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이노스 팬북에 오른 녀자야

야구의 ㅇ에도 관심없던 사람이 회사에 야구단이 생긴 뒤 열혈야빠가 된다?! 너무 짜고 치는 것 같아서 재미없을 지경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야구의 룰도 모르던 평범한 회사원이, 다이노스에 월급을 쏟아부으며 풀방구리 드나들듯 마산에 다니다 ‘마산아재’들로부터 서울 출장 잘 갔다오라는 이야기까지 듣는 진성 다이노스팬으로 거듭난 사연. G리니지2커뮤니티사업팀 배미정 과장의 거짓말 같은 공놀이 입문기를 들어보세요.


 

사내팬다이어리_0

 피규어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게임회사에서의 생활은 다른 회사의 그것들과 조금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같은 칸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고, 같은 길을 따라 출근을 한다. 자리에 앉아서는 하나를 처리하는 동안에 두 개가 쌓이는 메일을 처리한다.

그러다 잠시 짬이 나 주변을 둘러본다. 누군가는 주식창을 열어보며 한탄을 하고, 누군가는 깨톡을 주고 받는다. 여기까지는 다른 회사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회사의 풍경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이 살짝 두 번째 서랍을 열어보곤 한다. 서랍 안에 든 것은 간식도 아니오, 업무 파일도 아니다. 이 안에 든 것은 나의 ‘보물’이다(이 보물창고를 들여다 본 팀원은 거의 없다). 혹여 누구에게 들킬세라 빛의 속도로 서랍을 닫지만 그 안에 든 것은 피규어도, 아이돌 굿즈도 아니다. 서랍 가득 사인볼을 넣어둔 나는, <NC 다이노스의 사내팬>이다.

서랍

 

2년… 아니 정확히는 개막전이 있었던 1년 6개월 전까지는 나는 야구의 ‘야’ 자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NC 다이노스의 완전한 그리고 열성적인 사내팬이라고. 셀프 커밍아웃이 왠지 부끄럽지만, 지금부터 그 동안의 이야기를 살짝 풀어볼까 한다.

 

9구단

 

 야…야구단! 우리도 가질거야!

그러니까 아마도 2011년 어느 날이었겠다. 팀원들을 통해 회사 소문을 한 가지 들었다.

 

 “우리 회사에서 야구단을 만든대!”

 “우리 회사에서 야구단을 만든대!”

 “우리 회사에서 야구단을 만든대!”

 

평소 주말마다 야구 중계를 틀어놓는 아버지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던 터라, 사실 야구단 창단이라는 이슈가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야구단 운영하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던데… 다른 야구단의 모기업은 다들 엄청난 대기업이 아니던가… 걱정이 앞섰다. 우리 회사에서 야구단을 만들고, 그걸 유지할 수 있을까?

모두가 다 아는 진통이 오고 간 끝에 결국 우리 회사에서는 제9구단을 창단하게 되었다. 고전하던 팀 이름은 NC 아구스가 아닌 NC 다이노스로 결정되고(얼마나 다행인지) 유명한 사람이 감독이 되었단다. 거기에 2012년에 퓨처스 리그에서 우승을 했다고 하는데, 이 모든 일들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머나먼 스포츠 나라의 이야기NC다이노스 2012 퓨처스 남부리그 우승 확정 NC다이노스 2012 퓨처스 남부리그 우승 확정’이었다.

그리고 2013년, NC 다이노스는 1군에 데뷔하게 된다. 1군 데뷔 직전까지, 우리 회사의 야구단은 아웃오브안중이었음을 고백한다.

 

 야빠를 만드는 것은 8할이 치맥

본격적으로 시즌이 시작되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야구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첫 시즌 성적을 예상하는 분도 있었고, 야구장에 갈 생각에 이미 들뜬 골수 야구팬들도 있었다. 내 주변의 열렬한 야빠들은 야구장에서 먹는 치맥이야 말로 진리라고, 멀리 갈 필요 없다며 자꾸 전도를 해왔다.

 혹시 치맥을 믿으시나요?

 

 

chicken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왜 야구장에서 치맥을 먹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난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도 몰라. 야구장은 그냥 치맥이야.”

2013 시즌이 시작하니, 마산 홈에서 치르는 첫 개막전 경기에 회사에서 단체 관람을 간다는 얘기가 나왔다. 화요일, 마산까지 당일치기 원정으로…(우리는 매주 수요일 오전에 정기점검이 있…) 경기일이 다가오면서 사내 분위기도 분주해졌다. 지역 라이벌인 ‘롯데 자이언츠’를 소개하고, ‘클리퍼’를 이용한 응원 영상을 보여주고, 야구 규칙을 안내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주었다.

 

응원 도구 사용법 안내

 이 때 총무팀에서 버스 이동과 마산에서의 식사 및 경기 관람, 도착 후 택시 귀가까지 전반적인 부분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계속 챙겨주어서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자리를 빌어 안팎에서 항상 고생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덕분에 창원/마산이 어딘지도 모르고, 야구에서 점수하는 법도 잘 몰랐던 내가 D-day를 기다리며 설레고 있었으니까.

– 야구를 모르는 사우들을 위한 동영상 시리즈

야구 규칙 설명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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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람 부는 4월의 개막전, 출정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설레고 또 두렵기도 했던 바로 그 날. 출근해서 간단히 오전 근무를 끝낸 우리는 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회사 앞으로 집결했다. 간단히 포토타임과 구호를 외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약 1,500명의 사우가 줄을 지어 탄천 주차장(당시 출발장소는 삼성동 R&D 센터였다.)으로 향했다. 당시 테헤란로를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뉴스 기사에서는 퍼레이드라 했지만 어떤 사우는 피난민 행렬 같다 하기도…^^;;

생전 처음 가보는 마산길은 장장 4시간이나 걸렸다. 정말 멀다고 투덜대면서 야구장에 들어선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모두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초록빛 잔디가 예쁘게 깔린 그라운드와 함께 우리를 맞아준 건 가슴이 탁 트이는 청량한 바람이었다. ‘치맥 먹을만 하군’ 생각하며 외야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 우리는 모두 한 마음이었다.

‘4시간이나 걸려 내려왔는데 오늘 경기는 이겼으면 좋겠다!’

경기는 드디어 시작했고, 우리에게는 비극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날씨! 4월의 칼바람이 불어오는 야구장은 한겨울과 같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 역시 저렙은 저렙인 이유가 있다. 야구장은 그냥 쌀쌀한 게 아니라 정말, 매우, 무지 추웠다. 내년 4월 홈경기를 계획중인 원정 초보팬이 있다면 참고! 덕분에 그날 사우들이 내게 몰아준 살얼음 맥주는 끝내 다 마시지 못했다. 맥주가 아까워서일까 아니면 그날의 야구장이 함께 떠올라서일까. 나는 그 해 여름이 지나도록 그 맥주들을 잊지 못했다. . . .

이날은 마산야구장 좌석이 모두 매진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응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외야석이라 경기도 잘 보이지 않았고, 어차피 야구는 모르니 경기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헌데 저쪽 1루 앞에서 진행되던 응원만큼은 눈에 쏙 들어왔다. 그 곳에서는 경기 내내 음악과 율동 그리고 치어리딩이 계속되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가사를 듣고 싶어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 였으니까.

하지만 그것에 애정을 느끼기에 그날은 너무 추웠다. 다이노스와 내 인생의 역사에 남을 첫경기는 우리팀의 0:4패배로 끝이 났다. 몸도 춥고 맘도 춥고, 마산은 너무 멀다는 것만 뼈저리게 느꼈던 하루였다. 다시 마산에 올 일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 주에 우리팀은 롯데와 삼성에게 모두 스윕패를 기록했다.

 

 우리, 잠실 원정 함 가 볼까?

개막전 후 얼마가 지나 잠실에서 LG와의 3연전이 있었다. 사우들과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잠실은 가까우니 한번 가보자”며 의기투합했다. 또 지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마산에서 봤던 초록색 그라운드가 묘하게 아른거렸다. 그날 경기는 5:7 패배. 두 번의 직관경기를 모두 패했지만 이날의 날씨는 마냥 춥지 않았고, 우리팀도 마냥 무기력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야구에서 두 점은 한 끝 차이라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들었다.

다음날, 한 마음이 된 우리는 다시 야구장을 찾다. 그리고 그날 경기가 바로 영광의 4.11 LG전이었다.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던 NC다이노스의 역사적인 첫 승! 우리는 그 영광을 현장에서 직접 보았던 것이다!! 딸기야 사랑한다!!

우리는 예쁜 공룡망토를 나란히 걸친 채 경기 내내 열심히 응원했고, 환호했으며, 승리를 확인하고는 격한 기쁨에 방방 뛰었다. 물론! 중계 카메라에 한번도 아닌 여러 번이나 잡혔다는 사실을, 그 모습을 다른 사우들이 봤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는 승리의 기쁨에 취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오늘 경기는 프로야구의 아홉 번째 심장이 이제 뛰기 시작하는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첫 승이 될 것 같습니다. – 야구 캐스터 한명제

난생처음 응원팀의 직관 승리를 맛본 그 날,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늦게까지 기사를 찾아보며 그 희열을 곱씹었고, 각종 팬 카페에 가입해 직관 후기도 공유했다. 직관하지 못한 팬들 특히 마산 홈 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는 사실ㅋ

첫 승리 이후, 우리팀은 끝내기, 역전승, 대패와 연패를 지나 첫 스윕까지 달성하며 무사히 1군 무대에 안착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나는 언제나 우리 팀과 함께였다. 야구의 야도 모르던 나는 그렇게 NC다이노스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나 도전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