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북스#354 플랫폼 발달에 따른 무협소설의 트렌드 변화

요즘 소설 어떻게 읽으시나요? 전통적으로 출판이라 함은 ‘종이책’을 인쇄하는 걸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PC가 일상에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우리는 스마트기기로 소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르 소설 또한 이 변화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는데요. 우리는 이제 소설책이 한 권 나오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매주 매일 한 편씩 구독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무협 소설의 출판 방식이나 내용도 변해왔습니다. 그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대표작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자책이 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보편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종이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PC로 장시간 책을 보기엔 힘들었죠. 몇몇 소설이 전자책으로 출판되었지만 크게 흥미를 끌지 못했습니다.

누워서 보는 게 짱인데…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죠

변화는 ‘PC 통신’ 바람이 불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몇몇 장르 소설이 PC 통신 붐을 타고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1998)’를 들 수 있습니다. ‘드래곤 라자’는 1998년 출간 이후 10년간 100만부 이상이 팔리며 ‘퇴마록’과 더불어 장르 소설 흥행을 주도했습니다. 당시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 통신을 인터넷보다 많이 사용했던 터라, PC 통신의 중흥기에 여기서 연재한 소설이 인기를 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때부터는 전통적인 출판 방식과 더불어 PC통신에서 연재한 분량을 모아 종이책으로 출간하기시작했습니다. 종이책을 발간하고 전자책으로 나오는 틀을 깬 대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PC 통신 화면
보기 쉽지 않겠죠?….

몇몇 작품이 흥행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무협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무협 소설은 틀에 박힌 스토리로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죠. 무협을 포함한 장르 소설의 주 소비층은 청소년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청년층이었습니다. 이들이 인터넷과 게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장르 소설이 차지하는 위치는 급속도로 쪼그라 들 수 밖에 없었죠.

2000년대 후반까지도 전자책 시장은 커지지 않았습니다. 전자책은 꾸준히 만들어 졌지만, 아무래도 보는 방법이 여의치 않아 흥행가도를 타기 어려웠죠. 물론 종이책의 불황도 한 몫 했습니다. 전자책은 더 소비하기 어려운 콘텐츠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반전은 2009년 스마트폰의 출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손 안에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전자책이 각광받기 시작합니다. 기존 종이책 가격의 절반 정도면 살 수 있어 비용 면에서도 구미를 당길 수 있었죠.

드디어 이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 시기의 장르 소설은 ‘문피아’ 또는 ‘조아라’라는 사이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도장르 소설을 대표하는 사이트인 두 곳인데요. 유명한 작가 중에 이 사이트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활약한 작가로는 강호풍, 우각, 북미혼, 촌부, 김강현, 초우 등이 있습니다. 재야의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되면서, 콘텐츠의 다양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 때 참신하고 흡입력있는 소재를 다룬 무협물들이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초기의 연재분이 반응이 좋으면 종이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초장에 인기를 끈 작품들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종이책 출판으로 이어졌죠. 그래서 1~2권 이후 내용은 사이트에서 연재하지 않았고, 종이책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더욱 일상화되면서 전자책의 소비 속도는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반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판이 커진 거죠. 장르 소설이 부흥하면서 굉장히 많은 작가들이 등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독자들의 읽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통상적으로 한 작품을 완결까지 읽고 다른 책을 찾는 것에서, 여러 소설의 연재분을 동시에 보는 게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런 전자책의 흥행에 영향을 받아 출판계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더 이상 종이책 이후 전자책이라는 방식을 고수하지 않았습니다. 장르 소설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소비가 되니까요. 종이책 출판은 온라인에서 연재가 흥행하는 경우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웹소설로 인기를 끈 후
팬들의 요구로 종이 책을 출판하게 된 두 작품

플랫폼의 변화는 내용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소설은 거의 매일 연재가 되고, 독자들은 손쉽게 소설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가 꼭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닙니다. 한 편에 모든 재미를 담아야 했기에,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거나 짧은 내용 안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다 보니 구성이 이상해지기도 했죠. 심층적이고 유의미한 스토리보다는 직관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본질인 장르지만 기존보다 더 원초적이고, 더 자극적이고, 더 직설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재분량이 길지만 재미있는 작품 두 권을 추천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꾸준히 무협 소설은 생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퀄리티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재는 더 다양해졌고, 깊이 있는 소설도 많습니다.

플랫폼의 발달로 장르 소설에 접근하기 훨씬 쉬워졌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장르 소설을 즐기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꼈으면 합니다. 여기에 제 추천 도서들이 여러분들의 흥미를 이끌었기를 바랍니다.


권기후 성공은 밤낮없이 거듭된 작고도 작은 노력의 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