즐거운 시절이었습니다.

함께해서 즐거웠다. 온라인 게임을 알기 전까지..
(램페이지/잃어버린 금광을 찾아서/골든엑스)

별도의 게임기가 없었던 제게 오직 PC만이 유일한 게임 창구였습니다. 그러다 2001년, 생애 처음으로 MMORPG를 접하게 됩니다. 그 게임이 바로 라그나로크 온라인입니다.

뭐든 처음은 특별한 법입니다. 생애 처음 접한 온라인 월드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도 이 게임을 떠올리면 수 많은 포탈로 이루어진 필드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BGM은 절로 흥얼거려집니다. 그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요.

머릿속에 촤르르 펼쳐지는 라그나로크의 세계!

 

#그땐 그랬지…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어떤 시나리오, 퀘스트도 없고 그저 NPC와 몹 밖에 없는 단조로운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에 유저들이 모여 규칙을 세우고 새로운 필드를 탐험했었죠. 생각해보면 참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 시절엔 그게 재미였습니다.

프론테라의 노점상들

프론테라는 라그나로크의 중심지로 이곳의 남문에 유저들이 모여 아이템을 사고 팔았습니다. 늘 상 북적 이는 남문에서 노점상을 열고 닫는 건 라그나로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입니다. 이제는 ‘경매장’이라는 시스템의 편의에 밀렸지만 발 품 팔며 마주했던 수많은 순간순간은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커뮤니티성이 강해 더욱 재미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작아진 학교 운동장, 좁아진 고향집 골목 등 어렸을 때 추억이 깃든 장소에 가면 세월의 변화를 느끼면서 아련해지기 마련입니다. 라그나로크는 제게 꼭 그런 게임입니다.

 

#아기자기 귀염귀염 개성 넘치는 캐릭터

라그나로크 온라인에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가득합니다. 3D배경 위에 올려진 2D 도트 캐릭터라는 독특한 그래픽과 이 캐릭터에 자신의 개성을 담아 치장하는 즐거움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습니다.

3D배경에 도트 캐릭터라니! ( ⌯◞◟⌯)♡

이런 강점으로 MMORPG를 외면하던 여성 유저들까지 사로잡았습니다. 특유의 아기자기함은 남자 아이가 차마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인식으로 건드릴 수 없었던 금남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이 즐거움도 상당했습니다.

나도 이런 거 재밌게 할 수 있었는데 (●´□`)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할 때 아름답다

가정을 꾸리고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필요한 MMORPG는 적잖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결국 짧은 시간 즐길 수 있는 협곡에서 놀다 보니, 어느새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게 됐죠.

그렇게 잊혀졌던 추억은 2017년 하반기, 한 포탈 사이트의 광고와 함께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아니 이 로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들뜬 마음에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습니다. 다들 예전을 추억하며 꽤나 적극적으로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틋했던 추억도 되돌렸을 땐 그 만큼 아름답진 않은 것 같습니다. 잦은 오류와 접속 지연은 제 마음의 불씨를 쉽게 꺼뜨렸습니다.

이제는 어릴 때만큼 기다리면서 게임 할 수 없어 ㅠㅁㅠ

물론 변해버린 환경 탓도 있겠지만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할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변한 건 너일까.. 나일까

물론 저는 앞으로도 게임을 할 것입니다. 10년 뒤에 누군가 “인생의 게임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몇 개의 게임이 더해질 수 있겠죠.

그렇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주는 특별함만큼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추억이란 대게 그러기 마련이니까요.


유승열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