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의 노래> 작곡가 박정환입니다

닿을 수 없었던 넌~♬ 내 곁에 있는데~♪ 내 마음 이리도 왜 이리 서글퍼지는 건지~

국내 MMORPG 게임에서 가창곡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바람이 잠든 곳으로-황후의 노래(이하 ‘황후의 노래’)>를 아시나요?  ‘블레이드 & 소울(이하 ‘블소’)’ OST 수록곡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블소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죠!  대체 이 노래의 정체가 뭐냐며, 제목과 작곡가에 대한 문의가 블소 게시판과 엔씨소프트 고객 센터에 쇄도하기도 했습니다~.

<황후의 노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기 위해, 우주정복 블로그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박정환 작곡가와의 만남을 추진해 보았습니다!  그에게 <황후의 노래>와, 게임 음악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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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의 파도를 불러일으킨 그 노래 

 

블소 관련 기사에 늘 <황후의 노래> 를 언급하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블소  OST 하면 <황후의 노래>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기분이 어떠세요? 
고맙고 쑥쓰럽죠. ( ͡° ͜ʖ ͡°) 음악 작업을 할 때도 앞에 나서는 건 가수나 연주자들 몫이잖아요. 작곡가는 뒤에 있는 게 익숙하거든요.

팬이 만든 <황후의 노래> 뮤직비디오 

팬들이 만든 <황후의 노래> 뮤직비디오와 피아노 커버 곡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네. 그걸 보니 내가 곡을 정말 잘 만들었구나  싶었죠(…일동 침묵).  농담입니다(웃음). 정말 기쁘고 영광이었어요. 제가 만든 노래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거잖아요. 한편으론 어릴 때 꿈이 이뤄진 것 같아서 뿌듯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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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꿈이? 
중학생 때 <파이널 판타지6>를 히든 아이템까지 다 찾아 내서 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하루는 게임 중간에 화면이 무대로 이동하면서 여자 캐릭터가 오페라 곡을 부르는 거예요. 곡 자체가 워낙 훌륭하기도 했고, 노래를 끝까지 감상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거라서 넋을 놓고 봤죠. 그때부터 ‘나도 저렇게 타인의 감정에 파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겨난 것 같아요.

팬이 만든 <황후의 노래> 피아노 커버 ver. 영상 

# 블소 최초의 가창곡

 

<황후의 노래>는 노랫말이 있는 가창곡인데, 이런 시도는 국내 게임에서 잘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최초 컨셉은  ‘죽은 황후의 영혼이 나타나 시조를 읊을 때 흐르는 슬픈 음악’ 이었어요. 시조가 있으면 노랫말이 있는 거니까, 기왕이면 가사가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게임에 가창곡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전부터 논의가 많았는데, 때마침 적절한 퀘스트가 생겼어요. 가사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분이 써 주셨죠.

 

<황후의 노래>는 원래 ‘백청 산맥’이라는 서브 퀘스트에 배치된 곡이었잖아요
서브 퀘스트에 배치된 음악은 해당 퀘스트에 도달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엔 좀 아쉬웠죠. 그런데 한편으론 특정 퀘스트에 도달한 사람들만 접할 수 있는 음악이라 더 이슈가 된 것 같아요. 마치 히든 트랙처럼요. 유저 분들이 노래를 한 번 듣고 나면 또 들을 수가 없으니까 일부러 퀘스트 완료 버튼을 안 누르고 곡만 듣고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또 들어와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노래를 듣기 위해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는 경우도 있군요! 
전혀 예상 못한 반응이었죠. 영상 음악은 영상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해서, 게임의 전체적인 시나리오와 플롯, 연출의 삼박자가 잘 조화를 이뤄야만 감동을 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곡 자체만 가지고 잘 되겠다, 아니다를 판단하기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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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소 음악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블소는 여타 MMORPG와 게임과 다르게 시나리오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이라서, 음악의 비중도 그만큼 커요. 유저 분들도 깊게 몰입해서 플레이를 하죠. <황후의 노래>는 에픽 퀘스트에서 대놓고 “이 노래 좀 들어 주세요!” 하면서 나온 음악이 아니라서, 유저 분들의 가슴에 은은하게 스며든 것 같아요(웃음).

 

<황후의 노래>의 기본 멜로디는 어떻게 만드셨나요? 
2년 전에  회사에서 마산으로 단체 야구 응원을 갔다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기본 멜로디가 떠올랐어요. 모두가 곤히 잠든 어두운 버스 안에서, 누가 깰까 봐 숨을 죽이고 녹음한 허밍에서 출발한 노래예요.

 

# 작곡가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게임 음악 

 

엔씨에 오기 전에는 어떤 분야의 음악을 하셨나요?
분야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했어요. 드라마 <하얀 거탑> OST에 참여했었고, 라디오 CM부터 연극, 뮤지컬, 국악, 트로트까지 해 봤죠. 가요는 빅뱅 대성과 손호영 씨, 조정석 씨, 현재 스피카 멤버인 양지원 씨, 마야 씨, 이소은 씨 곡 작업에 참여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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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요?
게임은 기본적으로 판타지라서, 무한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어요. 음악에도 한계가 없죠.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해서 멋지고 화려한 음악을 만들 수도 있고, 장르를 마음대로 파괴할 수도 있어요. 작곡가 입장에선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분야죠. 앞으론 창을 하시는 분들과 작업을 해 보고 싶어요. 국악 창법으로 합창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게임 회사 내에 음악팀이 따로 있는 경우는 흔치 않잖아요
음악 팀이 내부에 있는 경우는 별로 없죠. 판교 사옥에 올 때만 해도 작곡가들을 위해 이 정도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준 건 전 세계적으로도  엔씨가 유일무이했어요. 엔씨 게임에서 음악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만큼 작곡가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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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음악도 더 빠르게 체감할 것 같아요
<황후의 노래>는 가요처럼 만든 케이스였고, 락이나 메탈 같은 장르도 다양하게 시도했죠.  덥스텝(*강력한 베이스와 드럼, 느린 템포의 사운드가 특징인 일렉트로닉 장르)이 유행할 때 이미 블소 음악팀에서는 덥스텝과 오케스트라를 섞어서 보스 음악과 하드코어한 던전 음악을 만들고 있었어요. 메탈과 덥스텝을 섞기도 했고요. <백청산맥> OST 에서<이계의 공간>이 바로 그 결과물이에요.

팬이 만든 블소 OST <이계의 공간> 기타 연주 영상 

 

# 작곡가, 그리고 회사원

 

<황후의 노래> 외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블소 필드 음악 중에 ‘늑대 구릉’이라는 지역에 쓰인 <길>(바로듣기)이요. 개인적으로 공을 많이 들인 음악인데, 녹음실에서 민속 악기를 녹음할 때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어요. 음원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탱고 보스>(바로보기)라는 곡도 좋아해요.  ‘장기부’라는 보스 캐릭터가 ‘사랑의, 정열적인’ 이라는 뜻의 스킬을 사용해서,  전투곡에 탱고 요소를 섞어서 만든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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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작업을 할 때 보통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책을 보며 얻는 경우도 있고, 미술 작품이나 여행을 통해 얻기도 해요. 가장 중요한 건 곡의 내용에 몰입하는 거죠. 좀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슬픈 곡을 쓸 때는 하루종일 인상을 쓰고 있어요. 주인공의 심경에 몰입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떠올려 보는 거죠. 곡을 쓸 때 만큼은 그 사람이 돼야 하거든요.

 

음악가들은 왠지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은데,  회사에 소속된 입장에서 정체성에 혼란이 올 때는 없나요?
음…그건 그냥 ‘노답’같아요. 하하! 업무 시간에는 회사에서 주어지는 업무를 처리하고, 보통 저녁 시간 이후에 곡을 만들죠.  블소 음악팀은 내부 경쟁이 치열한 편이에요. 사이좋게 형, 동생 하며 지내다가도 작업할 때는 봐주는 게 없죠.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도 심하고요. 살살들 좀 하시지…(웃음) 작곡 외에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들도 성실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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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물 맞나요…작업할 땐 고시생 st.로 변신( ͡° ͜ʖ ͡°)

음악팀을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작곡가 분들이 모여서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게 신기해요  
예술가들이 모여서 한 팀을 이루고 있다 보니.. 다들 한 섬세한 성격들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진정으로 공감과 배려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실장님과 팀장님께서 각자의 개성을 살려 주시면서 한편으론 각자의 예민한 지점들을 잘 이해해 주시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ʖ ͡°)  덕분에 이젠 우주 최강의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어요. 하하!

 

나만의 목표나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요?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음악을 듣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를 받고, 기쁨을 느끼면 좋겠어요. 지브란의 시처럼 비록 한 대의 기타 줄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또 하나 목표가 있다면…사장실에 불려가는 거예요(웃음). 사장님이 제가 만든 노래를 듣고 “너무 좋다. 이 노래 만든 사람 누구냐.” 하시면서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언제나 불려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