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사운드 #4 보이스 디렉터의 세계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창조한다! 보이스 디렉터의 세계

 

게임에서 ‘목소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캐릭터의 다급한 목소리, 간절한 목소리, 힘 있게 외치는 목소리에 따라 상황이 변화하고,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감정 이입을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목소리를 연출하고 감독하는 사람이 바로 보이스 디렉터(Voice Director)입니다.

보이스 디렉터는 게임 시나리오 분석부터 성우 섭외, 연기 연출까지 목소리와 관련된 모든 작업을 주관합니다. 이제 게임에 들어가는 시네마틱 영상들은 더이상 말풍선이나 자막만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므로, 보이스 디렉터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블레이드&소울은 모든 캐릭터가 실제로 말을 하는 ‘풀 보이스’ 게임으로 일찍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

엔씨소프트 사운드실 이야기 그 네 번째 시간은, 국내 게임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보이스 디렉터’ 사운드실 프로듀싱 팀의 임용석 과장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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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 디렉터라는 직업이 아직은 좀 생소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게임 시나리오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한 뒤, 그와 어울리는 최적의 성우를 캐스팅하고 녹음 시 연기 연출을 합니다. 기획 컨셉을 음성 연기로 풀어내는 데 있어서 감성적인 통역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할까요? 말이 좀 어려운가? ㅎㅎ 최근 게임에서 시네마틱 영상이 자주  쓰이면서, 캐릭터가 영화 배우처럼 실제로 대사를 하는 콘텐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보이스 디렉터는 게임 내에서 더 실감 나는 목소리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은 아니죠. 보이스 디렉터는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외화 더빙 쪽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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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운드실 프로듀싱 팀  임용석 과장 

♦ 그동안 어떤 작업에 참여하셨나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그리고 리니지 이터널, MXM 등 개발 프로덕트 전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블레이드&소울을 ‘풀 보이스’ 게임이라고 하는데, 풀 보이스에 대한 설명 부탁 드려요. 

풀 보이스는 말 그대로  ‘Full Voice’ 예요. 모든 NPC(*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가 음성 대사를 하는 거죠.  MMORPG를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의 경우 공용 NPC 를 사용해서 캐릭터 구분 없이 몇 가지 정해진 말을 돌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풀 보이스를 지원하는 콘솔 게임은 명확한 엔딩이 있죠. 블레이드&소울은 인물들이 모두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해요. 또, 그러한 인물들이 지금도 창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풀 보이스를 지원하는 여타의 컨텐츠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풀 보이스 게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블레이드&소울 

 

♦ 등장 인물이 한 두명이 아닌데, 작업 양이 어마어마하겠어요.  😯 

블레이드&소울은 보이스 작업에 참여한 성우만 130명이 넘어요. 이렇게 많은 성우가 투입되는 게임은 아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 거예요. 참여 인원도 그렇지만 대사의 양도 엄청납니다. 처음 기획된 대사만 6만 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게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대사도 함께 늘어나고 있어요. 엔씨소프트가 아니면 이 정도 스케일을 경험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사운드실_보이스디렉터2

 성우 리스트만 해도 이 정도라니! 

 

♦ 대사만 6만 줄…성우 섭외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네요. 

성우 분들의 보이스와 연기 스타일, 이미지를 체크해서 카테고리화하는 작업을 항상 하고 있어요. 블레이드&소울 녹음 작업을 하면서 기존 성우 카테고리를 더 확장시키고 있고요. 새로운 성우를 발굴하고, 성우 풀을 늘려나가는 건 보이스 디렉터의 중요 업무죠. 저는 더빙된 외화에 익숙한 세대라서, 과거 더빙 외화나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했던 성우들의 이미지를 되돌아 보며 다시 그분들을 섭외하기도 해요. 그때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분들이 이제는 원로가 되셨거든요. 특히 블레이드&소울의 경우, 원로 성우분들이 대거 참여하셨어요. 게임 특성 상 캐릭터의 종족이 다양하고, 나이가 많은 캐릭터들도 많거든요.

 

♦ 녹음은 일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사전에 제작된 캐릭터나 원화를 보고 캐릭터 성격을 성우에게 간략하게 설명한 후 녹음을 시작합니다. 보이스 디렉터나 다른 가이드 연기자가 먼저 ‘가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녹음을 통해 대사 길이를 파악할 수 있고, 본 녹음 시 말이 너무 빨라진다든가 혹은 호흡이 엇나가는 문제 등을 방지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녹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가녹음을 하면서 연기 톤을 비롯한 캐릭터 표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블레이드&소울 컷씬 영상을 보면, 다른 사운드도 참 훌륭하지만 목소리 연기가 정말 좋아요. 이런 고민과 준비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결과물인 거죠.

 

♦ 녹음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ㅁ< 

블레이드&소울에 익산운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개구쟁이 스머프>의 가가멜(!)로 알려진 탁원재 선생님이 연기해 주셨어요. 익산운이 휘파람을 불면 좋을 것 같아서 탁원재 선생님께 여쭤 봤더니 휘파람을 진짜 샘플 음원 뺨치게 잘 부시는 거예요. 상당히 진하게, 자유자재로요. 그래서 그 휘파람 소리를 녹음해서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지난해 연말에 주술사가 나오는 영상에 깨알같이 활용했어요. 린 족 꼬마 아이가 도망가는 장면에서 휙~하고 주술을 부는데, 그게 바로 익산운의 휘파람이에요. 노련한 성우 분들과 작업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아, 이건 언젠가 잘 활용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리를 보관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 <블레이드&소울> 영혼의 부름: 주술사 공식 트레일러 완결편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10년 넘게 같이 일한 유명한 성우 분이 계시는데, 계약서에 사인 좀 부탁 드린다고 했더니 계약서 말고 주위에 있는 A4용지에 사인을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상당히 크게(웃음). 사인에 날짜까지 적고 종이를 다시 건네다가 저랑 눈이 마주친 순간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내가 왜 이러지?” 라며 얼굴이 빨개지셨어요. (일동 웃음)

 

♦ 미국에서 PC(플레이어 캐릭터) 녹음을 했다고 들었어요. 녹음 현장은 어땠나요? 

미국 성우 분들과의 작업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보통 외모를 보면 목소리를 대충 짐작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미국 성우 분들은 외모와 목소리가 전혀 매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인구도 많고, 여러 인종이 뒤섞여 있으니까 개개인의 특성도 다양하겠지만, 예상보다 충격적이더라고요. 외모는 여리여리한데 목 안에 드래곤 한 마리가 들어 있는 것 같은 사람도 있었어요. (웃음)  “어~~~” 하는 소리를 녹음하는 데, 보통 사람이 낼 수 없는 떨림이 목 안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들의 프로페셔널한 자세도 인상 깊었어요. 게임 속 캐릭터가 칼로 찌르는 장면을 녹음할 땐, 진짜 칼을 들더라고요. 개인 소품을 가지고 다니면서 실제로 찌르는 동작을 하며 녹음을 하는 거죠. 어떤 성우 분은 활을 갖고 다니면서 녹음할 때마다 실제로 활 시위를 당겨 가며 대사를 하기도 했고요.

 

♦ 칼과 활까지 동원되다니! 보이스 디렉터로서도 새로운 경험이었겠어요. 

그쵸. 굳이 미국까지 간 것도 더 다양한 성우 분들과 작업하기 위해서였어요. 캐릭터와 조금이라도 더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야만 플레이어들도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 더 몰입할 수 있잖아요. 정의로운 목소리, 비열한 목소리, 나직한 목소리, 성현의 목소리, 순수한 목소리, 섹시한 목소리, 가녀린 목소리 등 게임에 필요한 목소리를 최대한 세분화시킨 뒤에 그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미국으로 보냈죠. 그리고 거의 100명에 육박하는 성우들의 샘플과 포트폴리오를 받아서 각각의 이미지에 걸맞은 성우들을 골라 냈어요.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죠.

 

♦ 블레이드&소울은 무협 액션인데, 장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블소 PC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에너지틱한 소리를 만들 수 있을까.’였어요. 흔히 ‘프리어택(pre-attack)’이라고 하는데, 힘을 발사하기 직전에 기를 모으면서 내는 소리죠. 블소의 기합 소리를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발음은 우리말도 아니고, 중국어나 일본어도 아니에요. 행동에 따라 힘이 잘 실리는 발음을 찾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죠. 예를 들어 강한 공격 행동 시에는 스킬 동작을 보면서 파열음과 치찰음을 어느 정도로 발성하면 좋을지 정리했어요. 발음에 따라 그 목소리가 어떤 운동 에너지를 지닐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죠.

그리고 블레이드&소울에는 움직이는 NPC 가 많습니다. 움직이는 NPC 의 목소리가 가만히 서 있는 NPC와 같다면 영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기획자 분들께 NPC가 뛰는 중인지, 누워 있는 중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귀찮도록 자주 물어봤습니다. (웃음)

▲Blade & Soul OBT 공식 트레일러

 

♦ 단순히 더빙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캐릭터의 행동과 상황을 분석해서 세세하게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군요! 

그럼요. 캐릭터의 성격과 해당 캐릭터가 처한 상황마다 목소리를 다르게 연출해야 해요. 뚱뚱한 캐릭터를 예로 들어 볼게요. 흔히 뚱뚱한 사람은 목소리가 저음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뚱뚱하면 오히려 성대가 좁아져서 더 얇은 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떤 캐릭터는 <반지의 제왕> 간달프의 이미지, 또 어떤 캐릭터는 장난기 가득한 배우 잭 블랙을 연상시키는 목소리, 또 다른 캐릭터는 공격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이미지 등 기존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축하고 녹음 작업을 했습니다.

 

♦ ‘이태리 장인’만큼이나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네요.  엔씨소프트의 제작 환경은 이를 잘 뒷받침해 주었나요? 

풀 보이스를 녹음하려면 녹음실 하나로는 벅찬 게 사실이죠. 엔씨소프트는 일반 녹음실과 폴리 룸이 컨트롤 룸과 부스를 가지고 있어서 동시에 두 가지 녹음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장비와 환경이 아주 좋아졌죠. 보이스 디렉터로서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소스를 담아 낼 수 있어서 기쁘고 뿌듯합니다. 디즈니애니메이션 작업을 많이 해 본 어떤 성우 한 분은 엔씨소프트의 장비와 환경에 감탄하며 “여기서 노래 녹음 한번 하면 안 되겠냐.”라는 농담도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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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포부 한 말씀 부탁 드릴게요!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고 성격을 부각시키는 것, 그때그때의 감성을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하는 것, 엔씨의 캐릭터들이 플레이어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이에요. 게임 내 보이스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게임 캐릭터가 목소리로 계속 살아있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대사를 스킵하지 않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답니다.  😉


엔씨사운드 4편, 보이스 디렉터 인터뷰 재미있게 보셨나요?  😉

5편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자랑하는 지하 사운드실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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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사운드 전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