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열전 #1 뿅뿅 사운드의 매력

예전에는 게임 음악을 따로 찾아서 듣거나, 좋아하는 게임 음악을 공유하는 문화는 흔치 않았습니다. 게임 음악 때문에 게임을 한다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죠~.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게임 음악은 어느덧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게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게임 음악의 위상도 함께 높아진 거죠! 이제는 게임 음악 OST가 음반 판매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고, 유명 아티스트가 게임 음악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게임 음악 열전! 우리가 좋아했던, 또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게임 음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단순한 전자음에서 시작해 듣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되기까지.  십대 시절부터 게임 음악에 몸 담아 온(!) 엔씨소프트 황주은 과장이 들려 주는 게임 음악의 흥미로운 변천사! 그 첫 번째 시간에는 추억의 ‘뿅뿅’ 사운드의 매력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ㅁ<//


 

# 게임 음악 같지 않다?

게임 음악은 강한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래픽은 일취월장하고, 용량은 거대해졌으며, 음악의 장르와 표현 방식도 다양해졌죠. 하지만  ‘게임 음악’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1980년대 콘솔 게임의 ‘뿅뿅’ 사운드입니다.

좋은 게임 음악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은 종종 ‘게임 음악 같지 않다.’는 표현을 씁니다. 게임 음악은 감상을 위한 게 아니라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로 여기곤 했으니까요. 여기에는 음 자체가 단순하고, 별다른 특징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게임 음악은 말 그대로  ‘ 게임에서 나오는 음악’ 이니까요.

 

# 좋은 멜로디는 열악한 채널에서 나온다 

2015년 9월 13일은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배관공, 마리오 아저씨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1985년 첫 선을 보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즈> 게임이 어느덧 30주년을 맞이했거든요.  게임 음악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슈퍼 마리오> 시리즈 음악도 30주년을 맞이해 기념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슈퍼마리오 음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0주년 기념 음반  

<슈퍼 마리오> 시리즈 음악을 시대 순으로 쭉 들어보면, 게임 음악의 변천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초창기 <슈퍼 마리오> 시리즈 전후의 게임들은 낮은 스팩 때문에 음악 연출에 제약이 많았죠. 한 채널의 비프음 (*삐~라는 음으로,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명령어)만을 사용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메인 테마 만큼이나 사운드 디자인도 인상적 ( ͡° ͜ʖ ͡°) 

패미컴(*일본 닌텐도사가 1983년에 출시한 게임 전용의 8비트 컴퓨터)의 경우는 최대 5채널로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효과음 채널이 포함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3~4개의 채널 사이에서 음악을 표현해야 했죠. 채널 수의 제약으로 인한 게임 음악의 표현은 과거 휴대폰 벨소리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접혔다 펼쳤다 했던 폴더폰의 벨소리는  ‘띠리리~’ 수준의 단음 멜로디였습니다. (*나이가 나오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4화음, 16화음 벨소리가 등장하더니 이후에는 무려 64화음(!!) 벨소리가 등장했고 그 다음 세대로는 CD트랙의 원음을 휴대폰에서 재생할 수 있게 됐죠. 채널 수가 확장되면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영역이 넓어진 것이었습니다.

1212

그때 그 시절, 64화음 폰 출시는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채널 수가 적었기에, 그 안에서 엄청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졌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이 좋은 멜로디와 독특한 음색으로 표현된 것이죠. 음악 채널의 수가 제한된 시대에는 그래픽 또한 표현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래픽의 부족함을 음악이 채워준 거죠. 음악만으로 이런저런 상황을 표현할 수 있도록요.

내가 바로 ‘뿅뿅’의 원조다! <갤러그>

게임 플레이를 음악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했기에, 이 시대의 음악들은 귀에 쏙쏙 잘 들어올 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오래 남았습니다. 게임을 즐겼다는 것 자체가 음악을 즐긴 것과 같았죠.

음악과 게임이 동일시되는 <너구리>

일명 ‘뿅뿅’사운드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표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입니다. 이 시대에 나온 ‘단음으로 화음 같은 느낌을 주는’ 표현들, 노이즈의 독특한 조절을 이용해 만든 효과음은 여전히 게임 사운드의 상징과 같죠.

 

# 게임 음악이라 가능했던 시도 

요즘 게임들은 롹이나 메탈, 가창곡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게임 음악을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슈퍼 마리오 브라더즈> 같은 고전 게임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죠. 이 시대의 게임 음악들이 이처럼 아이콘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건 가장 단순한 형태로강렬한 인상을 줬기 때문입니다.

게임 음악이 태동했던 1970~80년대의 음악계 전반을 살펴 보면, 이미 대편성 관현악곡이 존재했고 화려한 빅밴드 음악도 인기였습니다. 비틀즈의 시대를 지나 뉴웨이브 신스팝, 그리고 일렉트로닉까지. 음악적으로 없는 게 없는 풍성한 시대였죠. 하지만 게임 음악처럼 적은 채널의 파형을 이용한 음악 스타일은 다른 음악 장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게임 음악만의 고유한 특징이었습니다.

고전이 아닌 레전드가 된 <Rally X> 음악 

국내에서 ‘방구차’ 라는 이름으로 대히트했던 게임 < Rally X>의 음악은 경쾌함 그 자체입니다.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한 것 자체가 일종의 게임과도 같았고, 게임 음악이기 때문에 가능한 독특한 표현 방식을 구축하게 된 것이죠.

안 들어본 사람 없을 걸? <젤다의 전설> 메인 테마

1986년, 닌텐도에서 출시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액션 롤플레잉 게임 <젤다의 전설>의 메인 테마는 아름다운 배경 음악으로도 유명하죠.  <젤다의 전설>이 예술성이 뛰어난 게임으로 평가받기에는 음악의 공도 컸습니다.

패미컴 사운드에서도 스케일이 느껴지는 <드래곤 퀘스트> 서곡

지금은 게임에서 어떤 스타일의 음악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제약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때문에 게임 음악 고유의 매력은 예전보다 덜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퀄의 게임 OST가 쏟아지는 요즘에도, 과거 게임 음악의 향수를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죠.


황주은황주은 (AMP 게임디자인팀)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 바람의 나라, 아스가르드, 라테일 등 음악 작곡, 아이온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신작에서 이런저런 시도중. 묻어가기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