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인 레벨업 #2 인터랙티브 무비 속 게임 디자인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 디자인을 발굴하기 위해, 최신 게임 트렌드와 사례 연구에 힘쓰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개발전략실!

개발전략실에서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담은 ‘게임 디자인 레벨업’ 두 번째 편에서는 인터랙티브 무비 속에 담긴 게임 디자인적 요소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게임 제작사뿐 아니라 영화 제작사에서도 제작해왔습니다. 최근 극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3D, 4DX 영화와 같이 새로운 체험 방식을 통해 영화 시장 규모를 성장시키려는(그리고 티켓값을 높이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게임이 영화의 스토리와 시각 품질을 부러워하듯, 영화 제작자들도 게임의 상호작용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사들이 만든 상업용 인터랙티브 무비들은 1992년 ‘I’m Your Man’을 시작으로 2016년 ‘레이트 시프트(Late Shift)’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시장에 선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낮은 완성도과 빈약한 상호작용성으로 대중적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죠.

영화 제작사들이 제작한 DVD용 인터랙티브 무비들.
사실상 DVD 플레이어는 인터랙티브 무비를 위해
영화계에서 만든 게임기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영화 제작사가 제작한 인터랙티브 무비와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콘텐츠를 제작한 회사가 영화사인지 게임사인지를 확인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겠죠.

하지만 게임 디자인적인 요소의 유무와 완성도를 통해서도 구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즉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인터랙티브 무비는,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적 가치를 만족시키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래픽 어드벤처, 비주얼 노벨, 액션 어드벤처의 혼합

인터랙티브 무비는 어드벤처 게임의 하위 장르입니다. 어드벤처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싱글 플레이로 구성되고 잘 짜여진 스토리와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드벤처 게임의 각 하위 장르는, 스토리를 어떤 방법으로 체험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구분됩니다.

즉 인터랙티브 무비를 디자인 구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래픽 어드벤처, 비주얼 노벨, 액션 어드벤처의 특징들이 적절히 혼합된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어드벤처, 비주얼 노벨, 액션 어드벤처의 디자인 혼합.
새로운 것 = 존재하는 것 + 존재하는 것

그래픽 어드벤처는 게임사 루카스아츠(Lucas Arts)에서 제작한 <원숭이 섬의 비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게임들은 마우스로 캐릭터의 행동을 작동하여 ‘포인트 앤드 클릭(Point-and-Click Adventure)’ 장르로 불리기도 하죠.

한 화면 정도의 작은 공간에 배치된 NPC들을 클릭하여 조사하고, 수집한 아이템을 활용해 비밀을 파헤치고 퍼즐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특징적입니다. 아마도 방 탈출 게임에서 이런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 시스템을 처음 접한 분들도 많으실 것 같네요.

반면 비주얼 노벨은 <동급생> 시리즈, 최근에는 <박앵귀>, <로보틱스 노츠>나 <슈타인즈 게이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등장 인물들과 분기 구조의 대화를 선택해 스토리를 진행하는 대화 시스템을 특징으로 합니다. 사실상 상호작용성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요. 결국 스토리와 설정 그리고 테마와 캐릭터 등의 매력이 가장 중요한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액션 어드벤처는 엄밀히 액션 게임의 하위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 액션 게임보다 탐험과 스토리의 비중이 높습니다. 또한 액션 조작의 능숙함이 필요하기보다는, QTE(Quick Time Event)를 활용해 기본 액션 동작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화려한 액션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작으로는 <툼 레이더>와 <언차티드> 시리즈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이 있습니다.

각 장르의 핵심적 게임 요소.
이번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세 가지 장르의 핵심 요소들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게임 디자인에서 게임 상황에 맞춰 적절히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을 추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래픽 어드벤처의 아이템 수집과 사용을 통한 퍼즐 시스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요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한 스토리 진행에서는 비주얼 노벨의 분기 구조형 대화 시스템이 활용됩니다. 또한 액션 등의 화려한 연출을 위해 액션 어드벤처의 QTE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게임 진행.
게임의 흐름과 디자인 요소가 너무나 잘 들어맞아, 분석하면서도 살짝 놀랐습니다.

 

# 퍼즐 해결 – 난이도 디자인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퍼즐은 게임 디자이너에 의해 완전히 통제될 수 있는 유일한 디자인 요소 입니다.

퍼즐은 가장 대중적이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시스템 중 하나인데요. 여러 난이도의 퍼즐을 통해 다양한 취향의 플레이어를 만족시키고, 난이도 변화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부여해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퍼즐 게임의 디자인 사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퍼즐은
인터랙티브 무비의 대중적 흥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각 맞추기, 회로 완성 등 전통적인 보드 게임 형태의 퍼즐들은 플레이어에게 당면한 과제를 제시해 단기 목표를 제공합니다. 또한 목표 지점으로 가기 위한 길 찾기 퍼즐은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중기 목표를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공간 속에서 이동하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방 탈출 게임은 이야기의 중요 분기점을 통과하는 장기 목표를 제공합니다.

만약 인터랙티브 무비에 퍼즐 요소가 없다면, 그저 영상을 감상하고 대화를 선택하는 것에 그치는 영화 제작사들의 ‘인터랙티브 영화’와 같은 지루한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퍼즐은 인터랙티브 무비에 극복해야 할 도전 목표를 제공함으로써, 밋밋한 요리에 자극적인 향과 맛을 가미하는 역할을 합니다. 게임만이 줄 수 있는 도전 욕구와 체험적인 희로애락이 퍼즐을 통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퍼즐을 통해 구성 가능한 난이도의 변화.
퍼즐이 없는 인터랙티브 무비는 게임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대화 분기 – 서사 디자인

인터랙티브 무비는 스토리가 중심이 되고 영화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몰입과 재미가 가능하지만, 게임으로서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풍부한 감정과 깊은 몰입을 제공하기 위해 대화 분기를 활용합니다.

게임의 필수 요소인 상호작용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뤄집니다. 게임에서는 이를 액션과 피드백이라고 일컫습니다. 피드백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는 플레이어의 액션이 중요합니다. 대화 분기는 스토리 결말과 플레이어의 선택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대화 선택에 따른 결과 분기.
“코너야 미안해~ 너의 죽음은 모두 내 잘못이야! ㅠㅠ”

인터랙티브 무비의 스토리는 단선적인 흐름의 서사 콘텐츠와 달리 분기 구성을 갖습니다. 다양한 흐름의 서사와 다수의 결말을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같은 결말이라도 다양한 서사 흐름을 활용해 플레이어들에게 각기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서사 전개.
사전 행동에 따라 선별된 대화 선택지가
플레이어의 행동과 이야기 결과 사이 인과관계를 보다 강하게 결속시킵니다.

분기 구조의 스토리 진행에서 플레이어는 대화 선택 전, 진행한 게임 플레이에서 수집한 단서들을 활용해 선택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선택지 디자인을 위해 게임 디자이너는 스토리상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의미 있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선택 지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다양한 단서와 근거들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스토리 작성자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무비의 서사는 결국 플레이어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를 결말의 원인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일방적인 서사보다 더 큰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의 스토리 분기.
의미를 알 수 없는 선택은 제게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 QTE – 액션 디자인

QTE는 게임 캐릭터의 일반 액션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화려한 전투 연출 등을 위해 장르를 불문하고 활발히 사용되는 구성입니다.

현대적인 QTE는 세가(SEGA)의 <쉔무> 시리즈를 통해 시작되었고, <갓 오브 워> 시리즈의 화끈한 전투 연출에서 활용되며 대중적인 게임 요소가 되었습니다. QTE 시스템은 음악과 춤과 결합해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적 QTE를 제시한 <쉔무>의 활용 사례.
<쉔무> 시리즈가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해봅니다.

QTE는 많은 영상이 제공되는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영상 플레이 중 플레이어에게 타이밍에 맞춰 제시된 키 입력을 요구하는데요. 영상을 단순한 감상용이 아닌 상황에 직접 개입하는 수단으로 변화시킵니다. 이야기, 전투, 추격 등 영상으로 표현되는 거의 모든 상황을 직접 체험하게끔 합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경우 주인공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 사건의 단서를 확인하는 장면, 추격과 액션 등의 장면에서 등장인물의 행동과 일치된 조작을 요구해 영상 상황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QTE 디자인 사례.
상황에 맞는 익숙한 조작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결과적으로 인상적인 경험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제공합니다.

완성도 높은 QTE를 위해서 게임 디자이너는 시네마틱 영상 연출가 그리고 관련 엔지니어와 긴밀한 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연출가와 엔지니어 역시 각각의 영상들이 단순한 감상용이 아닌 상호작용 콘텐츠임을 인지하고, 게임 디자이너가 원하는 체험적 경험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시네마틱 영상 속 적절한 인터랙션

일반적인 게임은 전투, 사냥과 같은 게임 플레이가 중심이 됩니다. ‘컷신(cutscene)’이라고 부르는 시네마틱 영상은 보스몹이나 스테이지 클리어와 같은 주요 분기점에서 플레이어에게 도전 성공을 칭찬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삽입됐습니다.

이와 반대로 인터랙티브 무비는 시네마틱 영상이 주를 이루고, 시네마틱 영상 사이 스토리 전개를 위한 단서를 수집하기 위해 게임 플레이가 제공됩니다. 때문에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게임 디자이너는 스토리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네마틱 영상을 디자인하고, 이와 함께 플레이어의 몰입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적절한 상호작용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작은 스토리가 담당하고 결과는 엔지니어에 의해 이뤄지지만, 그 과정은 게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스토리와 영상 담당자, 엔지니어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장르에 도입되는 인터랙티브 제작 기술과 프로세스

사실 인터랙티브 무비는 그 장르만 따로 분리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이미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정 플레이어들에게만 관심을 받던 게임의 스토리 콘텐츠가 이제는 인터랙티브 무비를 통해 영화를 즐기듯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와 다른 게임 장르를 구별하는 것은 국물과 건더기의 비율로 ‘찌개’와 ‘국’을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르를 넘나들며 인터랙티브 무비를 통해 이야기를 강화하는 게임들.
최근 게임들은 소설과 영화 같은 일방향적인 감동을 넘어서
직접 체험만으로도 가능한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 활발히 제작되고 있는 AAA 콘솔 게임들은 이미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할 만큼 뛰어난 스토리와 시네마틱 영상을 제공하고, 게임 플레이와 시네마틱 영상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려하게 혼합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AAA급 게임 개발을 위해 인터랙티브 무비와 관련한 개발과 디자인 노하우 축적은 필수적입니다.

미션 달성에 대한 만족감을 주는 도구 이상의 가치를 게임에 부여하고, 소설과 영화 이상의 체험적 감동을 주는 스토리 완성도를 갖춘 새로운 미디어로 발전시키기 위해 인터랙티브 무비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인터랙티브 무비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게임 디자인 레벨업’ 다음 편에서는 스토리 관점에서 살펴 본 인터랙티브 무비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 시리즈

# 1 이게 영화야, 게임이야? – 인터랙티브 무비의 역사

# 2 인터랙티브 무비 속 게임 디자인

# 3 인터랙티브 무비의 디자인 유형 – 이야기를 ‘플레이’하다

# 4 인터랙티브 무비의 디자인 유형 – ‘플레이’ 영역의 더 다양한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