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미래까지, 전쟁 게임 열전

게임은 현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게임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게임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때문에 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니까요~.

밀리터리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수많은 군사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군사 전문가들이 전쟁 게임 개발자들에게 미래의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죠.

<게임과 밀리터리> 대망의 첫 회에서는 고대부터 미래까지의 전쟁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 중 걸작만을 골라서 소개합니다. 바쁜 현대 사회에 망작 플레이하느라 시간 허비할 순 없자나요 그렇자나요? ( ͡° ͜ʖ ͡°)


 

# 띵똥! 국방 전문가 님이 게임 전문가 님을 초대했습니다 

국방 전문가가 게임 전문가를 찾는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미국 국방부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어느날, 게임 덕후 아들이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를 하는 모습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별안간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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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찾았어! 

왜냐,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는 1970~80년대와 2025년의 두 시간대에서 진행되는데, 특히 2025년에 펼쳐지는 미래의 전쟁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전직 관료는 게임의 감독이자 스토리 작가인 데이브 앤서니를 워싱턴DC로 친히 모신 뒤 이렇게 물었습니다.  “미래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요?”

물론 작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게임의 모든 것을 구상한 것은 아니죠.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가 그리는 현실적인 미래전 풍경에는 국내에 소개된 번역서도 있는 저명한  안보학자 피터 W. 싱어의 공헌이 컸습니다.

이렇듯 게임 제작자들은 우리가 즐기는 게임을 현실처럼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옛날옛날한옛날의 전쟁부터, 아직 접하지 못한(그리고 접하지 않았으면 하는…) 미래의 전쟁까지 다양한 차원의 전쟁을 접해 볼 수 있는 것이죠!

 

# 차 떼고 포 떼고 즐기는 중세/근대전

고대부터 중세, 근대를  다루는 게임은 현대/미래전을 다루는 게임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은 편입니다. 고증을 위한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전쟁 기술이 없기 때문이죠.

단 한 방으로 전황을 뒤엎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도 없고, 전차와 폭격기를 사용하여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전격전도 불가능하죠. 옛날로 거슬러 갈수록 쓸 수 있는 무기는 줄어드니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콜 오브 듀티: 석기 시대> 같은 게임이 나온다면 돈 주고 사서 하고 싶을까요? 코미디 소재로는 괜찮을 거 같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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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은 아마도 이런 st. 

그래도 <토탈 워>처럼 중세전을  다루는 게임 시리즈가 있습니다. 2000년에 첫 작품이 나왔으니 1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요. <토탈 워> 시리즈는 폭격기나 잠수함 없이 중세 시대 전쟁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극을 보면 우리 사극에 비해 좀 떨어진다 싶으면서도 전투 장면에서만큼은 입이 떡 벌어지곤 하는데요,  풍부한 인적 자원을 아낌 없이 활용한, 엑스트라 물량 공세 때문이죠. 제 아무리 삼단고음 꿀성대라도 떼창의 감동을 이길 수는 없듯이, 싸움도 역시 떼싸움이 최고입니다. ^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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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자원 활용의 예 

<토탈 워>의 매력은 바로 이 대규모 전투에서 나옵니다. 총기가 도입되기 전, 전쟁은 밀집 대형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게임에서도 전투는 일반적인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들에 비해 대규모로 이루어집니다.

수 만명의 병력들이 충돌하는 전장에서 직접 전투를 지휘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토탈 워> 시리즈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죠. 1천 명의 스파르타 창병으로 2만 보병을 상대하는 동영상이나, 1만 vs. 4만, 총 5만 명의 병력이 부딪히는 전투 동영상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륙의 해수욕장을 방불케 하는 <토탈 워> 전투 동영상

<토탈워> 시리즈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린 것은 2004년에 나온 <로마: 토탈 워>와 2011년에 나온 <토탈 워: 쇼군2>입니다. 서양에서 동양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나올 때마다 늘 지적당하는 것 중 하나인데, 고증 면에서는 아무래도 헛점이 많죠.

기갑 부대와 공군력이 등장하기 전의 근대전도 게임으로 접근하기엔 매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근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 중에 걸작이 하나 있죠. 바로 <시드 마이어의 게티스버그!>입니다.

니 맘대로 시작해도 끝내는 건 니 맘이 아니라는 <문명> 시리즈(*3년 전, 한 게이머가 <문명 2>를 10년 간 플레이한 결과를 게시판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죠)로 유명한 시드 마이어 대인이 <문명 2>를 내놓고 한참 탄력받고 있던 1997년에 발표한 <게티스버그!>는 미국 남북전쟁이 배경인 실시간 전략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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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향기가 느껴지는 게임 화면

게임 조작이 매우 단순해서 누구든지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반면, 게임 내에서 풍부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미덕이죠. 역시 괜히 시드 마이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 전쟁 게임의 사골, 2차 세계 대전 

현대전, 그 중에서도 2차 세계 대전은 전쟁 게임의 영원한 사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고 우리고 또 우려도 끝이 없거든요. 이제 반세기 정도가 지난 가까운 과거이자 영화 등 연관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다수의 전쟁 게임이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게임 하면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설트>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서두에서 소개한 <콜 오브 듀티>의 전신이기도 한 이 게임 제작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참여해서 화제가 됐죠.

스필버그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게임의 노르망디 전투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부 장면과 매우 비슷합니다. 2002년 당시 정말 영화 속으로 들어간 것만 같아 감동하면서 플레이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흠… 하지만 세월은 속일 수 없군요

빗발치는 총알과 귀를 찢는 폭발음만이 전쟁의 전부는 아닙니다. 정보(첩보) 또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죠. 하지만 첩보를 다루는 게임은 별로 없습니다. 정보 업무라는 게 실제로는 영화와는 달리 그리 화려하지 않거든요. (*정보 장교들은 스스로를 PPT장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까마득한 1996년에 발표된 게임 <스파이크래프트>는 보기 드문 ‘본격’ 정보 요원 게임입니다. 왜 ‘본격’ 이냐 하면 정말 정보 업무에 중점을 둔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거든요. (영화를 비롯하여) 많은 경우에는 액션 아홉에  정보 하나 정도의 배합을 보여 주죠.

이 게임은 전 CIA 국장 윌리엄 콜비와 미국으로 망명한 소련의 KGB 장군 올렉 칼루긴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CIA나 KGB에 몸 담아보지못해서 얼마나 정확한 지는 확인 불가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 보면 단순하기는 해도 실제 정보 업무를 상당히 그럴싸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크기변환_1통화 내역을 하나하나 듣고 간첩을 색출합니다

“웜머..원래 정보요원은 이렇게 지루하게 일하나요… 국♥원은 참 쉽게 하던데…”

신참 CIA 요원이 주인공인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전화 감청/분석이나 탄도 시뮬레이션 작업, 이미지 판독 등의 다채로운 정보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때문에 이 게임은 여러 가지 미니 게임을 한 데 모아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크기변환_2총을 쏘긴 쏘는데 지금 보면 그냥 안습 액션

<스파이크래프트>는 옛날 게임인 만큼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게임 중 정보 업무를 (그나마) 가장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봐도 괜찮을 게임이죠. 20년 전에 나온 게임이지만 GOG.com에서 여전히 절찬리(?)에 판매 중입니다. (*놀랍게도 완전 한글화(!)가 되어 국내에 출시된 적도 있습니다.)

 

# 상상의 나래를 ‘약간’ 펼치는 미래전

앞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가 그리는 미래전이 매우 현실적이어서 심지어 학계에서도 주목 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드론과 사이버 공격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2025년입죠. 현실적인 미래전에 대한 이야기는 했으니 상상의 나래를 좀 펼쳐 보자구요.

사본 -도키메키현실에서 불가능하니 게임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미래전 게임하면 가장 먼저 <크라이시스>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유는 ‘나노 수트’ 때문입니다. 갑옷 모드에서는 총알도 튕겨 내고,  스트렝스 모드에서는 힘이 엄청나게 세지고, 스피드 모드에서는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클로킹 모드에서는 투명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크기변환_3우리 국방부에도 도입이 시급합니다

참 신통방통한 전투복이죠? 그 원리야 잘 모르겠지만 뭐 나노 테크놀로지라고 하니까 아마 그렇게 되는 거겠죠. 우리가 뭐 언제는 플라즈마 원리를 알아서 형광등 켜고 그랬나요.  ( ͡° ͜ʖ ͡°)

신체의 보조 수단으로 기능하는 외골격 수트는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굴지의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에서 만들었으며 미군에서 테스트까지 마친 HULC는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것도 거뜬히 지고 다닐 수 있게 해줍니다. 나노수트처럼 멋드러지진 않지만 저 같은 아저씨 몸매들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죠.

기왕 하는 김에 스케일을 좀 더 키워보는 건 어떨까요? <퍼시픽 림>의 예거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말이죠. 작년에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선보인 <타이탄폴>의 타이탄이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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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처음 개발에 착수했을 때에는 타이탄이 나노수트와 비슷한 사람 크기의 외골격 수트습니다. 그랬다가 결국 지금의 게임에서 보는 것과 같은 2층 높이의 대형 로봇이 되었죠.

파일럿이 조종하는 대형 로봇 게임의 시조는 아마 <멕워리어> 시리즈일 겁니다. 1989년 처음 발표된 이후 대여섯 개의 시리즈가 꾸준히 나왔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1995년에 발표한 <멕워리어 2>입니다.

42025년? 풉…우린 대차게 31세기로 간다! 

물론 그래픽 수준은 1995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지금 보아도 화면의 움직임 등에서 로봇(멕)의 육중함을 느낄 수 있죠. 저작권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신작이 나오지 않다가 재작년에 멀티플레이 전용 <멕워리어 온라인>이 나왔습니다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 마무으리

밀리터리 게임의 대다수가 2차 대전을 위시한 현대전에 편중돼 있다 보니 훌륭한 미래전/중세전 게임을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미래전은 아무래도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기 쉬우니 그렇다고 해도 중세나 근대 전쟁에 대해서는 분명 <토탈 워>처럼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텐데…게이머 입장에선 아쉬울 때가 많죠,

현대전의 경우 <콜 오브 듀티>류의 FPS나 전략 시뮬레이션을 벗어나 참신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선 많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어도 <스파이크래프트>를 소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죠.

(관점은 많이 다르지만) 지난 해 말에 선보인 전쟁 상황에서의 민간인 생존을 다룬 어드벤처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 같은 게임의 등장은 매우 참신하여 고무적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참신한 게임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스 워 오브 마인> 트레일러 한번 보면서 마무리 할까요?

디스 워 오브 마인 트레일러 


김수빈김수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GW 베이직으로는 안되길래 책을 보니 C를 배워야 한대서 엄마한테 학원 보내달랬더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포기. 게임 잡지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게임 잡지들이 하나씩 망하는 것을 목격.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