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NC #4 빛, 공기 그리고 위생

엔씨소프트 R&D센터의 건축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INSIDE NC’.

엔씨소프트 사옥은 건물 구석구석까지 자연 채광과 통풍이 유입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공간입니다. 또한 사내에 직접 메디컬센터를 만들고 상시 운영하여 건강과 안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사우들의 휴식과 건강을 위해 세심하게 디자인된 공간 곳곳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르 코르뷔지에를 비롯한 모더니즘의 거장들은 매끈한 육면체로 둘러싸인 실내가 사용자의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고 주창했다. 이들은 철근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형식의 건축을 만들어냈다.

두터운 벽의 역할은 철근을 품은 얇은 기둥이 대신했고, 건물은 하늘에 상처를 낼 정도로 높아졌다. 건축사에 방점을 찍는 공간적 혁신도 대단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건축이 병든 현대인을 치유하는 완벽한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먼지가 내려앉기 좋은 벽면의 장식들이 제거되고, 벽은 온통 흰색으로 칠해졌다. 이제는 외벽이 건물을 지탱하지 않아도 되므로 벽은 얇은 유리창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빛이 충만한 실내에서는 세균과 곰팡이가 사라졌으며, 사람들은 거실 한 구석에 놓인 라운지체어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일광욕을 즐겼다.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반면, 21세기의 직장인들은 과하게 유입되는 일광으로부터 모니터를 보호해야 한다. 칸막이벽으로 그려지는 업무 공간의 기하학 패턴 위로 식물 잎사귀 형상의 녹색 가림막이 너울거리는 까닭이다.

블라인드를 설치해서 빛을 통제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위와 같은 해결책이 토란 잎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개구리 왕눈이처럼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마련된 2층의 여성휴게실은 그래서 일부러 북향을 택하였다. 물론 아이를 웃는땅콩에 보낸 직원을 고려한 배치이기도 하다.

이웃한 어린이집은 남향이라 모든 공간에 자연광이 들이친다. 아이들은 종일 볕을 받으며 밝고 쾌활한 품성을 키울 수 있고, 어머니들은 빛이 한층 걸러진 공간에서 육아와 업무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뛰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마련된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

심지어 일광욕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에 동조한 건축가의 설계는 훗날 오류였음이 판명되었다. 지나치게 일사에 노출된 사람들은 피부암에 걸려 오히려 병을 키우고 말았다. 세균과 관련 없는 정신병마저도 햇빛이 치유해 줄 것이라는 맹목적 신뢰에도 불구하고, 전혀 차도가 없는 자신의 상태에 되레 환자들은 비관하였다.

아무리 건축이 위대하더라도 병을 치유하는 일은 결국 현대 의학의 영역이다. 몸이 아픈 이들은 2층의 메디컬센터를 찾아야 한다. 장시간 모니터 앞에서 업무를 보는 직업 특성상 종종 물리치료실의 혜택도 누려야 하고 말이다.

전문 의료진과 최첨단 장비를 갖춰
엔씨인들의 치료와 예방, 건강 관리를 담당하는 사내 병원 메디컬센터

실상 은혜로운 햇빛도 하루 한 번씩 고약해질 때가 있다. 해질녘 서향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빛은 건축의 오랜 불청객이다. 엔씨소프트 R&D센터의 서쪽 면이 대부분 막혀있고 아주 작은 창만 허용한 이유이다.

다행히 어떠한 제약은 창조를 이끌어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부 사선으로 잘린 서쪽의 벽체와 리드미컬한 창의 배열은 육면체가 갖는 단조로움을 상쇄시켰다. 건축에서의 디자인이란 이렇게 거역할 수 없는 힘과 맞서며, 그리고 때로는 화해하며 점점 구체적인 건물의 형상을 갖추게 된다.

햇살을 맞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내 곳곳의 휴식 공간 #하늘정원

사내 어느 곳에서든 자연 그대로의 햇볕과 공기를 쐴 수 있도록 사려 깊게 디자인된 공간들. 자연으로부터 얻은 온기는 새로운 창조로 뻗어나갈 수 있는 힘찬 에너지가 된다.

 

* 이후 글은 ‘INSIDE NC’ 5화에서 이어집니다.



배윤경 도시와 건축에 대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다. 연세대학교와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며, 단국대와 연세대에서 건축 이론과 디자인을 강의한다. 주요 저서로는 <암스테르담 건축기행>, <어린이들을 위한 유쾌한 세계건축여행>, <DDP 환유의 풍경(공저)>, <가까스로 반짝이는>이 있다.

 

INSIDE NC #1 현대 문명에서의 오피스

INSIDE NC #2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

INSIDE NC #3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