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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종사자들의 마음 속에 흐르는 깊은 고민…고통…그리고 슬픔…고민상담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바텐더 주영준, 만화가 김보통이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대답해 드립니다. 고민은 못 풀어도 마음은 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고마바_1

저는 연애에 관심도 있고 이런 저런 ‘여자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근데 조언 하나를 실천하면 다른 하나를 위반해서 망합니다. 얼마 전엔 여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면 좋아한다길래 실천했더니 ‘저랑 있는 게 재미가 없으신가 봐요.’ 라며 썸녀와 사이가 어색해지네요.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를 추고 싶습니다. 대체 여자를 사귀려면 어떤 조언이 진리인가요!  – 불효자식이 되려고 스타트업 준비 중인 유씨

 

하나 물어보자.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데는 어떤 조언이 진리냐. 뭐, 좋은 아이템을 준비하라, 관대한 투자자를 유치하라, 유능한 개발자를 고용하라, 목 좋은 사무실을 장만하라, 이런 게 있으려나. 근데 이런 거 있으면 스타트업에 막 저절로 날개가 달려서 당신을 스티브 잡스로 만들어주냐?

연애나 스타트업같이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한큐에 확실하게 정리해주는 조언 같은 건 없어. 만약 그런 조언을 하는 놈이 있으면 백프로 사짜니까 멀리하는 게 좋아. 너 인마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아직까지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에 귀의해서 인생 안 망친게 다행이지 싶다.

물론 심플한 조언들은 의외로 꽤 쓸모 있어. 유니클로 풀셋을 입지 말라던가, 잘 씻고 코털 정리를 매일 하라던가, 상대가 재미없어할 만한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는다던가(어제 본 야구나 축구 결과라거나), 이런 조언은 훌륭하고 쓸모 있는 조언이야.

하지만 맥락이 필요한 조언들, 이를테면 ‘이야기를 잘 듣고 맞장구 쳐주라’ 라거나 ‘연락의 텀에 적절한 리듬감을 주라’라는 조언은 그냥 싹 잊어버려. 그건 비즈니스에서 블루오션 어쩌고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개념이야. 기초적인 연애 조언은 숙지해두되, 상황적이고 맥락적인 조언은 잊어버리는 게 편해.


고민을 글로 풀어주는

주영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70종류의 다양한 술을 갖춘 신촌의 정통적인 바 bar TILT의 바 마스터/바텐더로 일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좋은 술과 좋은 지식을 구해 손님들께 좋은 술을 대접하려 노력하고, 여러 곳에 그럭저럭한 수준의 글과 번역물을 써내고 있다. 술과 예약과 저작에 대한 문의는 언제나 환영한다. twitter.com/barTILT, purplyan.egloos.com, purplyan@gmail.com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주는

김보통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데뷔작 <아만자>가 소셜 공간을 중심으로 잔잔하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첫 작품으로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거나 새 작품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