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6 NC 다이노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야구의 ㅇ에도 관심없던 사람이 회사에 야구단이 생긴 뒤 열혈야빠가 된다?! 너무 짜고 치는 것 같아서 재미없을 지경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야구의 룰도 모르던 평범한 회사원이, 다이노스에 월급을 쏟아부으며 풀방구리 드나들듯 마산에 다니다 ‘마산아재’들로부터 서울 출장 잘 갔다오라는 이야기까지 듣는 진성 다이노스팬으로 거듭난 사연. G리니지2커뮤니티사업팀 배미정 과장의 거짓말 같은 공놀이 입문기를 들어보세요.


나, 다이노스 팬북에 오른 녀자야 편에 이어…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티켓대란 : 마산의 야구팬들에게는 자비가 없다?

첫 승의 기쁨도 잠시. 우리는 2013년 4월 내내 다른 팀에 승리를 퍼주기 바빴다. 역시 1군 무대의 벽은 높았던 것일까. 하지만 그동안 착실하게 준비해왔던 우리의 공룡군단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월 한달 간 무려 11승을 달성하며 막내 구단의 매운 맛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덕아웃에서는 항상 선후배 선수들이 모여 으쌰으쌰했었는데, 한 경기 한 경기가 그들에게는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훈선수 인터뷰라도 하면 앞다퉈 팀과 동료에게 공을 돌리는 그들의 모습에 우리는 감동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끈끈한 선수들을 보며 팬들의 신뢰도 한층 더 두터워진 것은 물론이다.

2013년 5월 중순의 어느 날, 우리는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마산 한번 가보자는 얘기에 발동이 걸린 것이다. 뜻이 맞는 직원들이 뭉쳐 6명이 되었다. 하지만 직장의 신은 우리에게 응원석을 쉽게 허하지 않았으니, 예매 당일 오전부터 업무가 몰린 탓에 오후 늦게 사이트에 접속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우리를 맞이한 건 매진이라는 두 글자 뿐이었다.

응원석이 우리를 버릴 일 없다며 안심하고 있었지만, 잠실만 가봤던 서울촌놈들이 뭘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거다. 마산은 달랐다. 정말 절망적이었다. 어떻게 가는 마산인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호회에 글을 올렸다.

서울 뉴비들이 마산 홈 경기를 가려고 하는데, 응원석 티켓이 그만…”

몇 분 되지 않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의 실시간으로 쌓여가는 댓글을 보고 있으려니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일면식도 없는 마산아재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우리는 응원석 티켓을 구했던 것이다.

마산의 야빠들에게는, 자비가 있었다.

(2013.5.14-5.19) 주간 다이노스 영상


교통대란, 주차대란 : 야구팬이라면 이정도 쯤?

마산원정대가 출발하는 날, 일행 중 4명은 자차로, 2명은 고속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때는 샌드위치 연휴 전날, 자차팀은 시작부터 교통대란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우리가 놀러가기 좋은 날이면 남들도 좋은 날이겠지. 하지만 저속도로 위에서도 우리는 즐거울 수 있었으니, 그날의 프로야구 중계가 있었던 것이다(운전중 DMB 시청은 주의하세요!)

마산 가는 길에 봤던 경기는 다이노스의 역대급 경기 중 하나로, 손민한 선수가 오랜 공백을 딛고 복귀하여 첫 등판한 날이었다. 불안함과 염려를 표했던 미디어는 손민한 선수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었다며, 7타점을 기록한 이호준 선수와 더불어 ‘선배의 노련함’이라 칭했다. 우리가 탄 차는 안타와 홈런을 기록할 때마다 함성을 지르고 들썩거리며,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찬 원정길을 달렸다.

마산 도착 후 1박을 하고 다음날 마산구장을 찾았다. 뉴비는 이 곳에서도 꼭 티가 나는게,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출발했더니만 야구장 가는 길은 막히고 주차장은 역시 만차. 심지어 근처 유료 주차장도 꽉 차 있었다. 주차비는 있는데 왜 차를 대지를 못하니…

뱅뱅 돌던 우리는 결국 1회 말이 되어서야 경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정도의 교통과 주차 문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산의 야구 열기가 이정도라고, 우리 역시 그 중심에서 함께 하고 있다고, 이제 막 야구계에 발을 들인 우리에게 마산 원정길은 진정한 다이노스 팬으로서 넘겨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이었다.

2014년 준플레이오프 때의 마산 구장 모습

사진은 2014년 준플레이오프 때의 마산 구장 모습


야구장은 응원석 : 서울에서 온 마산아재

처음 마산 구장에 갔던 것은 칼바람이 불었던 2013년 4월 초. 당시에는 응원석을 바라만 보았다. 처음 응원석에 들어선 순간이 아직도 생상하다. 그 곳은 내게 전혀 느끼지 못했던 신세계였고, 말 그대로 야구장의 꽃이었다(물론 비현실적인 몸매를 하고선 격렬하게 움직이는 꽃들이 있기도 하다).

스탠딩 좌석으로 꾸며진 그 곳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다이노스의 공격 때는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해 함성을 지르고 응원을 했다. 치맥을 꺼내먹을 짬도 없이, 우리는 응원 물결에 동참했다. 율동도, 응원구호도 잘 몰랐지만 응원단과 주변 마산 아재들의 리드에 따르며 어느덧 우리도 익숙해졌다.

잠실에서는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어색한 생각이 들어 주저하게 되었던 것이, 마산 홈 구장에 와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내려놓으며 팀을 향한 마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 쉽고 재미있게 응원하는 마산구장의 분위기는 낯선 이방인 팬의 마음도 쉽게 녹일 만큼 따뜻했다. 게다가 경기 중에 심판 판정에 항의하거나 선수들을 독려하는 마산아재의 구수한 사투리는 얼마나 정겹던가. 그들의 모습에 우리는 끝날 때까지 웃음을 멈추지 못했거늘, 대체 그 누가 마산아재를 무섭다고 했단 말인가. 물론 그 때 하나가 되어 어설픈 사투리로 함성을 질렀던 우리를, 누군가는 마산아재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날 우리 팀은 승리하며 기분 좋은 위닝 시리즈를 가지고 갔다. 왕복 8시간이 넘는 원정길은 분명 힘들었지만, 응원석에서의 경험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과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 차원에서 움직였던 직관 첫 경기의 불씨가 바로 이 날의 흥분을 계기로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야구도 그렇고 다른 것도 그렇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마산에서 맞이한 우리의 처음은, 누구보다 설레었고 또 누구보다 뜨거웠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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