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NC #5 엔씨소프트의 어번 보이드(Urban Void)

엔씨소프트 R&D센터의 건축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INSIDE NC’.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관이 돋보이는 엔씨소프트 R&D센터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N타워와 C타워로 구성된 엔씨소프트 사옥의 건축적 미와 가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엔씨소프트 R&D센터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건물 한 가운데의 빈 공간이다. 이는 마치 그릇이 내용물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대부분을 비워야 하는 것처럼, 애써 일부를 비움으로써 다른 핵심적 가치를 드러내는 것과도 같다.

건축에서는 이러한 비움을 ‘보이드(void)’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이러한 보이드, 특히나 멀리에서도 인식할 수 있는 거대한 공백은, 예측 불가능한 부분까지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 낸다.

이는 네모난 박스 형태로 대표되는 모더니즘에 대한 대안이다. 소위 모노리스라는 표현으로 불리는 서양의 근대건축은 흠결이 없는 매끈한 덩어리를 이상적이라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천의무봉의 완벽한 사물로서 감탄을 이끌어내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강철 금고처럼 소통을 불허하는 경직된 형태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제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다양한 교류를 지향하는 시대이다. 덩어리에 구멍을 내는 전략은 사람들을 향해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도록 조장하기 위함이다.

일상에서의 바람직한 관계는 건축-인간-자연 간의 끊임없는 교류를 뜻한다. 면적을 포기하고 마이너스가 된 공간이 결과적으로 귀중한 플러스인 셈이다.

N타워와 C타워의 독특한 구조가 돋보이는 엔씨소프트 R&D센터의 전경

실제로 엔씨소프트 사옥의 어번 보이드(Urban Void)는 이웃을 위해 전망을 양보하고, 대기의 흐름을 유도하며, 문화 이벤트와 휴식을 위해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얼핏 듣기에 장점이 많은 듯한 이러한 형태를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컴퓨터의 3D 제작 툴에서 구현하기도 마찬가지이다. 커다란 육면체를 그린 후 젠가 게임을 하듯 가운데 부분을 간단하게 빼버리면 그만이다. 혹은 타워 두 동을 세운 뒤 또 하나의 수평 매스를 둘 사이에 가볍게 얹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중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그리고 건축은 가상공간에서의 렌더링처럼 껍데기만으로 설 수 없기에, 취지가 어떻든 간에 건설사로서는 꽤나 난처한 입장이 된다.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엔씨푸드코트 중앙의 선큰 가든인 햇빛정원

특히 엔씨소프트의 N타워와 C타워는 나란한 선상에 놓여있지 않다. 둘을 어긋나게 배치하여 공개공지와 정원이 타워와 좀 더 유기적으로 얽혀있기를 의도했다.

N타워는 조금 뒤로 후퇴했고, C타워는 앞으로 전진하였다. 결과적으로 둘 사이에 걸쳐진 최상층은 상당 부분이 N타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허공에 떠있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옥의 형태는 감히 중력에 맞선 도전의 결과이다.

N타워와 C타워의 앞뒤 폭 차이가 눈에 띄는 엔씨소프트 사옥의 측면 풍경

내부 계단을 타고 최상층 옥상으로 오르면 또 하나의 자연과 마주하게 된다. 사방 막힘 없이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펜트하우스를 소유하지 못했더라도 회사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혜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수평의 랜드스케이프에서 유독 기이한 형상으로 눈에 띄는 요소가 있다. 수직의 기둥과 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사선 부재들이다. 여타의 건축물에서 보기 힘든 이 특유의 구조가 바로 어번 보이드를 가능케 한 비법이다.

사우들의 휴식과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되는 중앙정원

공중에 띄워진 12층은 하나의 거대한 판을 만든 후 타워 크레인으로 들어 올렸다기보다는 N타워와 C타워에서 각각 서로를 향해 조금씩 팔을 뻗어 손을 맞잡은 결과이다.

하지만 긴 팔을 수평으로 뻗고 자세를 유지하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척 고통스럽다. 따라서 볼트로 조여진 각 관절의 단단함뿐 아니라 당겨주는 근육의 팽팽함이 절실하다.

사선으로 뻗은 부재들은 철골 빔인데, 이들은 삼각근과 이두근의 역할을 담당하여 서로 손을 지나치게 꽉 잡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하는 비결인 것이다.

특히나 철골 빔 구조는 사선으로 이루어지는 덕에 지상에서의 시야각에 전혀 걸리지 않는다. 미관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 거대한 건물의 일부를 공중에 띄운 마술을 감쪽같이 감춘 셈이다. 로마 제국의 개선문이 갖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파리 라데팡스의 신개선문이 갖는 구조적인 과감함을 모두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건물 전체를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세련되면서도 조형적인 느낌을 주는 엔씨소프트 R&D센터의 외관

IT 산업의 중심지 판교테크노밸리를 상징하는 대표 건물로 자리매김한 엔씨소프트 R&D센터. 우뚝 솟은 N타워와 C타워가 맞들고 있는 R&D센터의 당당한 모습이 대한민국 IT 산업의 미래로 향하는 꿈의 관문을 의미하는 듯 하다.

 

* 이후 글은 ‘INSIDE NC’ 6화에서 이어집니다.


배윤경 도시와 건축에 대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다. 연세대학교와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며, 단국대와 연세대에서 건축 이론과 디자인을 강의한다. 주요 저서로는 <암스테르담 건축기행>, <어린이들을 위한 유쾌한 세계건축여행>, <DDP 환유의 풍경(공저)>, <가까스로 반짝이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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