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인 레벨업 #4 인터랙티브 무비의 디자인 유형 – ‘플레이’ 영역의 더 다양한 시도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 디자인을 발굴하기 위해, 최신 게임 트렌드와 사례 연구에 힘쓰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개발전략실!

개발전략실에서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담은 ‘게임 디자인 레벨업’ 네 번째 편에서는 인터랙티브 무비의 ‘플레이’ 영역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한 작품들을 다뤄보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의 구성 요소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보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부분과, 인터랙션을 위한 ‘플레이’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두 구성 요소 중 ‘플레이’ 부분에서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즐거움을 전달한 인터랙티브 무비들을 소개합니다.

 

# CCTV를 통한 스토리텔링, <나이트 트랩>

• 작품명: 나이트 트랩(Night Trap)
• 출시년도: 1992년
• 개발사: 디지털 픽처스(Digital Pictures)
• 영상 형식: 실사
• 인터랙션 방식: 분기 선택, 탐색(CCTV), 트랩 발동

원래는 해즈브로(Hasbro)사의 콘솔 ‘콜레코비전’의 후속 기종 ‘컨트롤비전’의 기능(VHS 비디오 테이프를 매체로서 사용)을 어필하기 위한 테크 데모격으로 1987년에 개발되었습니다만, 컨트롤비전의 발매가 취소되며 5년 뒤인 1992년에 메가 CD 콘솔로 발매된 게임입니다.

2017년 리마스터되어 재발매된 25주년 기념판.

이 게임은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의 초창기에 개발된 게임으로서는 놀라운 설정을 보여주는데요.

카메라맨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전통적인 영화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아니라, CCTV를 이용해 등장인물을 엿본다는 참신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근래 영화계에서 ‘카메라맨의 카메라 이외의 통로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은 파운드 푸티지 장르 영화(<블레어 위치>, <곤지암> 등)나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서치> 등을 떠오르게 합니다.

모니터 위에서 재생되는 영상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두 영화.

게임의 방식은 단순합니다. 플레이어는 특수요원이 되어 여러 대의 CCTV를 지켜보며, 마틴 일가에 침입하는 괴한들을 찾아내어 적절한 타이밍에 함정을 발동시켜 격퇴합니다.

그러나 마틴 일가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파악(전체 스토리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영상을 보아야(CCTV를 전환해야)하고, 이것이 해당 게임의 ‘분기 선택’으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나이트 트랩>의 ‘카메라맨의 카메라를 통하지 않는 인터랙티브 무비’의 콘셉트는 후대에 발매된 <서베일런스 감시자(サーヴィランス 監視者)>, <허 스토리(Her Story)> 등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특수부대의 오퍼레이터가 되어
전송되는 영상을 분석해 요원들을 서포트하는 <서베일런스 감시자>.

FBI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영상을 검색하여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나가는 <허 스토리>.

여담으로, <나이트 트랩>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았고 상업적 성공도 이뤄냈지만(비슷한 형식의 후속작도 몇 개 더 출시했습니다.) 영상에서 지향하던 B급 슬래시 호러식 표현(10대 여성에 대한 과장된 폭력)이 문제가 되어 <모탈 컴뱃>과 함께 미 상원의원 청문회에 불려가게 되고, ESRB(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 창설에 기여하게 됩니다.

 

# 참신한 설정으로 플레이어와 이야기 속 세계와의 거리감을 좁힌 <비욘드 투 소울즈>

• 작품명: 비욘드 투 소울즈(Beyond: Two Souls)
• 출시년도: 2013년
• 개발사: 퀀틱 드림(Quantic Dream)
• 영상 형식: 리얼타임 3D
• 인터랙션 방식: 분기 선택, 탐색(1인칭, 3인칭), QTE

<헤비 레인>으로 큰 성공을 맛본 퀀틱 드림의 후속작입니다. 헐리웃 스타 엘렌 페이지, 윌렘 대포를 캐스팅한 ‘초능력 소녀의 인생 역정’ 스토리는 출시 전 큰 주목을 받았으나, 호불호가 갈리는 파편화된 이야기 전개 방식, 엉성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결말 등으로 퀀틱 드림의 첫 실패작으로 기록됐습니다.

2016년 출시된 리마스터 버전의 플레이 영상.

그러나 게임 디자인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주인공 ‘조디’와 함께하는 초자연적인 존재 ‘에이든’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 ‘조디’에 연결되어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 ‘에이든’.

퀀틱 드림과 텔테일 게임즈로 인해 대세가 된 ‘3인칭 캐릭터 조작’ 인터랙티브 무비에서는 기본적으로 게임 속 세계와 플레이어의 세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있습니다. (연극 이론에서는 이를 ‘제 4의 벽’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는 플레이어가 ‘에이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실체가 없는 캐릭터를 1인칭 시점으로 조작’하여 인터랙티브 무비 세계 안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더 강력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영혼이 되어 사물을 조작’한다는 아이디어는
타 장르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구현된 바 있긴 합니다.
2010년 출시된 <고스트 트릭>.

 

# 복수의 캐릭터를 활용한 퍼즐적 즐거움, <타임 트래블러즈>

• 작품명: 타임 트래블러즈(Time Travelers)
• 출시년도: 2012년
• 개발사: 레벨 파이브(LEVEL-5)
• 영상 형식: 리얼타임 카툰 렌더링 3D
• 인터랙션 방식: 분기 선택, QTE, 재핑(Zapping)

<레이튼 교수> 시리즈와 <요괴워치> 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레벨 파이브가 2012년에 출시한 <타임 트래블러즈>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복수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인터랙티브 무비입니다.

사운드 노벨 장르의 명가 춘 소프트 출신 개발자들의 뛰어난 시나리오가 호평을 받았습니다만, 동시기에 발매된 같은 소재(시간여행) 비주얼 노벨 <슈타인즈 게이트(Steins;Gate)>의 엄청난 성공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PSP 버전의 플레이 영상.

하지만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면에서 이 게임에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재핑(Zapping)’ 시스템입니다. 재핑 시스템은 춘 소프트의 명작 사운드 노벨 <거리 ~운명의 교차점~(街 ~運命の交差点~)>과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428 ~封鎖された渋谷で~)>에서 사용된 시스템인데요. 이 게임의 개발자가 춘 소프트 출신이기에 전작들의 요소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8년 출시된 <거리 ~운명의 교차점~>(좌)와
2008년 출시된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우).

복수의 캐릭터를 조작하며, 각 캐릭터의 선택이 다른 캐릭터의 영향을 주는 점은 퀀틱 드림의 게임들과 동일합니다만, 재핑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1. 언제든 자유롭게 캐릭터 전환이 가능하다.
2.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진행하다 강제로 게임이 중단되며, 이것을 다른 캐릭터에서 특정 분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소시킨다.

<타임 트래블러즈>의 재핑 시스템.

복수의 캐릭터가 서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게임의 핵심적인 메카니즘으로 작용하는 것은, 마치 루카스아츠의 어드벤처 게임 <텐타클 최후의 날(Day of The tentacle)>이나 블리자드의 액션 게임 <길 잃은 바이킹(The Lost Vikings)>의 인터랙티브 무비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1993년 출시된 <텐타클 최후의 날>(좌)와 같은 해 출시된 <길 잃은 바이킹>(우).

 

# 캐릭터의 특수 능력 활용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 작품명: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
• 출시년도: 2015년
• 개발사: 돈노드 엔터테인먼트(DONTИOD Entertainment)
• 영상 형식: 리얼타임 카툰 렌더링 3D
• 인터랙션 방식: 분기 선택, 탐색(3인칭), 시간 돌리기, 아이템의 획득과 사용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곤 홈(Gone Home)>에서 영향을 받은 10대 소녀들의 우정 이야기에, 범죄/재난 스릴러와 초능력물이 결합된 스토리를 가진 인터랙티브 무비입니다.

분기 선택과 3인칭 탐색, 아이템의 획득과 사용으로 구성된 인터랙션 방식은 퀀틱 드림이나 텔테일 게임즈의 작품들과 동일하나 차별화된 점은 주인공 ‘맥스’가 지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능력을 사용 중인 주인공 ‘맥스’.

특수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다룬 인터랙티브 무비는 다수 존재하지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플레이어가 이 능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정 시간 전까지만 돌릴 수 있다는 제약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시간을 되돌려 잘못 선택한 분기를 수정하거나, 미래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기를 출현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능력을 이용하여 주인공은 갖가지 역경을 극복해냅니다만, 그에 따른 나비효과도 감당하게 됩니다.

PC 버전의 플레이 영상.

‘시간을 되돌린다’는 아이디어는 액션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나 <브레이드(Braid)> 등에서 이미 선보인 것이지만,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 활용하여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냈습니다.

2003년 출시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좌)와
2008년 출시된 <브레이드>(우).

 

# 1인칭 공간 탐색을 통한 스토리텔링, <디어 에스더>

• 작품명: 디어 에스터(Dear Esther)
• 출시년도: 2012년
• 개발사: 더 차이니즈 룸(The Chinese room)
• 영상 형식: 리얼타임 3D
• 인터랙션 방식: 탐색(1인칭)

캐릭터들이 화면에 등장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이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상식이었습니다만, <디어 에스더>는 이 상식을 뒤집습니다. 캐릭터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에 직접 들어가 이야기를 체험합니다.

<디어 에스더>는 넓고 아름다운 3D 공간을 제공하고, 유저는 FPS 장르의 문법에 따라 공간을 탐색해나갑니다. 공간의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해당 공간과 연관된 내레이션, 혹은 환영이 나타나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PC 버전의 플레이 영상.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의 제약에 따라, 이야기는 은유적이고 시적입니다. 요약하자면 외딴 무인도를 찾은 주인공이 섬을 둘러보며 사고로 죽은 ‘에스더’를 떠올린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3D 공간에서 재현된 아름다운 풍경과 시너지를 불러 일으켜 이전의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제공했습니다.

<디어 에스더>에 영향을 받아, 1인칭 공간 탐색 타입의 인터랙티브 무비는 <곤 홈>, <스탠리 패러블(Stanley Parable)>, <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디어 에스더의 후속작) 등 다양한 작품들이 출시되었습니다.

2014년 출시된 <에단 카터의 실종>(좌)와 2017년 출시된 <에디스 핀치의 유산>(우).

 

#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인터랙티브 무비, <도시를 품다>

• 작품명: 도시를 품다
• 출시년도: 2015년
• 개발사: 쇼베 크리에이티브(Syobe Creative)
• 영상 형식: 실사
• 인터랙션 방식: 분기 선택, 탐색(1인칭), QTE, 퀘스트, 캐릭터 육성, 미니 게임

인터랙티브 무비와는 인연이 없을 듯한 모바일 플랫폼입니다만, 놀랍게도 국내에서 개발된 모바일 인터랙티브 무비가 존재합니다.

쇼베 크리에이티브의 <도시를 품다>는 현재 2018년에는 서비스되고 있지 않지만, 콘솔 플랫폼에서의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플레이 영상.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화질 실사 영상의 사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에서의 실사는 과거 많이 사용되었으나 리얼타임 3D의 표현 능력이 향상되며 좀처럼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시를 품다>에서는 HD급 화질로 전문 배우들을 섭외하여 촬영한 영상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들도 꽤 보입니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부분은 모바일 플랫폼의 타 장르에서 차용한 다양한 시스템들입니다.

수집형 모바일 RPG를 연상시키는 퀘스트, 캐릭터 육성, 행동력 관리나 각종 미니 게임들, 일본식 어드벤처까지 섞여있는 게임 플레이는 ‘스토리텔링과 겉도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의 짧은 수명과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한 무리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새로운 시도임은 확실합니다.

수집형 RPG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 육성(좌)과 각종 미니 게임들(우).

 

# 차세대 플랫폼 VR에서의 인터랙티브 무비, <런던 하이스트>

• 작품명: 런던 하이스트(The London Heist)
• 출시년도: 2016년
• 개발사: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런던 스튜디오(SIE London Studio)
• 영상 형식: 리얼타임 3D(VR)
• 인터랙션 방식: 분기 선택, 탐색(1인칭), 건슈팅

플레이 영상.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VR을 스토리텔링 매체로서 사용하려는 시도가 영상업계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도 VR 초창기부터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제작된 VR 장편 영화, <기억을 만나다>.

그 중 인상적인 작품으로 PSVR 의 론칭 타이틀로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 VR 월드(PlayStation VR Worlds)’에 수록된 작품 중 하나인 <런던 하이스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보석 강도단의 일원이 되어, 음모와 배신과 화끈한 액션으로 채워진 30분 간의 짧은 이야기를 오감을 이용해 체험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총격전을 벌이거나(좌)
배신자로 몰려 고문을 당하는(우) 등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합니다.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무비’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VR을 이용한 체험은 이전 어떤 인터랙티브 무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TV(혹은 모니터)에서만 존재하던 캐릭터들이 내 눈앞에 실재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게임 속 세계를 자유롭게 살펴보고 양 손을 이용하여(PS MOVE) 만지는 경험은 도저히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비슷하게 VR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을 다룬 작품으로는
2016년 발매된 <배트맨: 아캄 VR> 등이 있습니다.

 

# 파티 게임으로서의 인터랙티브 무비, <히든 어젠다>

• 작품명: 히든 어젠다(Hidden Agenda)
• 출시년도: 2017년
• 개발사: 슈퍼매시브 게임즈(Supermassive Games)
• 영상 형식: 리얼타임 3D
• 인터랙션 방식: 분기 선택(다인 투표), 탐색 (3인칭), QTE

플레이 영상.

<히든 어젠다>는 <언틸 던>을 개발한 슈퍼매시브 게임즈의 차기작으로 개발된 인터랙티브 무비입니다. 전작과의 차이점은 멀티플레이를 들 수가 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최대 6인까지 함께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고(좌)
텔테일 게임즈의 작품들도 2016년부터 ‘크라우드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합니다.(우)

분기 선택에서 투표를 통한 다수결로 진행이 된다는 점은 위에서 전편에서 소개해드린 <키노아우토마트>나 <라 도루야>와 동일합니다만, 이 게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경쟁 모드’입니다.

경쟁 모드에서는 복수의 플레이어 중 한 플레이어가 비밀 지령을 받고, 이야기의 방향이 비밀 지령(히든 어젠다)을 수행할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가도록 투표를 유도해야 합니다. 이에 성공하면 해당 플레이어는 점수를 획득하고, 이로서 플레이어 간 경쟁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예능으로 알려진 ‘X맨’ 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히든 어젠다를 수령한 플레이어의 스마트폰.

히든 어젠다는 ‘인터랙티브 무비를 함께 즐기는 방식’을 기존의 투표뿐 아닌, 파티 게임 장르의 요소를 도입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 마치며 – 인터랙티브 무비를 위한 변(辯)

소개해드린 것처럼 인터랙티브 무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다양한 작품들이 출시되었습니다만, 해당 장르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탄생 초기부터 평단과 게이머들의 공격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플레이 타임 내내 영상을 지켜보는 시간이 대부분인 게으른 게임 디자인, 인터랙션의 중요성을 망각한 어드벤처 장르의 사생아라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죠. 이는 비슷하게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사운드 노벨과 비주얼 노벨 장르가 공격받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인터랙션이 풍성한 기존 게임 장르들(액션, RPG, 시뮬레이션 등)에도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기에,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 쏟아지는 비판은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하지만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장르가 가치가 없는 장르인가, 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터랙티브 무비만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타 장르에 비해 스토리텔링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장르에서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다양한 게임 메커니즘을 접하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플레이어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무비는 플레이어를 온전히 스토리텔링에만 집중시킬 수 있으며 이는 ‘스토리텔링 매체로서의 비디오 게임’의 가능성을 가장 잘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어떠한 이야기라도 다룰 수 있습니다. 기존 장르에서 스토리텔링을 할 경우에는 해당 장르의 게임 메커니즘과 잘 부합할 수 있는 소재로 스토리텔링이 제한됩니다. (예를 들어 액션 장르의 스토리텔링은 무조건 전투가 있는 스토리여야 하는 점 등) 하지만 인터랙티브 무비에서는 게임 메커니즘이 스토리텔링을 위한 부가요소로만 존재하기에, 기존 장르에서 다룰 수 없었던 어떠한 이야기라도 다룰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장르의 풍성한 게임 메커니즘은 ‘상호작용하는’ 즐거움을 살리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각 장르들의 메커니즘에 익숙하지 않은 캐주얼 게이머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무비의 희박한 게임 메커니즘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캐주얼 게이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되며, 현시대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영화’와 동일한 종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도 더욱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입니다.

반대로 ‘스토리를 즐기고 싶으면 그냥 영화를 보면 되지, 굳이 귀찮게 컨트롤러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인터랙션 요소가 너무 없거나, 있지만 오히려 귀찮을 뿐인’ 몇몇 인터랙티브 무비들은 시작부터 엔딩까지 편집된 영상으로 유튜브에서 즐기는 것이 더 쾌적한 경우도 있기에 납득이 가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인터랙티브 무비는 스토리텔링이 주는 즐거움을 더욱 극대화시킵니다. 스토리 속 세계를 단순히 지켜보기만 하는 것뿐 아닌, 인터랙션을 통해 세계에 개입 가능하기에 더욱 큰 몰입감을 선사하며, 이는 기존의 영상매체에서는 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이번 연재가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매력에 눈을 뜬 게이머분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었길 바라며, 또 다른 재미있는 인터랙티브 무비의 출시를 여러분들과 함께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 시리즈

# 1 이게 영화야, 게임이야? – 인터랙티브 무비의 역사

# 2 인터랙티브 무비 속 게임 디자인

# 3 인터랙티브 무비의 디자인 유형 – 이야기를 ‘플레이’하다

# 4 인터랙티브 무비의 디자인 유형 – ‘플레이’ 영역의 더 다양한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