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쇠 선수 최금강

0514 전사 응원 후기(특식, 응원, 성공적)로 화려한 글 솜씨를 뽐냈던 다이노스 크리에이터, 조용학 대리가 이번엔 무게감 있는 글로 돌아왔습니다~. NC다이노스에는 주옥같은 선수들이 참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내는 든든한 선수가 있습니다.

이름하야 최.금.강! 다이노스 팬이 아니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학 대리가 말하는 최금강 선수의 굳건한 매력,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다이노스 크리에이터 헤드 로고

만약 필자의 팀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잡무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개발실은 그 프로그래머가 잡무에 매달린 만큼의 시간과 능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필자가 잡무를 처리하면? 능력이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잡무에 매달릴 시간에 팀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필자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능력 키울 생각은 안 하는 거냐…’) 다시 말해, 필자가 잡무를 맡아 처리함으로써 개발실은 같은 시간 대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팀원들 또한 이런 기여를 십분 인정하기에 잡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언제나 화려해 보이는 야구장에서도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이러한 잡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선수들이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더더욱 눈에 잘 안 띄는, 하지만 절대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 이제는 찾기 힘든 포지션, ‘마당쇠’

야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잡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으레 백업 야수들을 떠올릴 것이다. 타격이 뛰어난 주전 야수들에 비해 팬들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도 어렵고 막상 경기에 나와도 눈에 크게 띄지는 않지만 그래도 팀에 없으면 안 되는, 이를테면 2014년 다이노스의 지석훈이나 이상호 같은 선수들 말이다. 그러나 현대 야구에서 백업 야수들은 단순히 잡무를 처리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때로는 대타, 때로는 대수비, 때로는 대주자로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본인의 능력을 100퍼센트 발휘해야 하는, 팀에서 정해 준 역할을 필요한 시점에서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전문적인 선수에 더 가깝다.

야구에는 이보다 더 눈에 띄지 않는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있다. 바로 ‘마당쇠 투수’들이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지만, 마당쇠 투수는 표현은 마당쇠처럼 감독이 찾으면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는 투수를 가리킨다. 3점차 이내로 앞서고 있는 9회에 등판하는 마무리, 경기 후반 위기 상황을 막아 내기 위한 셋업맨 등과 달리 ‘마당쇠 투수’가 나서는 상황은 정해져 있지 않다.

IMG_1707최금강

다음의 경기 상황을 상상해 보자. 타선은 6회까지 넉넉하게 5점을 뽑았고, 선발 투수는 뛰어난 구위로 1점만 허용했다. 하지만 선발 투수의 투구수가 많았던 관계로 7회부터는 구원 투수가 등판해야 한다. 하지만 구원 투수 중 가장 잘 던지는 투수 두 명이 부상을 당한 탓에 믿고 내보낼 만한 구원 투수는 많지 않다. 게다가 내일 경기의 선발 투수는 오래 던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점차 이내의 접전이 펼쳐지지 않는 이상 감독은 필승조 투수들을 내보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이때 등판할 수 있는 투수는 누구일까?
위의 시나리오는 5월 9일에 있었던 NC다이노스 : 롯데 경기에서 실제 벌어진 상황이다. 당시 선발 투수였던 이태양은 6회 2사 까지 롯데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아 냈고 손정욱이 그 뒤를 이어 6회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팀 타선은 6회에 1점을 추가해  5:1을 만들었다. 이대로 경기가 이어진다면 마무리 투수에게 세이브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 다이노스는 손정욱-이민호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가동하는 대신 최금강을 7회부터 등판시켰고, 최금강은 2이닝 동안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 막았다. 

 

# NC의 대표 마당쇠

IMG_1706최금강

NC다이노스의 66번 최금강. 5월 말 이전까지 이 선수의 정확한 역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이노스 팬 중에서도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앞서고 있을 때 나왔다가, 때로는 지고 있을 때도 등판하고, 동점일 때도 나오고, 크게 앞서거나 크게 뒤지고 있을 때도 나오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등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길 가능성이 있는, 접전을 펼치고 있어 팬들이 집중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덕분에 최금강이 등판하는 경기를 본 사람은 많지만, 그의 투구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스코어

스코어별로 살펴 본 올시즌 최금강 등판 시점

 위의 차트를 보면, 개막 후 5월까지의 총 등판 횟수인 31번의 등판 중에서 2점 차 이내 등판 횟수가 겨우 13회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도 그나마 5월 둘째 주 이후에 있었던 10회의 등판 중 6회을 더한 수치이다. 3점차 이내로 범위를 넓혀 보면 20회이지만, 5월 둘째 주까지의 기록은 21회 중 11회였다. 즉 5월 둘째 주까지 최금강이 등판한 경기 중에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경기가 4점 차 이상의 경기였다는 뜻이다. 3점 차 이내의 접전인 경우에도 앞서고 있는 상황보다는 동점이나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한 경우가 더 많았다.

정리하면, 올해 5월까지 NC다이노스가 치룬 50경기 중에서 무려 60퍼센트가 넘는 31경기에 최금강이 등판했지만, 중요한 상황 보다는 덜 중요한 상황에 등판한 경기가 많았으며, 중요한 경우에도 앞서고 있을 때보다는 뒤쳐지고 있을 때 등판한 경우가 더 많다. 특히 31경기 중 3점 차로 앞선 경기와 4점 차로 뒤진 경기에 등판한 횟수를 합치면 30퍼센트에 가까운 9회인데, 이쯤 되면 웬만한 다이노스 팬이라도 최금강이 등판한 상황에서 그의 투구를 집중해서 지켜보기가 쉽지는 않다. 어쩌면 최금강이 31번이나 등판했느냐고 의아해 할 팬들도 많을 것이다.  😯

그러나 최금강이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실력이  뒤처지거나 팀에서 덜 중요한 선수인 것은 아니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최금강이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이미 눈치 챘겠지만,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나서서 떠맡으며 다른 선수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소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시 위의 차트를 보자. 야구 경기에서 4점 차이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매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경기 초반이라면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른 점수 차이다. 이때 선발을 대신해 등판한 투수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 내면서 타자들이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경기 후반이고 상대가 불펜 필승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면 (역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무실점으로 막고 역전을 노리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실점을 감수하면서도 투수들은 최대한 아낀 채로 경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시점이다. 어떤 경우이든 불펜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나오기에는 아쉬운 상황이다. 이 때 등판하는 선수가 바로 최금강 같은, ‘마당쇠’역할을 맡은 투수다.

과거에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선발 자원이 많지 않아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던 탓에 마당쇠 투수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는 적어도 팀당 4~5명의 선발을 보유하고 있고, 거기에 용병 선발도 2명이나 쓸 수 있어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점수 차가 많이 나는 경기는 마당쇠 투수가 나오기 보다는 테스트가 필요한 신인 투수들이나 부상에서 돌아온 베테랑 투수가 한두 번씩 나오는 경우가 많다.

IMG_1815최금강

그러나 최금강의 경우는 다르다. 그가 신인 투수들처럼 50경기 중 31번이나 테스트 받기 위해 올라온 것도 아니고, 부상에서 돌아와 구위를 점검하기 위해 올라오는 것도 아니다. 31번 모두 NC다이노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등판했다. 그의 역할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여기서 그 어떤 상황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지만) 팀이 믿고 내보낼 수 있는 ‘마당쇠’이다. 이는 그가 실력이 많이 뒤처지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어떤 상황에 등판해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제구력과 구위,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둑한 배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역할이 선수에게는 결코 달가울 리 없다. 선수라면 무릇 팬들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띄고 싶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을 것이다. 때문에 뒤치다꺼리에 가까운 마당쇠 역할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마당쇠 역할을 하던 투수들이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잊혀진 경우가 많았는데, 마구잡이 등판에 의한 혹사와 함께 동기 부족에 의한 의욕 상실도 이에 한몫 했다.

그러나 최금강은 31번의 등판 동안 한 번도 의욕이 저하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 등판해도 자신의 공을 묵묵히 던짐으로써 다른 투수들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코칭스태프의 투수 운용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원종현과 김진성의 이탈에도 엔씨의 불펜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임창민, 손정욱의 복귀와 더불어 31경기에서 39 2/3이닝을 던져 준 최금강의 헌신에 힘입은 바이다. 최금강의 39이닝은 선발 투수 4명(찰리, 해커, 손민한, 이태양)을 제외하면 다이노스의 그 누구보다도 많은, 심지어 팀의 간판 스타인 이재학과 이민호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5월 31일 기준)

# 기록에 남지 않는 선수

다시 5월 9일 경기로 돌아가 보자. 이날의 최종 스코어는 6:3. 승리 투수는 이태양. 패전  투수는 박세웅. 경기를 마무리 지은 투수는 임창민이다. 경기 결과를 신문 기사로 접하거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접한 팬이라면, 심지어 임창민 처럼 홈런을 맞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 최금강의 이름을 찾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최금강의 최종 기록은 2이닝 1실점. 하지만 기록지를 봤을 때조차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최금강이 2이닝을 던졌다는 사실은 금방 사라진다. 대신 1실점을 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방어율이라는 기록을 통해서 말이다. 2이닝 1실점이라면 이날 방어율은 4.50, 즉 시즌 내내 최금강이 등판해서 2이닝 1실점을 한다면 시즌 말미의 방어율은 4.50이 된다는 뜻이다. 방어율이 2점대 후반만 되어도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구원 투수의 세계에서 4.50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봐도 좋게 이야기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금강이 형편 없는 투수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IMG_1731최금강

마당쇠 역할을 하는 투수들의 성적은 눈에 띄게 좋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선발이나 필승조, 마무리 투수들보다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타자를 압도하기 힘들고, 역할의 특성상 한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다시 말해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도 많은 데다 불펜 치고 긴 이닝을 소화하는 탓에 무실점으로 막는 경우를 보기 쉽지 않다. 따라서 시즌이 끝나면 마당쇠 투수들의 기록은 잘해야 방어율 3점대 후반, 때로는 5점대 이상을 찍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마당쇠 투수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감독이 의외로 많다. 이런 감독들은 필요할 때는 마구잡이로 등판을 시키다가, 조금만 성적이 떨어지면 마당쇠 투수들을 곧장 2군으로 내려 보내곤 한다. 이러한 감독 밑에 있는 선수들은 결국 안 좋은 모습이 마지막이 되기 마련이고,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라져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마당쇠 투수들의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성적이 나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이 못 던져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 헌신한 결과다. 또한 그들의 가장 큰 역할은 본인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도 가능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다. 점수를 주지 않는 역할은 필승조가 하는 것처럼, 팀이 필요로 할 때 1~2점은 내주더라도 많은 이닝을 던져 주는 것이 마당쇠 투수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당쇠 투수들의 성적이 아닌 그들의 헌신, 그리고 그 헌신을 무시하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감독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구위가 위력적이지 않고, 중요한 시점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매번 무실점으로 막아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당쇠 투수들을 언제나 대체 가능한 선수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야구의 세계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는 투수를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특히 간판 스타의 경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쉬워 보이는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해내고 있는 최금강이 시즌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 2015년 다이노스 팬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새로운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P.S : 등판 기록 집계를 5월 31일까지만 한 것은 5월 중순 이후부터 조금씩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기 시작했던 최금강이 6월 부터 이민호의 선발 전환 + 황제 김진성의 복귀에 맞춰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도 등판하는 필승조로 올라 섰기 때문이다(‘절대’ 필자가 ‘귀찮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시즌 중에 필승조로 올라 서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마당쇠 투수가 7, 8회를 책임지는 투수가 됐다는 사실은 김종호, 김진성, 임창민 등과 같은 또 한 번의 성공 신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학_라운드

 

 

 

 

 

조용학 다이노스 팬 선언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향 세탁과 다이노스 팬 코스프레 의혹을 받는 꼴리건이자 흔하디 흔한 야구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