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NC #2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

대한민국 IT 산업의 중심지 판교테크노밸리를 대표하는 공간인 엔씨소프트 R&D센터의 건축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INSIDE NC’.

이번 시간에는 엔씨소프트 사옥 내의 다양한 복지 공간을 둘러보며 각 공간에 담긴 건축적 특징과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사내 복지를 자랑하는 엔씨소프트. 다양하고 알찬 복지 제도뿐 아니라 사옥 내에도 세심하게 마련된 복지 공간들이 있다. 하루 중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직원들의 식사와 건강, 배움과 양육을 지원하는 배려 깊은 공간들이다.

 

# 상상력이 자라나는 공간,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

우선 1층과 2층에 위치한 사내 어린이집을 살펴보자. 어린이집 ‘웃는땅콩’에서는 직선과 곡선이 서로 경쟁을 한다. 연령대별로 마련된 보육실은 사각형의 방이지만 한쪽 구석을 모두 곡선으로 꾸몄다. 그나마 입구나 책장을 구성하는 직선마저도 직사각형이 아니라 위가 솟은 박공지붕 형상이다.

집을 닮은 직관적인 형태를 통해 여기가 낯선 곳이 아니라 또 하나의 집이며, 편안한 장소임을 아이들에게 넌지시 말하고 있다.

  

 모든 공간에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설계한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

‘웃는땅콩’이라는 이름의 타원형 공간은 복층 구조인데 1층은 놀이 공간, 원장실, 양호실을 겸하며 상부의 다락은 도서관으로 사용한다. 이들을 넉넉하게 감싸 안는 나무 벽은 촘촘한 구멍들이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며 패턴을 이루는데, 반쯤 열린 벽은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슬쩍슬쩍 엿보는 재미를 준다.

이러한 요소는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의외의 행동을 유발하므로 천편일률적인 공간에서 지내는 아이들에 비해 창의적인 면모를 계발할 수 있다.

‘웃는땅콩’은 아이들의 다중감각 발달을 위해 공간 지각적 디자인을 추구했다

 

# 휴식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카페 ‘LINC’

타원은 곡선에 이어 유연함과 자유로움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기하학이다. 2층의 종합게임시연실은 그리스 야외극장 형식으로, 타원형 벽면은 위치에 따라 곡률이 다르기 때문에 홀의 공간을 압축하거나 이완시킨다.

1층에서 직접 올라온 방문객, 2층으로 내려온 직원들, 카페 ‘LINC’를 찾은 사람들이 다 함께 뒤섞여 혼잡했던 상황은 144평의 널찍한 홀에 이르러 진정된다. 몇몇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육각형 모듈의 의자를 밀거나 당겨서 자유롭게 홀을 점유한다. 사람들의 어울림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의자의 기하학 패턴 역시 이를 반영하며 무궁무진한 조합을 구성한다.

사우들의 휴식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사내 카페 ‘LINC’는
자연친화적인 공간 디자인을 지향, 채광이 좋은 1층 로비와 2층에 위치하고 있다

대개 화장실로 향하는 길은 눈을 사로잡는 요소가 없어 지루하거나 음습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수평으로 긴 통창이 이러한 분위기를 상쇄시킨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깥 풍광과 함께 복도를 비추는 자연광은 위생이 중요한 공간을 충실하게 뒷받침한다.

 

# 최첨단 시설의 오디토리움, 종합게임시연실

이제 묵직한 문을 열고 종합게임시연실로 들어가면 활기 넘쳤던 홀과는 또 다른 정숙한 세계가 펼쳐진다. 풍만한 곡선은 수직으로 마감한 목재와 대비를 이루는데, 요철이 두드러지는 벽의 마감 방식은 소리를 난반사시켜 빼어난 공연장 수준의 음향을 보장한다. 두툼한 천과 나무로 제작한 좌석 또한 잡다한 소리를 흡수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186석의 객석으로 구성된 종합게임시연실은
무대 스크린, 무대 커튼, 음향 반사판, 피아노 보관실, 통역실, VIP 대기룸, 분장실 등
여러 형태의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갖추었다

 

# 끊임 없는 성장을 위한 배움터, 엔씨유니버시티

3층 엔씨유니버시티에 위치한 토의실 중 하나는 어린이집 공간 구성 원리의 어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공간의 형태가 다중 감각을 일깨우고 다양한 교류를 이끌어낸다는 생각이 강하게 녹아 들어 있다.

이 방들은 외부에서는 정사각형으로 구획되어 눈치챌 수 없으나, 내벽은 본래의 직교체계와 축을 달리하거나, 아예 돔 지붕을 얹어서 고치와 같은 아늑함을 더했다. 공간의 층고가 높을수록 창의력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듯 인간은 알게 모르게 물리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인 사무 공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위계질서 또한 재편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엔씨유니버시티에는 59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홀을 비롯해
5개의 강의실과 3개의 토의실, 2개의 코칭룸을 마련하여
다양한 교육 과정에 따른 여러 크기와 구조의 강의실들을 배치했다

 

# 매일 7개의 코너에서 운영되는, 엔씨푸드코트

한편, 지하 1층에 위치한 엔씨푸드코트는 곡선이 가장 넓게 펼쳐진 공간이다.

육각형에 가까운 선큰 가든인 햇빛정원을 중심으로 배치된 테이블은 비슷한 시간대에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보이지 않는 질서가 발생하도록 돕는다. 또한 커다란 정원은 살짝 비대칭인 까닭에 식판을 든 사람들의 흐름은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푸드 마켓을 모티브로 하여 일곱 가지 메뉴를 보여주는 키오스크들은 일정 간격을 두어 직원들이 각자의 기호에 따라 찾아가는 형식을 갖추었다. 일률적인 배식이 아니라서 직원들은 선택의 기쁨을 누리고, 한데 모여 혼잡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

엔씨푸드코트는 지하에 있음에도 밝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무들의 촘촘한 가지 사이로 햇빛이 갈라져 들어오고, 작은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연 정겨운 거리를 닮았다. 적벽돌 패널로 마감한 벽은 이미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켰던 것 같고, 가로등과 안내 표지판이 어우러져 북유럽 어딘가의 마을을 연상시킨다.

매일 7개의 코너에서 운영되는 엔씨푸드코트는
기호에 따른 메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식단별 주방을 분산 배치하여 이동거리를 최소화했다

이렇게 외부에서 주로 쓰이는 요소들을 실내 인테리어로 도입한 사례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또한 천편일률적이고 무미건조한 모더니즘 공간에 대한 반성과 대안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심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근대의 건축은 시간과 자본을 아끼는 쪽으로 편향되었다. 그러다보니 저렴하게, 신속하게, 크게 짓고자 하는 목표에 밀려 건축이 들어서는 장소가 갖는 고유의 특성은 등한시되었다.

 

# 농구코트부터 스파와 찜질방까지, 피트니스  

장식을 생략하자는 당대 대가들의 주장은 이러한 추세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하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건축가들이 기피 대상으로 삼은 장식이란 시대나 지역의 특성을 망각한 채 건물의 양식과 어울리지 않는 무의미한 복제들을 뜻했다. 구태의연하고 쓸모 없는 껍데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선언이었음에도 편한 것만 취하려는 사람들은 함의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무성의함을 방어하는 무기로 삼았다.

그러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도시가 각자의 개성을 잃고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났다. 건축가들은 병원이나 관공서 같이 사람이 모이는 대형 공간 내부에 외부에서나 볼 수 있던 요소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돌로 포장된 길은 건물을 관통하여 다시 외부로 이어졌고, 건물 내 복도와 같은 공간은 실제의 길과 같이 별도의 이름을 부여 받기도 했다. 마을의 광장 역할을 하는 아트리움이 들어서고, 천창을 통해 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카페테리아가 자리 잡아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들고나는 공간이 되었다.

총 53종의 운동장비를 비롯, 실내 골프 연습장, 체력 측정실 등이 마련된 피트니스와
국제규격의 농구코트가 마련된 실내체육관은
외부 공기와 자연 채광, 높은 천장을 확보해 쾌적한 분위기를 우선시했다

이러한 시도는 건물 내부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었다. 엔씨소프트 사옥의 지하는 식당뿐 아니라 결혼식을 위한 웨딩홀, 피트니스, 실내체육관, 스파까지 포함한다. 거리의 풍경을 옮겨왔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나 가능했던 다채로운 경험이 이루어진다. 이제는 업무를 위한 공간이 도심이나 집 근처에서 보내는 일상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를 품고 있는 듯 하다.

사우나, 샤워실, 락커룸, 찜질방 등의 공간으로 구성된 스파는
간결한 동선과 이용자 간 프라이버시를 강조했다

 

* 이후 글은 ‘INSIDE NC’ 3화에서 이어집니다.


배윤경 도시와 건축에 대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다. 연세대학교와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며, 단국대와 연세대에서 건축 이론과 디자인을 강의한다. 주요 저서로는 <암스테르담 건축기행>, <어린이들을 위한 유쾌한 세계건축여행>, <DDP 환유의 풍경(공저)>, <가까스로 반짝이는>이 있다.

INSIDE NC #1 현대 문명에서의 오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