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여기서 스타트업이에요”

그동안 우주정복 블로그에서는 ‘엔씨 피플’을 통해 다양한 엔씨인을 소개해 왔습니다. 야구가 너무 좋아 엔씨에 입사한 변호사, 웬만한 작가보다도 책을 많이 읽는 게임 프로그래머, 학창 시절 게임 때문에 엄마 속 좀 썩였으나 결국  엔씨에 입사한 게임하는 여자 사람 이야기까지…

블로그 팬들의 열띤 응원에 힘입어, 이번에는 엔씨소프트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최근 근황이 가장 궁금했을 인물인데요, 엔씨소프트 최고 전략 책임자(CSO)이자 엔씨웨스트(엔씨소프트 북미/유럽 법인)를 이끌고 있는 윤송이 CEO입니다.

국내에서 한동안 소식을 듣기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북미 유럽 게임 사업을 위해 종횡무진 중이셨네요. 미국 실리콘밸리의 산 마테오 스튜디오에서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는 윤송이 엔씨웨스트 CEO를 만났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실까요~?   😉


윤송이 CEO로부터 어렵사리  ‘인터뷰 OK’를 받아낸 후 어려운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설렘도 잠깐. 단독 인터뷰라는 사실은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사무실에서 마주한 윤 CEO는 웃음이 많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장거리 비행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윤 CEO와 글로벌 여성 리더로서의 비전과, 워킹맘 생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모바일 게임 중심지로 뜨고 있는 산 마테오의 게임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들어가며, 엔씨웨스트 이야기

 

그동안 사내외에서 많은 인터뷰 요청들이 있었을 텐데요? 
엔씨웨스트(NCW) 일을 맡은 지 올해로 4년 째인데, 미국에서 주로 지내다 보니 지인들마저도 요즘 어떻게 지내냐며, “살아는 있냐, 출근 안 한다는 뜬 소문이 있다.” 등의 질문을 하더라고요(웃음). 그동안 인터뷰를 꼭 해야 할 계기가 없었고 웨스트 일로 많이 바빴어요. 제가 컨설팅으로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는데, 컨설팅에서는 비밀 유지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처음부터 그렇게 훈련을 받아서 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일을 한다.’라고 말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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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웨스트(NCW)로  합류하셨을 때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사실 처음 와서 2년 간은 구조 조정 업무를 했어요. 미국에서 특히 캘리포니아 주에서 구조 조정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매주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죠. 안에서는 하루 하루가 전쟁인데 외부에 그런 일들을 노출할 순 없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좋은 인재를 영입해야 했으니… 회사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안팎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당시 엔씨웨스트(NCW) 상황이 어땠죠?
누적 적자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어요. CEO로 부임하기 전에 한국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봤는데, 적자가 계속 쌓이다 보니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죠. 다양한 방식의 리더십을 여러 번 시도하기도 했는데, 한국과 미국과의 거리 때문에 모두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게 쉽지 않았어요.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엔씨웨스트가 10년 이상 쌓아 온 것에 악영향을 주겠다 싶어서 결국 직접 와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어요. 조직 정비도 해야 하고, 핵심 인력도 관리해야 하는데 원격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엔씨웨스트(NCW)의 실적은 2009년~2011년까지 3년간 누적 적자가 700억 원 가까이 이르렀다. 2012년 8월, 윤송이 사장은 엔씨웨스트 CEO로 부임했다. 이후 사업 구조 조정에 따른 효율화, 길드워2의 런칭 등에 힘입어 엔씨웨스트는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금은 웨스턴 시장을 공략할 모바일 게임 준비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럼 지금은 어떤 일을 준비 중인가요?
미국과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산 마테오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치가 높은 엔지니어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에요. 샌프란시스코나 팔로 알토에 비해 저렴하기도 하고, 지리적으로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현재 모바일 게임 개발팀의 규모는 어떤가요?
모바일 IP 하나를 만드는 데 30~40명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한 개 팀이 준비된 상태에서 열심히 개발 중이고요. 하나의 지역에 3개의 개발 팀을 두는 게 서로 시너지도 나고 적당해서 계속해서 우수한 인재를 뽑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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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 넘치는 산 마테오 스튜디오! +ㅂ+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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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니고, 오른쪽 사무실 일부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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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테오 스튜디오 내부 모습, 아담한 모습이 본사와 대조적 ^ㅁ^; 

 #사회 생활 이야기

대한민국 사회는 여성이 공부를 잘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높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사회는 여성이 무엇이든 잘하면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 그 관심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한다.

 

주변에서 공부를 계속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나요?
제가 2000년에 학위를 받았는데, 그 당시 인터넷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어요.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보다 회사에 가는 게 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죠. 그런데 제가 공부한 분야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크든 작든 팀 단위의 작업이 필요했어요. 학교에선 팀워크나 매니지먼트를 따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이나 어떻게 하면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을 지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학교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에 갔다가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맥킨지에) 지원하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들어간 첫 회사는 어땠나요?
글쎄요,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많이 배웠어요. 글로벌 컨설턴트들은 이해하겠지만 일주일에 평균 80시간에서 많게는 100시간까지 일했거든요. 당시 서울 오피스에서 같이 일했던 분 중에 도미니크 바튼(Dominic Barton) 씨가 있는데, 현재 맥킨지앤컴퍼니 회장이세요.  첫 직장에서 아주 훌륭한 분을 만나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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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00시간이요!?
네. 아무래도 맥킨지가 글로벌 회사다 보니 컨퍼런스 콜(*전화로 하는 회의)이 많았어요. 한국 시각 기준이 아니니까, 유럽과의 컨퍼런스 콜은 밤 10시에 시작하는 게 기본이었죠.

김엔씨스티커_하하..

야근을 너무 많이 하신 거 아닌가요?
오래 일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더 컸어요.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사회생활을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제가 뭘 배우는 걸  좀 좋아해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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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많이 일하는 것도 괜찮았지만 사회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컨설팅 회사와 대기업 임원 생활은 옳은 일을 실천하는 리더의 역할과, 균형 잡힌 커뮤니케이션의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컨설턴트로 여러 분야에서 일할 때 여성에 대한 대우는 어땠나요?
컨설턴트는 원칙상 클라이언트에 관한 내용을 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말씀 못 드리지만, 여성 컨설턴트에 대한 편견을 가진 클라이언트들이 더러 있었어요. 그런 경우 맥킨지는 컨설턴트를 신뢰하고 단호하게 대응했어요.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회사의 그런 결정은 쉬운 게 아니었을 텐데…그걸 통해서 어떤 게 옳고, 옳다고 믿는 걸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여성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대기업 최연소 여성 임원 시절은 어땠나요?
저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내외한다고 해야 하나요?(웃음) 여자 임원 방에 어떻게 들어가냐며 제 사무실에 못 들어 오시는 분들도 계셨으니까요. 일반 사원들과 같은 나이에 임원들과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양쪽의 입장을 두루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임원 입장에서 보면 회사의 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온 건지 알 수 있고, 일반 사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어떤 오해가 발생하는 지 이해할 수 있었죠.  커뮤니케이션에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시기였어요.

 

#엔씨소프트 입사 이야기

대기업 여성 임원 자리를 뒤로 하고 새롭게 합류한 곳은 게임 회사. 여성들의 사회 활동에 대한 고충과,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오랜 고민을 풀어 내기 위해 입사 후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는 사내 어린이집을 만드는 일이었다. 육아의 어려움으로 사회 생활을 중단하고 좋은 인재들을 놓쳐야 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나 기업의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라는 생각에 실천한 일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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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에 오셔서 가장 처음 한 일이 어린이집을 만드신 건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육아에 관해선 엄마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잖아요.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잘해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이가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동감하실 거예요. 제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도 육아에 몰입하다 보면 업무에 지장이 올 수 있어요. 더구나 워킹맘의 입장을 조직에서 이해해 주지 못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죠. 회사 입장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육아 때문에 놓치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어요. 그런 면에서 우수한 인력 확보를 위해 어린이집은 반드시 필요했죠. 이왕 만드는 거,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내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 발달과 창의력에도 도움이 되는 환경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했으면 했어요.

 

윤 CEO의 이런 철학은 엔씨소프트 서울 삼성동 사옥 시절부터 사내 어린이집으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몇 년 간 쌓인 경험과 지식 축적을 통해 마침내 판교 사옥에 사내에서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  ‘웃는땅콩’이 등장했다.  ‘웃는땅콩’은 판교에 근무하는 IT인들의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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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땅콩은 판교 사옥 1층에 위치해 있어서, 평소 로비에서 뛰어다니는 귀여운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직원 입장에서도 큰 즐거움입니다(웃음)
일본과 덴마크 등에 있는 유명 어린이집을 살펴보니 , 아이들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환경은 교실에서 바로 마당으로 이어지는, 출입이 자유로운 구조더라고요. 그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바깥 공기도 충분히 쐴 수 있고, 외부에 나갔다가 스스로 교실에 돌아올 수 있어서 자율성도 기를 수 있어요. 그러려면 위치는 사옥 1층이어야 했어요. 뒷 정원과 바로 연결되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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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처럼 편안한 아이들의 천국 #1, 웃는땅콩] 기사 보기 

[집처럼 편안한 아이들의 천국 #2, 웃는땅콩]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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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을 그만두신 뒤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엔씨에 오기 전에는 제가 게임 회사에서 일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실제로 다른 제안들이 있기도 했구요. 그런데 과거를 돌아 보니 제가 계속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더라고요(웃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대학교 1학년 때 그림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동아리 방이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동아리 방을 얻긴 했는데 자물쇠 살 돈이 없는 거예요. 그때 어떤 회사에서 캐릭터 원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원화를 그려 주고 그 대가로 자물쇠를 받았는데, 그 회사가 알고 보니 게임 회사였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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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첫 아르바이트를 게임 회사에서 하신 거네요?
네. 나중에 돌이켜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또 제가 공부한 AI(인공지능)와 뇌 과학은 게임 UI로 직결되는 분야예요. 인공지능 캐릭터가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이게 바로 NPC 캐릭터인 셈이지요. 인공지능을 가진 카메라도 연구한 적이 있는데, 온라인 게임에서 카메라 컨트롤을 하잖아요?(웃음)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논문도 썼고…제가 배우고 익힌 기술과 학문이 다 게임과 연관된 거였어요. 매니지먼트와 경영에 대한 경력도 그렇고 그런 시간들이 다 수렴돼서 결국 엔씨에 오게 된 것 같아요. 참 신기했어요. 운명인가 싶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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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개발자들과 일해 보신 소감은 어떠세요?
개발자는 한계에 도전하는 직업이잖아요. 기술이 계속 발전하니까요. 엔씨엔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분들이 많고, 그 분들이 새로운 걸 계속 배우고 익히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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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이야기

엔씨소프트 게임의 미래엔 AI가 있고, 그 AI R&D에는 윤송이 엔씨웨스트 CEO가 있다. 지난 이야기지만 SK텔레콤 시절 1mm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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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에 와서 AI Lab을 만드셨는데요, 어떤 미래를 보신 건가요?
AI는 알고리즘적인 기술로, 소프트웨어의 미래이자 게임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AI의 역할은 다름 아닌 ‘문제 해결’이거든요. 소프트웨어가 더 똑똑해지고, 더 나아가 사람을 이해하려면 AI는 반드시 필요하죠.

 

♦ SK텔레콤 시절 선보인 ‘1mm’가 너무 앞서 간 서비스였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피처폰에서 요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S를 구현하고자 했으니 잘 안 돌아갔죠. 안타깝게 생각해요. 당시 휴대 전화 용량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좋은 기술 기반을 가지고도 결과적으로 협력이 잘 안 됐어요. 여러 기능을 막아 놓은 단말기 위에 많은 레이어(layer)를 올리다 보니 한계가 많았던 거죠. 당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이었는데, 지난 10년 여 간 IT 발전의 크고 작은 변곡점에서 우리 나라가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놓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엔씨 AI LAB 탄생 비화] 기사 바로 보기 

♦ AI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거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는데요
글쎄요. AI가 인류를 위협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탐욕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무인 자동차를 예로 들면, 자동차의 출발과 주행보다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게 먼저거든요. 한걸음 앞서 가는 것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게 중요한데, 그런걸 보면 AI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욕심이 지나친 게 문제가 되는 거죠. 보안도 중요 이슈 중 하나인데, 모든 계정의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사용하면 큰 문제가 되기도 하잖아요. 결국은 AI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Her>의 여주인공 ‘사만다’ 같은 OS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OS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은 이미 다 준비돼 있다고 봐요. 중요한 건 OS가 출시됐을 때 사람들이 그것을 얼마나 원하고 실제로 사용할 지가 관건인 거 같아요. 또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지, 효율성도 잘 따져 봐야 하고요. 이런 점들만 고려된다면 사만다 같은 OS는 언제라도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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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의 한 장면

♦ AI에 대한 세계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도 AI 관련 벤쳐 회사들이 각광을 받고 있어요. 큰 회사들도 앞다투어 AI 쪽에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 우리가 가장 잘 하는 영역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우리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것은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의 슬로건이다. 재단 이사장을 겸임중인 윤 CEO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게임이 문화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은 엔씨소프트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엔씨 문화재단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요?
한국의 대기업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우리만 할 수 있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려고 해요. 목표가 두 가지인데 “문화로서의 게임을 널리 알리는 것”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에요. 전자는 게임을 학문적으로 적립 하기 위해 ‘게임 사전’을 만드는 것이고요, 후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적 장애인들을 위해서 AAC(* 말하기, 쓰기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공익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서 무료로 보급하는 것과 이번 7월에 있는 스페셜 올림픽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후원하는 것이에요.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국가 대표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끔 선수들의 개개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서 영상과 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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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헬퍼’라는 프로그램도 재단 활동 중에 있던데,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영화 및 애니메이션에서 추출한 총 11만 6천 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자가 구상하는 내용을 구체화시켜 주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에요. 가입자가 2만명이 넘었고요, 이 숫자는 국내 전문 작가와 작가 지망생의 숫자를 뛰어넘는 거예요. 엔씨가 소프트웨어와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회사라 지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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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맘의 생활

인터뷰를 진행할 수록 도대체 이 많은 일들을 다 언제 하는 건지 의문이 커져 갔다. 노하우와 능력을 넘어서는 비결의 배후엔(?) 일을 하는 엄마에게 맞춰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효자들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일찍 재웠더니 이젠 스스로 알람 맞춰 일어난다는 아이들이 그저 기특하게만 느껴졌다. 허나 걱정 없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인터뷰 중 아이들 이야기엔 사소한 걱정을 털어놓기도 하는 모습이 여느 엄마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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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일들을……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아침 6시에 애들이랑 일어나서 다 같이 아침 먹고, 7시 30분 까지 학교 데려다 주고 8시 전에 출근해요. 종일 미팅하고 업무 보다가, 미국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이면 한국 시각은 오전 8시 30분이거든요. 그 시간이 한국 임원 분들 티미팅하는 시간이에요. 그때 저도 컨퍼런스 콜로 참석을 해요. 그리고 저녁 6시 30분 정도에 퇴근해 집에 가서 애들 저녁 먹이고 8시 이전에는 재워요. 그 이후에 다시 이메일로 한국 업무를 보고, 12시쯤 자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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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8시도 되기 전에 자려고 하나요? 
보통 저녁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재워요.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11시간 재우라고 하잖아요(웃음). 사실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시간이라 암막 커튼으로 가리고 재우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숙제도 학교에서 다 하고 오라고 해요. 집에선 뭐 안 하게 하라고요(웃음).

 

그래도 워킹맘 생활이 힘들진 않나요?
많이 힘들죠. 가끔 부모님이 오셔서 도와주시기도 하시고, 출장이 잡히면 부모님께서 맞춰서 와 주시기도 해요. 부모님이 안 계실 땐 저녁 일정을 피해서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요. 여성이 육아를 병행하며 사회생활을 계속 하려면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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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제일 힘드신가요?
글쎄요, 그냥 다 힘들어요(웃음). 제가 자라면서 뭘 못한다는 소리를 별로 안 들었는데, 아이들에겐 여러모로 부족한 엄마인 것 같아요. 교복을 입는 날인데 깜빡해서 못 챙기거나,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는 등의 일들로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좀 괴롭죠. 일하는 엄마의 아이라는 게 티가 날 때,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어요. 아이들이 엄마는 왜 학교 행사 안 오냐고 할 때도 많이 미안하고요.  근데 오전 11시에 하는 행사는 정말 가기 힘들어요. ^^;

 

현재 생활에선 아빠의 도움이 부족한 건 아닌가요?
아빠를 가끔 만나면 아주 집중적으로 과격하게 놀아줘요(웃음). 남자애들이라서 제가 몸으로 놀아 주는 게 쉽지 않잖아요. 엄마 아빠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 미국 아침 시간에 맞춰 일어나 아이들하고 영상으로 통화하고 그 이후엔 업무도 보고 공부도 하고 아침에 출근하고 있어요.  그런 점은 고맙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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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생활.. 고군분투 하고 계시군요
미국에서의 엔씨소프트는 스타트 업에 가까워요. 근처 스타벅스에서 회의도 많이 해요.(웃음) 한번은 외근 나가는데 운전 중에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거에요. 근처 주유소에 가서 바람을 넣으려고 하는데 처음 해보는 거니 ….. 너무 많이 넣어서 균형이 안 맞는 거예요. 다시 바람을 빼야 하는데 빼는 방법은 몰라서 처음엔 발로 차 보기도 하고……결국 ‘타이어 바람 빼는 법’을 검색해서 성공했어요. 그때 느낀 뿌듯함이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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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로 알려져 있으신데, 지금도 책 많이 읽으세요? 
아이들 재운 뒤에 읽어요. 아이들이 일찍 자니까요(웃음). 둘째는 잠들 때 옆에 있어 줘야 하는 데 그럴 땐 킨들(Kindle)로 보면 좋더라고요. 아이들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 되도록 스스로 읽어 보라고 하는 편이에요. 한 줄씩 읽는 걸로 타협을 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요리 책을 많이 보는데, 슬로우 쿠커를 이용해서 밤에 하면 아침에 완성돼 있는 요리에 대한 레시피를 나라에 상관 없이 모아서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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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에는 아이들과 어떻게 보내시나요? 
아이들에게 스스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편이에요. 벽에 그림을 그려도 그리게 놔 두고요. 나중에 지우면 되니까요. 자기 주도형 놀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가 많이 놀아 주지 못하는 것도 있어서……(웃음) 아이들도 “엄마, 가서 일해.” 하곤 자기들끼리 집을 갤러리처럼 만들면서 놀아요. 제가 아이들 놀이에 개입하는 것보다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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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뭘 좋아하나요?
만화를 좋아해요. 너무 만화만 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웃음). <마법천자문>이나 <why>시리즈 처럼 만화로 되어 있거나 웃긴 책들을 좋아해요. 특히 큰 아이는 <마법천자문>과 동물을 좋아하는데 하루는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과 곤충을 뜻하는 한자를 옥편에서 찾아서 종이에 적더니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더라고요. 예를 들면 ‘달팽이 와’, ‘호랑이 호’ 같은걸요(웃음). 아이들은 정말 빨리 크는 것 같아요.

 

♦ 엄마가 된 후 일과 육아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메모를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업무와 관련된 기록도 있지만, 애들 준비물도 챙겨야 하니까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 메모를 더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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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 잘하는 사람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어느 대령이 주인공인 앨런 튜링에게 23살에 복잡한 논문을 쓰고 24살에 캠브리지 대학교수가 되었는데 수학천재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앨런 튜딩은 뉴턴은 22살에 이항정리를 발견했고 아인슈타인은 26살에 4편의 논문을 써서 세상을 바꿨다며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공부를 아주 잘 하셨잖아요(웃음). 최근까지도 학창시절 공부 잘하셨던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천재’,’수석 졸업’ 이라는 단어에 항상 연관이 있으시더라고요
저 수석 졸업 아니에요, 잘못 알려진 거에요(웃음). 이번 기회에 좀 바로 잡아 주세요. 그리고 ‘천재’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 이제 없는데…(웃음) 천재도 아니고요. 사실 공부를 아주 좋아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듣고 싶은 게 있거나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빨리 배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공부를 아주 좋아한 게 아니라면, 학창 시절에 다른 꿈도 있었나요?
원래는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때 서울시에서 개최한 과학 전람회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어떤 장학사 분께서 과학고등학교를 만든다고 하시면서 거길 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그럼 나도 과학고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엔 선생님들도 과학고의 존재를 잘 모르셨어요. 과학고 가겠다고 하니까 담임 선생님께서 미술 전공하고 싶어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어요.

 

 

김엔씨스티커_고백

 

아이들이 공부 하길 바라진 않으세요?
아니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최근 근황

다시 시작하는 활발한 외부 행보, 아이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 MIT 뇌과학 학과의 자문역을 맡으셨다는데 어떤 일인거죠?
MIT 에는 회사로 비유하자면  ‘BOD(Board OF Director)’ 같은 학장이나 학과장님들께 자문을 드리는 ‘Visiting Committee’ 라는 기구가 있어요. 저는 제가 전공한 MIT의 Brain and Cognitive Sciences의 Visiting Committee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구요. MIT의 여러 정책들이 학생들이 더 만족스러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유지되고 있는지,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고 있는지, 집중 연구 분야가 학교가 세운 목표와 맞는지 등을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죠.

♦ 근래 외부 활동을 많이 늘리셨네요
이제 아이들이 많이 커서요(웃음).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정부 자문으로 초청을 받았어요. 캐나다와 아시아 사이의 더 많은 비지니스 교류와 협력을 위한 자문 역할이에요.

김엔씨스티커_YES!

 

#소소한 이야기

♦ 요즘 사용해 본 앱 중 추천 하실만한것은?
최근에 써 본 것 중엔 ‘우버’가 참 만족스러웠어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미팅을 할 땐 주차가 어려워서 이용하고 있고요. 또 음식 관련 앱으로 ‘Munchery’나 ‘Blue apron’이 워킹맘에겐 좋더라고요(웃음).

♦ 모바일 게임 하시는거 있으세요?
착시 현상을 이용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라는 퍼즐 게임이요. 한창 재미있게 했는데. 다 깨 버려서 아쉬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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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게임 화면

♦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책은?
<Collective Genius>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조직을 창의적으로 매니지먼트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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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ve Genius : The Art and Practive of Leading Innovation』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요?
가감 없이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돌려서 말하는 것보다는 생각하는 걸 말하고, 또 말하는 걸 쓰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사무실에 있는 빈자리 보셨죠? 다 채워야죠. 어느 회사나 그렇지만 엔씨웨스트도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충분한 경험이 있고, 조직에 합류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분들이요. 그리고 그 사람을 통해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인성이 훌륭한 분들을 모시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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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이 엔씨웨스트 CEO의 사무실은 현관문 가장 가까이 있었고, 아주 작고 아담했다. 직원들과는 오가는 길에 서서 미팅을 종종 진행했으며, 컨퍼런스 콜은 시간에 맞춰 울려댔다.평범한 질문엔 비범한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고, 못나가겠다 싶은 답변에 대해선 재차 삼차 확인을 해도 뱅글 뱅글 웃는 얼굴로 부정하지 않는 고집을 보여주기도 했다.

워킹맘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육아와 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 미국 생활 이야기엔 마음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로 이해가 안 되는 면도 있었다. 누구라도 그런 위치에 있다 보면 좀 더 편하게 살고자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그러했다. 그러나 인생 전반전의 모든 복선이 게임회사로 수렴되는 운명이라며 비전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선 그가 이끌고 있는 엔씨웨스트(NCW)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느껴졌다.

엔씨웨스트(NCW)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다음 리더 편으로 엔씨웨스트의 모바일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제시 테일러의 비젼도 기대해 주세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